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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쇼몬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단편선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지음, 장하나 옮김 / 성림원북스 / 2026년 1월
평점 :

회전하는 톱니바퀴 사이,
어느 바보가 남긴 마지막 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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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유작들을 덮고 나니 한동안 시야가 어지러워서 숨을 제대로 고를 수가 없었어요.이번엔 그 문장들이 날카로운 파편이 되어 가슴을 찔러오더라고요. 연대별로 모여 있으니 그의 삶과 예술이 더 선명하게, 더 아프게 다가오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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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소설집에서는 볼 수 없었던 그의 작품들 〈용〉, 〈귤〉, 〈게사오 모리토〉, 〈점귀부〉, 〈말 다리〉, 그리고 특히 〈톱니바퀴〉와 〈어느 바보의 일생〉—을 한 번에 만날 수 있었던 게 정말 좋은 기회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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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노스케의 <라쇼몬> <덤불 속>은가장 유명한 작품이라유고작으로 소개해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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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야를 잠식하는 운명의 형태
〈톱니바퀴〉
작품 속 주인공의 시야에 스며든 반투명한 ‘톱니바퀴’는 그냥 은유가 아니에요.
아쿠타가와가 실제로 앓았던 편두통의 전조 증상, 그 ‘섬광암점’이 고스란히 투영된 지독한 실재였어요.
멈추지 않고 돌아가면서 시야를 갉아먹는 그 기계적인 형상은, 자유의지를 잃고 필연적인 파멸로 끌려가는 인간의 공포를 너무 생생하게 새겨놓아요.
불안을 띤 노란색과 짧은 안식의 녹색 사이에서 위태롭게 흔들리던 그는 결국 이렇게 고백해요.
“나에게 있는 것은 신경뿐이다.”
모든 일상이 죽음으로 이어지는 그 연쇄 속에서 그가 느꼈을 막연한 불안이, 제 손끝을 타고 전해져 와서 가슴이 저릿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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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를 향한 가장 아픈 이름,
〈어느 바보의 일생〉
이어지는 고백록에서 그는 자신의 삶 전체를 ‘바보의 일생’이라고 이름 짓더라고요.
51개의 짧은 단락으로 흩어진 구슬처럼 파편화된 기록인데, 그 안에는 어머니의 광기라는 유전적 공포와 싸우면서도 문학이라는 ‘인공 날개’를 달고 날아오르려 애썼던 예술가의 고독이 짙게 배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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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다섯, 생을 마감하기 직전까지 써 내려간 이 자조적인 회고는 역설적으로, 삶을 누구보다 결벽스럽게 사랑했던 사람의 절규처럼 들렸습니다.
스스로를 바보라 불렀지만, 그건 생의 무게를 온몸으로 버텨낸 사람만이 내뱉을 수 있는 가장 정직한 단어였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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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를 파괴하면서까지 완성한 그의 예술적 양심은 정말 큰 울림으로 와닿았습니다.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는 운명 앞에서 펜을 놓았지만, 남긴 서늘한 진동은 10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제 피부를 스칩니다.
인생은 누구에게나 처음이라, 우리 모두 조금씩 서툴고 위태로운 ‘바보’일 수밖에 없다는 걸…
그는 죽음을 앞둔 마지막 문장들로, 조용히 위로하고 있었던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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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쿠타가와가 잉크 대신 눈물과 피로 써 내려간 이 편지들은, 마음이 조금 더 단단해졌을 때 펼쳐보는 게 좋을 거예요.
그의 신경이 건네는 그 진동이, 꽤 오래도록 손등에 머물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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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쿠타가와 류노시케를 아직 만나지 못하신 분,
다른 아쿠타가와 작품(라쇼몬, 코, 지옥변 등)은 읽어봤는데, 그의 ‘유작’ 쪽은 처음인 분께 이 책을 추천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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