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잠중록 1 ㅣ 아르테 오리지널 1
처처칭한 지음, 서미영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4월
평점 :
표지부터 매혹적인 <잠중록>시리즈는 예전부터 눈독 들이고 있었고 이웃으로부터 귀하게 나눔 받은 잠중록은 일부인 4권만 있어서 시작이 매우 궁금했었다. 그런데 양질의 독서 캠페인을 주로 진행하는 네이버 독서카페 '리딩 투데이'에서 이 책이 선정되었다. 기쁜 마음으로 지원했고 감사히도 선정되어 <잠중록1>를 영접하게 되었다.
처처칭한은 역시나 필명이었다. 중국 소설을 자주 경험하지 못해서 이름과 명칭에 대한 이질감이 있는 편이긴 하지만 필명의 뜻이 궁금했다. 옮긴이의 말에서 확인한 결과 '스산하다'라는 뜻임을 알 수 있었다. 당송 시집을 뒤적이다 선택했다고 한다. 처처칭한의 10여 편의 장편소설 유일하게 추리소설이 <잠중록>이라는 사실이 다소 충격이었다. <잠중록 1>에서 보았던 황재하는 추리천재였기 때문이다.
온 가족을 독살했다는 누명을 쓰고 반문할 틈도 없이 도망 나온 황재하.
그녀는 장안에서 형부 시랑을 지냈던 황민의 딸로 어렸을 적부터 영민하여 아버지와 함께 사건을 조사하기도 했다. 열일곱의 황재하는 낭야 왕가의 후계자 왕온과의 혼담이 그리 석연치가 않았었다. 그러던 어느날 하루아침에 온 가족이 몰살당했고 혼자 살아남은 것도 황망한데, 자신이 이 사건의 범인으로 주목받게 되었다. 재하는 누명을 쓴 채로 죽을 수 없었고 가족의 원수를 갚으려면 우선을 살아야 했기에 도망쳤다. 장항역의 도움으로 의장대로 분장하고 성문을 통과했고 왕부를 빠져나가기 위해 마차 안에 궤짝에 몸을 숨겼는데 기왕 이서백의 마차였다. 여기서부터 기왕 이서백과 황재하의 인연이 시작된다.
"지금 네게 단 한 번의 기회를 주는 것이다.
누명을 씻고 결백을 증명할 수 있는 기회말이다.
물론 진상을 밝혀 네 가족의 원한도 갚을 수 있는 기회지."
형제들과의 담소로 증거수집하고 사방안의 범인을 체포한 황재하를 신임하게 되고 현재 자신을 대상으로 위협을 주는 대상을 찾는 데 재하를 이용하기로 한다. 이 사건을 해결하면 촉으로 가서 함께 황 가의 죽음에 대해 조사해 주기로 약속한 것이다. 자신을 막대하며 냉정하고 결벽증이 있는 이서백이지만 의지할 사람이 그뿐이라 황재하는 선택의 여지없이 완벽한 수직관계에 적응하기 시작한다. 그것도 환관으로.
이서백은 환관 '양숭고'라는 완벽한 신분을 황재하에게 입혀 어느 누구도 황가의 여식이라는 의심을 품지 않게 만들어주었다. 그러나 숨길 수 없는 재하의 특출한 미모를 기억하는 사내들은 환관에게 시선이 자주 멈추는데..
혼인하기로 했던 왕온마저도 황재하를 많이 닮은 양숭고에게 호감적인 행동을 하지만 기왕 곁에 재하가 있을 리 만무하니 의심은 하지 않았다. 그래도 그렇지 왜 다들 의심 안 하는 거지? 시체 검시가 취미이고 황재하를 숭배하는 주자진 마저도 양숭고를 그저 똑똑한 환관으로만 보고 있었다. 양숭고가 여성이라는 것은 아는 이는 이서백 한 사람뿐이다. 물론 마지막에 두 사람이 추가되긴 하지만.
이서백에게 벌어지는 일은 누군가 갔다놓은 조충서 위에 여섯 개의 불길한 글자와 핏빛 동그라미의 표식에 따라 행해지고 있다. 이번에는 부인을 잃는다는 의미인 '환' 자에 붉은 동그라미가 나타났다. 기왕의 비가 될 사람이 위험하다는 표식이고 얼마 전 왕약이 비 간택이 되어 혼례를 준비 중이었다.
"현재가 어떻든지 간에, 이전에 자신이 행하거나 겪은 모든 일은
마음 깊은 곳에 각인되어 있습니다.
남을 속일 수 있을지 몰라도 자기 자신은 절대로 속일 수 없지요."
기왕과의 혼례를 열흘 앞둔 왕약은 풍습에 따라 복을 기원하러 선유사로 향했다. 출입이 통제된 이곳에서 낯선 남자에게 의미심장한 말을 듣고 불안해한다. 그리고 혼례 하루 전에 실종되어 다음날 실종된 침소에 시체로 발견되었다. 주자진과 함께 시체를 살핀 황재하는 시체의 주인이 왕약이 아님을 깨닫게 되는데..
사건과 연류된 악인이든, 선인이든, 권세가이든, 비루한 신분의 사람이든,
작가는 놓치지 않고 그들의 인생 속으로 깊이 들어가 그들의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탐욕스러운 인간의 본성을 사건과 인물을 통해 투영하면서도
악인들이 외치는 안타까운 호소에도 귀를 기울일 수 있게 해준다.
-옮긴이의 말
잘 짜여진 플롯에 한층 몰입했고, 정이 듬뿍 가는 캐릭터에 즐거웠으며 황재하와 이서백이 주고받는 눈길과 서로에 대한 호감을 표현할 때마다 두근거렸다. 명쾌한 승부에 짜릿한 것도 한몫을 했다. 자신의 부귀를 위해 어머니를 포기하고 여자로 살아야 했던 그녀를 미워했으나 단전에서 끌어내듯 읊조린 자신의 과거 이야기에 연민을 느끼곤 했다. 하지만 이 여인은 아마도 2권에서도 볼 것 같은 느낌이 든다. 2권에서는 재하의 원수를 찾을 수 있을까? 이서백과 황재하 그리고 주자진의 케미가 기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