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든
헨리 데이비드 소로 지음, 정윤희 옮김 / 다연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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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집안을 돌아보기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청소를 했고, 어느 날부터는 낡은 곳을 수리하기 시작했고, 요즘은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고 방치한 물건을 버리거나, 아깝다고 모셔둔 물건을 열심히 쓰기 시작했지요. 물론 직장일과 집안일을 모두 마음에 들게 소화해 내는 것이 힘에 부쳐 그랬겠지만, 생각보다 나중을 위해 저장해 놓기만 하고 정작 사용하지 않고 있던 물건이 너무 많더라고요. 그러다가 물건뿐만 아니라 삶의 방식마저 단순하게 만드는 지혜를 나누는 '미니멀 라이프' 카페에 가입하게 되었는데요. 그곳에서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을 알게 되었습니다.


평생에 한 번은 읽어야 할 인생 역작, 

법정 스님이 깊이 애독한 불멸의 고전 

<월든>


근사한 수식어 만큼이나 빨리 읽어보고 싶었는데 마침 출판사 다연에서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문장을 원본 그대로 살린 완역본이 나왔더군요. 원래도 제법 두꺼운 책이라 완독하는 데 꽤 시간이 걸린다는 소문은 익히 들었는데요. 막상 받아보니 대략 500페이지가 조금 안되는 분량이어서 베개로도 활용할 수 있겠더라고요. ^^


1817년 매사추세츠 주 콩코드에서 태어난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극단적인 개인주의와 단순하고 금욕적인 삶에 대한 선호, 사회와 정부에 대한 개인의 저항 정신으로 잘 알려져 있다고 합니다. 하버드대를 졸업하고 잠시 교사 생활을 하기도 하고 목수, 석공, 조경, 강연에 이르기까지 시간제로 일하기도 했다는데요. 그의 대표 저서인 <월든>은 1845년 여름부터 1847년 가을까지 월든 호숫가에서 혼자 지낸 생활을 정리한 것이라고 합니다. 지금도 크게 다를 바 없지만 '19세기'라면 산업혁명과 자본주의, 물질적 성공, 빈부격차가 심해지던 시기 등이 떠오르는데요. 그 모든 가치와 반대로 자연으로 떠난 소로. 그는 왜 떠나야 했으며 이웃들과 1.6km 떨어진 외딴 오두막집에서 2년 2개월 동안 어떻게 의식주를 해결하였고, 무슨 생각을 하며 지냈을까요?


그대의 눈을 안으로 돌려라.

그러면 그대의 마음속에서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천 개의 지역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그곳을 여행하라.

그리고 마음속 우주 지리학의 전문가가 되라.


<월든>은 자연의 아름다움과 인간이 그 속에서 누릴 수 있는 자급자족 삶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었어요. 시간이든 생필품 면에서든 간에 자유롭고 여유로우며 의외로 풍족한 모습을 보여주었는데요. 오히려 아름다운 월든 호숫가의 풍경과 동식물에 대한 묘사를 통해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도 받을 수 있었어요. 어찌 보면 어린 시절 시골 외할머니 댁에 내려가서 피자가 아닌 감자를 먹으면서도 더 즐겁게 지낼 수 있었던 느낌이랄까요. 다른 점이 있다면 그때의 우리는 오롯이 의식주를 어른들께 의지하였지만 소로는 집을 짓고 작물을 수확하는 모든 과정을 손수 이루어냈다는 점이었어요. 게다가 아늑한 거처와 식량을 얻기 위해 하루 종일 힘들게 일하지 않아도 되는 것을 증명하고 있더군요. 때문에 자급자족하는 삶이 생각만큼 불가능한 것이 아닐지도 모르겠다는, 생필품에 대해 우리가 가지는 불안과 근심은 근거가 부실하며 내일을 위한 오늘의 수고가 지나친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우리는 제대로 바느질을 한 땀 해 놓으면 나중에 아홉 번의 수고를 덜어 낼 수 있다고 말하면서도 내일 아홉 번 바느질해야 하는 수고를 덜기 위해서 천 번의 바느질을 하느라 여념이 없다.



삶이 단순해질수록 우주의 법칙 또한 간결하게 변하게 마련이다. 그 때문에 고독은 고독이 아니며, 가난은 가난이 아니고, 나약한 부분도 나약함이 아니게 된다. 공중에 성을 쌓았다고 해서 그 성이 사라질까 봐 걱정할 필요가 없다. 본래 그 성이 있어야 할 자리는 그곳이므로 이제는 그 아래 단단한 토대를 쌓으면 될 일이다.


일회독을 하고 책장을 덮으니 세 가지 인상적인 부분이 떠올랐는데요. 하나는 소로가 집을 짓는 비용과 농사를 짓고 수확하여 얻은 비용들을 계산하여 실제로 혼자 살아가는 것이 가능한가에 대해 경제적으로 증명하고 있는 부분인 '경제'고요. 또 하나는 이런 자신의 실험을 통해 터득한 사실을 정리하고 있는 '맺음말' 부분이었어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수채화를 감상하듯 월든 호수가 봄을 맞이하는 아름다움을 한껏 느낄 수 있었던 '봄'이 떠오르네요.


시골은 거대한 목재를 잘라내는 예의를 갖추면서 도시에 의자를 건네는 것이다. 토종 월귤나무로 가득했던 언덕은 온통 벌거숭이가 되고, 초원에서 자라던 월귤 넝쿨은 갈퀴질 당해 도시로 내보내진다. 목화는 도시로 향하고 옷감은 시골로 내려온다. 견직물은 도시로 향하고 모직물은 시골로 내려온다. 책은 도시로 향하지만 반대로 책을 쓰는 현자는 시골로 내려온다.


그중에서 요즘의 저는 삶을 단순하게 만드는데 푹 빠져 있는지라 '경제'부분의 일부를 소개할까 해요. 소로는 온갖 가구를 포함한 짐을 이고 사는 사람들에 대해 동정심을 느끼면서 애초에 그런 덫에는 발을 들이지 않아야 한다고 말하는데요. 이를 위해 머클래스족 인디언의 버스크를 소개합니다. 머클래스족은 버스크를 할 때 새 옷, 새 냄비, 새 프라이팬 등과 가구를 미리 준비해두고 집의 더러움을 말끔히 씻어낸 후, 옷가지와 기타 잡동사니는 물론 남은 곡식과 묵은 식량을 모두 불태워 없앤다고 합니다. 그리고 사흘간의 금식 후 이웃 사람들과 친구를 불러 새로 수확한 햇옥수수와 과일로 잔치를 벌인다고 하는데요. 덕분에 고작 물건 때문에 소중한 시간과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없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해 보았습니다.


인간의 편의를 위해 자연 파괴를 당연시하던 19세기에 오히려 숲으로 들어가는 자연주의적 삶을 선택한 헨리 데이비드 소로. 당시와 크게 다르지 않은 오늘날의 우리에게도 전하는 메시지가 꽤 크다는 생각을 해 보았는데요. 한 번 사는 인생,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해 한 번쯤 진지하게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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