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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괜찮아요, 천국이 말했다
미치 앨봄 지음, 공경희 옮김 / 살림 / 2020년 6월
평점 :

가끔은 다 괜찮다고 말해줄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살면서 하게 되는 실수들. '그래서 그게 뭐'라고 무심히 내뱉지 않고, 안쓰러운 눈빛도 보내지 않을 사람. 아니, 사실은 스스로 그럴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진심으로 마음에 티끌 하나 남지 않아 다 괜찮아졌으면 좋겠다 싶은 순간이 있습니다. 그런데 마침 <다 괜찮아요, 천국이 말했다>가 찾아왔습니다.
몇 해 전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을 통해 사회적 성공과 야망을 쫓으며 사는 이들에게 그들이 잃어버린 것을 찾도록 도와주고, 살아있는 동안 알아야 할 것들을 알려주었던 미치앨봄. 이번에는 죽음 이후의 세계, 사후 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들고 왔는데요. 언뜻 생각하기에는 종교적 색채가 녹아들 수 있기에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듯했는데요. 읽는 내내 전혀 기존 종교의 색채가 느껴지지 않으면서도 오히려 삶의 실수로 인한 낭패감 혹은 죄책감에서 벗어나 평온해질 수 있는 시간이었고, 덕분에 희망과 용기도 전해 받을 수 있었습니다.
"우린 살아 있는 동안 매일 뭔가를 잃어, 애니. 때론 방금 내쉰 숨결처럼 작은 걸 잃고, 때로는 그걸 잃고는 못 살 것 같은 큰 걸 잃기도 하지."
애니는 최근 다시 만난 초등학교 동기 파울로와 행복한 결혼식을 치르는 중입니다. 혼인 서약을 하면서 지는 해 위로 떠가는 열기구가 이쁘다고 생각하기도 하고 팔짱을 끼고 행진할 때는 린넨 모자를 쓴 노신사가 누군지 궁금하지만, 아직은 너무 젊었기에 자신의 죽음이 다가온다는 것은 상상도 하지 못합니다.
어린 시절 접합 수술을 받은 왼손과 함께 사라진 기억. 이후 어머니와 도망치듯 살아온 날들. 첫사랑 파울로와의 이별과 잦은 전학. 제 나이 또래가 누려야 할 즐거움과 행복은 없었고 외로움의 날들을 견디고 견디다 결국 학교 졸업과 동시에 어머니와도 연락을 끊어 버렸던 애니. 그렇게 힘든 시절을 보내다가 다행히도 적성을 찾아 간호사로 살아가게 되는데요. 어느 날 운명처럼 파울로와 재회하고 드디어 행복하게 결혼식을 올리는 날. 하지만 그 시작의 순간이 끝이 되어버리는 운명을 맞이합니다.
그리고 죽음으로 향하는 길목에서 차례로 다섯 사람을 만나게 되지요.
사실 살면서 알게 모르게 저지르는 잘못들과 타인에게 주는 피해. 또 뭐가 문제인지 모르게 일어나는 잘못된 일들 때문에 때때로 '이번 생은 망했어'라며 잠을 이루지 못하는 때가 종종 있는데요. 애니의 천국으로 가는 여정을 고스란히 함께 겪으면서 마음의 평온을 찾을 수 있었던 시간이었어요.
"이걸 기억해요, 애니. 우리가 뭔가 세울 때는 앞서간 이들의 어깨 위에서 세우는 겁니다. 우리가 산산이 부서지면 앞서간 이들이 우리를 다시 붙여줍니다."라는 닥터 사미르의 말처럼 우리 삶은 큰 연결 고리의 일부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고,
"애니, 우린 외로움을 두려워하지만 외로움 자체는 존재하지 않아. 외로움은 형태가 없어. 그건 우리에게 내려앉는 그림자에 불과해. 또 어둠이 찾아오면 그림자가 사라지듯 우리가 진실을 알면 슬픈 감정은 사라질 수 있어."라는 말처럼 어쩌면 존재하지 않는 외로움에 떨었던 건 아닐까 싶기도 하더라고요.
그러니 "사람들은 기억하지 못하는 일 때문에 별별 일을 다 하지."라는 클레오의 말처럼 그냥 "바람이 불어서" 일어난 일에 너무 의기소침하여 낮 동안의 우리를 조종하지 않도록 해야겠다는 생각도 해 봅니다.
인생이 자꾸 꼬이고 뜻대로 되지 않아 힘든 날이 있다면, <다 괜찮아요, 천국이 말했다>를 만나보세요. 우리에겐 천국으로 가는 길에 만날 다섯 사람이 누구일까 궁금하기도 하겠지만, 애니의 다섯 사람들은 우리에게도 마음의 평온을 가져다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