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듯 말 듯 제목에 이끌린 책을 펼쳐드니, 나비는 날면서 시공간을 넘나드느라 잠을 날개를 펴고 잠을 잤나보다. 작품들 속에 유난히 나비가 도드라져 보이더라니, 내 눈에는 시인이 나비의 눈으로 여행을 떠난 것만 같다. 시인은 어린 시절부터, 천 년 전 알 수 없는 고원을 달리던 부족들, 백 년전 개화의 문명에서 꿈틀대던 민초들의 여행을 거쳐 자신의 어린 시절을 되돌아보며 때로는 확신에 찬 어조로, 때로는 수줍은 말투로 읽는 이를 끌어들인다.
특히나 읽다보면 이국적이다. ‘두 개의 심장’을 갖고 달려보니 옆에 있는 ‘법국의 처자들’과 뮈르달과 루마니아를 그리워하는 영혼들까지. 그렇다고 너무 멀리 간 것도 아니다. 신입생의 시절부터, 빨래를 널던 아홉 살 소녀시절을. 공간을 넘나들면서 읽으며 멀리 갔다 싶으면 가까이 있고 알 수 없는 거리감이, 평론가의 말처럼 ‘소실점이 없고’, 시인만의 ‘미지의 공간’이다.
‘은어’ 떼와 ‘나비’, ‘목각인형’을 넘어서 시 중에는 하나가 아닌 시선들이 존재한다. 나는 ‘천개의 눈을 가진 부장품.(식탁위의 장례식)’. 이자 식자공(예미리의 겨울), ‘두개의 목소리(두개의 심장과 두 개의 목소리를 가진)’을 가졌다, 어쩌면 시인은 자신의 경험과 일상을 읽고 보는 독자들에 따라 다르게 읽힘을 알고, 읽는이 역시 다르게 보기를 바라며 쓴 것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