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상상하는 대로 / As I Imagine
윤금정 지음 / 맥스밀리언북하우스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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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적 밤마다 악몽을 꾼 적이 있었다. 똑같은 스토리가 계속 반복되는데 빠져나오지는 못해서 잠자는 게 무서웠다. 그럴 때마다 한창 빠져있던 지구수비대 후뢰시맨이 되어보기도 했고 ‘이건 꿈이다, 꿈이다.’ 되내이고는 했다.

‘내가 상상하는 대로’는 어둠을 무서워하는 작가와 그 쌍둥이 딸들이 어둠을 물리치는 이야기다. 눈을 감고 상상하는 대로 펼쳐지는 세계. 내 앞을 가로막는 괴물 공룡은 친구가 되기도 하고, 내 앞에서 웃어주기도 하고 춤도 춰준다.

엄마에 이어서 등장하는 아빠의 한마디도 멋있다. 어둠속에서 공룡이 나타나 괴롭힌다는 딸들에게

어둠 속에서 우리는 무엇이든 상상할 수 있단다

아빠의 모습. 어둠이든 밖이든 우리는 상상할 수 있고 꿈을 꿀 수 있다. 아빠는 아이들에게 사고의 범위를 한정짓지 말고 멀리 나아가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렇게 말한 것일까.

아직도 가끔 나는 어둠이 무섭다. 꿈을 꾸면 사무실에서 산더미만한 서류들을 헤치우며 허덕일때도 있고, 끝나지 않는 길을 달리는데 바닥이 사막처럼 변하면서 발이 푹푹 빠질때도 있다. 그럴때마다 다른 곳으로 여행을 가는 생각을 하고, 이건 꿈이니까 우리 아이생각이나 해야지 하고 생각을 바꿀때도 있고 다른 상상을 한다. 상상은 돈이 드는게 아니니까. 내가 상상하는 대로 바꿀 수 있다. 그게 어둠 속 꿈나라이든 현실세계이든.

‘상상’이라는 단어에 눈길이가 집어든 책이었는데 따뜻한 그림들과 함께 ‘As I Imagine’에서 오히려 위로를 받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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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비투스 - 인간의 품격을 결정하는 7가지 자본
도리스 메르틴 지음, 배명자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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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비투스(Habitus)에 대한 사전적 정의는 다음과 같다.

‘제2의 본성’과 같은 것으로, 친숙한 사회 집단의 습속, 습성 따위를 뜻하는 말.

표지에서 말해주는 7가지 속성의 피라미드가 손을 내밀지만 왠지 어려울 것만 같은 두려움 속에 책은 말한다. ‘습관(Habit)보다 강한 아비투스(Habitus)의 힘을 통해 삶을 바꿀 수 있다.’

기존의 자기계발서들의 긍정의 힘과 확언의 글쓰기로 통일되어 간다면, 이 책이 내놓는 말들은 확실히 차이가 있다.

총 8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각 아비투스에 대한 설명을 통해 어떻게 사다리 중간에서 최상위로 올라갈 수 있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1장 ‘아비투스가 삶, 기회, 지위를 결정한다’, 2장 ‘심리자본: 어떻게 생각하고, 어디까지 상상하는가’, 3장 ‘문화자본: 인생에서 무엇을 즐기는가’, 4장 ‘지식자본: 무엇을 할 수 있는가’, 5장 ‘경제자본: 얼마나 가졌는가’, 6장‘신체자본: 어떻게 입고, 걷고, 관리하는가’, 7장 ‘언어자본: 어떻게 말하는가’, 8장‘사회자본: 누구와 어울리는가’로 구성된 이 책은 익숙하지만 생각지도 못한 부분들을 통해 우리의 위치를 한발 더 앞서 나갈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

당신은 여기서 선택할 수 있다. 아무런 도전도 하지 않고 다른 게를 방해만 할 건지, 조금 오르다 쉽게 좌절할 건지, 아니면 끝까지 기어올라 결국 바구니를 탈출할 건지. p.4

크랩멘터리 효과라 불리는 이 심리학 용어는 언뜻 들어봤을 수도 있다. 어떤 사람이 되고자 한다면 그 사람처럼 행동해야 한다. 7가지 아비투스를 통해 우리는 그 방향을 정하고 행동해야 한다.

