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은 봄 방학을 한 날이었다.
학교가 끝나고 여느 날과 다름없이 자전거를 타고 귀가했다. 우리 집으로 오르는 언덕길에서부터는 자전거를 타고 가기가 좀 힘들다.
내려서 자전거를 끌고 갈까 어쩔까 하다가 힘들더라도 그냥 타고 가기로 했다. 오늘은 어쩐 일인지 다른 날보다 힘이 남아도는 것 같았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그것이 미옥이 때문이라고 한다면 좀남세스러운가?
하여간 날은 다른 날과 똑같은 날이지만 내 기분만은 특별한 날이었다.
나는 지난주 월요일에 미옥이에게 편지를 보냈었다.
내가 미옥이에게 관심이 있다는 것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아버지에게 말했더니 아버지는편지를 보내 보라고 했다.
"편지요? 너무 촌스럽지 않을까요?"
"그건 촌스러운 게 아니라, 오히려 정중한 거다. 봐라, 내가 너희 엄마와 결혼할 수 있었던 것도 다 편지 덕분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