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은 자유롭고 제한이 없다. 한국 현대사를 관통하는 馬氏 일가의 질곡같은 삶을 재구성하는 데에도 아무런 제한은 없었다. 총 33개의 챕터가 시공간을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자유기술법식 또는 모자이크식 전개는 본 소설의 흡인력을 배가시키고, 긴장감을 마지막 장까지 유지하는 최고의 장치이다. 일제강점기부터 80년대까지, 상해 부산 베트남을 거쳐 남태평양의 미크로네시아에 이르기까지, 그 광대무변하고 돌출적인 스토리 전개에 독자들은 예민해질 수 밖에 없다. 영화 ‘국제시장‘과 역사의 굵직한 궤적을 공유하면서도, 전혀 다른 스토리로 다가오는 지점은 바로 시공간의 복잡성과 거기서 발생하는 행간의 확장성이리라.
작가는 신산스러운 삶 속에서도 결국 끊어지지 않고 한 자아를 옭아매는 ‘인간의 굴레‘와 ‘인연의 무게‘ 를 말하고 싶은 걸까. 한편으로는 가족, 아버지, 유년시절에 대한 그리움을 말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세대 간에 대물림되는 인연과 혈연으로부터의 도피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반복해서 토로하고 있다. 그래도 삶은 흘러가고, 어쨌거나 살아남은 사람들은 살아가야 한다고 절절하면서도 따뜻하게 어루만져주는 작가의 손길이 느껴진다. 언젠가 내 마음 밑바닥의 파편들과 기억들을 길어올리고 추스릴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길 소망하면서 공허하게 책장을 덮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