‘긴장한 모습을 절대 보이지 마라. 지위가 높은 사람은 감정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다.~침착한 태도는 지속적인 훈련이 필요하다. 그래야 스트레스 상황에서 고쳤던 버릇이 다시 튀어나올 위험을 막을 수 있다.’ p.49

드라마 속 상류층들은 사람들이 모인 앞에서는 도도하고 우아하지만 집에서는 긴장을 놓고 우리와 다를바 없이 입술을 깨문다. 어떻게 보면 나의 경계심을 풀지 않고 상대방을 대할 때, 상대방도 나를 쉽게 여기지 않을 것이고 좀 더 대우를 받는다는 뜻이겠지?

‘죽은 후에도 성공은 남아야 한다.’ p.67

내가 죽은 다음 진심으로 내 사람들이 슬퍼해주는 삶을 사는게 목표이기에 와닿는 구절.

읽을수록 나만 알고 싶은 그런책이 있다. 부르드외의 이론을 다시 재집필한 책이라니 부르디외의 책을 찾아 읽어보고 싶을 정도로, 읽으면 읽을수록 욕심이 가는 책.

‘더 높이 오르고자 하는 사람은 도약하기 위한 사고 및 행동 전략이 필요하다. 즉, 현재 자신과 비슷한 수준에서 명성을 얻고 있는 살마과 똑같이 생각하고 행동해서는 안된다.’ p.338

자본주의 사회, 특히나 한국사회에서는 태어났을 때부터 정해진 계급이 되물림 된다는 자조석인 말들이 많다. 오죽하면 ‘금수저’, ‘흙수저’가 있고 ‘신의 아들’이라는 말까지 있을 정도니 안타깝다. 나나 내 아니는 ‘금수저’는 아니지만 성장의 범위를 한정짓고 싶지는 않다. 그런의미에서 아비투스는 지금있는 상황을 통해 앞으로 나아갈 길을 안내한다는 점에서 다시 한 번 읽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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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고 싶다는 농담 - 허지웅 에세이
허지웅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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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지웅이란 사람에 대해 텔레비전에서만 보던 강인한 모습만 기억에 남아 딱히 좋아하진 않았다. 기사에서 그가 림프종이란 것을 보았고, 항암을 마치고 돌아왔다는 소식을 들었을 땐 인간애적인 차원에서 반가웠 달까. 그런 그의 책을 보고 나니 아, 이사람 겉과 달리 속이 찬 사람이었구나 싶었다.

 

평상시에 날서있던 모습과 달리 청년에게, 항암치료를 받는 보통의 사람에게, 책을 읽는 독자에게 글을 통해 말하는 모습은 친하지는 않아도 진심으로 상담해주는 오빠와 같다.

 

너 혼자서는 세상 못 바꾼다. 청년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근사한 수사에 현혹되지 말아라. 마케팅이다.’ p.218

 

그래, 열심히 살아서 내가 위인전에 등장할 것도 아닌데 뭐해. 만족하면서 살면 되는거지!

 

가면 안의 내가 탄탄하지 못하다면 가면을 쓰든 안 쓰든 아무 차이가 없다.~생각의 기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등대 노릇을 해줄 어른을 만나 지혜를 빼먹어라. -p.220

 

날카로운 이미지의 대명사였던 그가 아픔을 겪고나서 건네는 한마디는 동네 마트앞에서 맥주까놓고 동생에게 해주는 말과 같았다. 생과 사의 경계속에서 헤매다 온 그였으니 그 진심이 오죽할까. 예전과 같은 비평은 보지 못해도 오히려 사람냄새 풍기는 글을 통해 따뜻한 위로를 건네주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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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리어 대작전 - 두 여자 크리에이터의 존재감 있게 일하는 법
박선미.오카무라 마사코 지음, 백승희 옮김 / 북스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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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가 발전하면서 남녀 성차별 구분이 없어졌다지만, 여성으로서 하는 말인데 엄연히 존재하긴 한다. 나의 선배 얘기만 들어보더라도 입사동기지만 남직원은 승진길을 달린지 오래고, 언니는 아직 몇년전 그 직급 그 대로란 얘기를 들었다. 그런 의미에서 커리어 대작전은 지금보다 더 여직원이 고달픈 길을 걸었을 그 시절을 뚫고 당당하게 후배들을 이끌고 있는 두 여성 크리에이터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여직원이라 회식자리에서 술 따르는 부가적인 업무를 부여받고, 클라이언트나 내부미팅의 상황에서 발생하는 여러 성차별적인 상황에서도 두 저자는 센스 있게 받아치고 넘어간다. 어른들의 말씀 중에 요리조리 잘 빠져나가는 미꾸라지처럼 보일지 몰라도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고, 그런 센스가 오늘날의 선배를 만들었다.

