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고 시작해야 할 지 모르겠다. 제목 부터 가볍지 않다. '아빠가 엄마를 죽였어.' 서두에 고발문학임을 밝히고 있는 이 글은 문학이라기보다 르포에, 다큐에 가깝다. 하지만 그렇다고 안 읽히는 글이 아니다. 앉은자리에서 당신은, 이 글의 주인공들에 이입되버리고 말 것이다.
'아빠가 엄마를 죽였어.' 사건은 동생의 전화 한 통으로 시작한다. 살인사건. 보통 살인사건을 접하게 '누가 누구를 죽였다' 우리는 이 한 줄에 익숙해져 버린 사회를 살고 있다. 더 나아가봤자 '왜 죽였다.' 한 줄 정도 더해질까? 그 사건에 이면에 놓여진 이들, '가족들.' 가해자의 가족들은 살인자의 가족이라 손가락질 받고, 피해자의 가족은 안타까움의 눈빛을 받을지언데, 이 책의 주인공들은 '가해자이면서 피해자의 가족'이다.
두 키워드를 결합시킨 배경에는 사회적인 방임도 존재한다. 암묵적으로 묵인되던 '남성의 가부장적 권위'에 기인한 아빠의 기생적인 권위, 그리고 그에 반항하고자 하였으나 결국 꺾인 '여성의 저항'. 책을 읽다보면 등장한다. '아시다시피' 이런 일은 비일비재 하니, 엄마의 저항 시도에 대해서 우리는 그러려니 했다고.
시대를 불문하고 내려왔던 성역할로 인해, 얼마나 많은 이들이 저항하고 꺾였던가. 그리고 그 저항에 대하 권력은 어떻게 이를 묵인하고, 남은 이들의 삶을 파괴했는가. 하지만 죽어간 엄마는 딸에게 말한다. '약속해줘.' 과연, 그 '약속'의 의미는 무엇이었을까?
가족의 역할, 성역할, 그리고 권력의 역할.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 책, '아빠가 엄마를 죽였어.' 최근 읽은 소설 중에 많은 것을 담은 짧지만 강력한 책이었따.
* 온라인 독서모임 <독사과> 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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