크리에이터로써 다양한 경험이 중요하다는 얘기도 굳이 광고업종에 종사하는 후배들에게만 적용되는 얘기는 아니다. 다재다능한 인재상을 중요시 하는 오늘날, 이 글은 사회에서 굳게 발을 뻗고 앞길을 헤쳐가려는 모든 여성 후배들에게 하는 이야기 일 것이다.

굳이 광고업종이 아니어도 읽어볼 만하다. 어디에서나 아직까지 분명, 성에 따른 임금의 차이나 근무평정의 차이는 존재한다. 분개할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인 사회풍토가 조성되어 있기에 목소리를 내었다가 홀로 튀는 직원으로 낙인찍힐 수도 있다. 그렇기에 두 저자는 여성과의 연대가 중요함을 말하고 있다.

늦게 사회생활을 시작한 터라 직급으로는 밑에 있지만, 나이로는 동생들이 꽤 달린 나로써는 사회에 돌아가서 하다못해 이런 말을 해줄 수 있는 언니가 되어야겠다고 용기를 얻을 수 있는 기회였다.

 p.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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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는, 날개로 잠을 잤다
최형심 지음 / 도서출판 아시아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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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듯 말 듯 제목에 이끌린 책을 펼쳐드니, 나비는 날면서 시공간을 넘나드느라 잠을 날개를 펴고 잠을 잤나보다. 작품들 속에 유난히 나비가 도드라져 보이더라니, 내 눈에는 시인이 나비의 눈으로 여행을 떠난 것만 같다. 시인은 어린 시절부터, 천 년 전 알 수 없는 고원을 달리던 부족들, 백 년전 개화의 문명에서 꿈틀대던 민초들의 여행을 거쳐 자신의 어린 시절을 되돌아보며 때로는 확신에 찬 어조로, 때로는 수줍은 말투로 읽는 이를 끌어들인다.

특히나 읽다보면 이국적이다. ‘두 개의 심장’을 갖고 달려보니 옆에 있는 ‘법국의 처자들’과 뮈르달과 루마니아를 그리워하는 영혼들까지. 그렇다고 너무 멀리 간 것도 아니다. 신입생의 시절부터, 빨래를 널던 아홉 살 소녀시절을. 공간을 넘나들면서 읽으며 멀리 갔다 싶으면 가까이 있고 알 수 없는 거리감이, 평론가의 말처럼 ‘소실점이 없고’, 시인만의 ‘미지의 공간’이다.

‘은어’ 떼와 ‘나비’, ‘목각인형’을 넘어서 시 중에는 하나가 아닌 시선들이 존재한다. 나는 ‘천개의 눈을 가진 부장품.(식탁위의 장례식)’. 이자 식자공(예미리의 겨울), ‘두개의 목소리(두개의 심장과 두 개의 목소리를 가진)’을 가졌다, 어쩌면 시인은 자신의 경험과 일상을 읽고 보는 독자들에 따라 다르게 읽힘을 알고, 읽는이 역시 다르게 보기를 바라며 쓴 것이 아닐까 싶다.

 

시는 역시 어렵다. 특히나 최형심 시인의 작품들은 시를 이제 갓 접하기 시작한 나에게는 심오함 그 자체이다. 그러나 읽다보면 왜 제목이 ‘나비는, 날개로 잠을 잤’는지 알 수 있는 여행이었다.

*리뷰어스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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