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이, 그녀
왕딩궈 지음, 김소희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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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열일곱에 유수의 문학상을 거머쥐며 대만 문단의 총아로 올라선 극가 서른에 절필 선언을 한다. 그리고 2004년 소설집 <사회>로 문단에 복귀했다. 건설 대표로 있던 그가 다시 펜을 잡은 까닭은 '소설을 쓰는 것은 영혼을 정화시키는 일이다'고 하였다.

하루키가 글을 무기로 싸울 수 있는 작가라고 인정했다니 읽지않으면 안 될것 같은 강렬한 늑힘. 🤔


𓍊𓋼𓍊𓋼 주요인물

량허우..작중 화자

위민쑤..량허우의 아내

린종잉..량허우의 첫사랑

뤠이슈..량허우의 아들

라이쌍..수감중 사귄 친구

💭

"그 여자를 사랑해줘."

아내를 죽인 범인으로 5년간 복역하고 가석방으로 풀려난 량허우, 아들과 며느리의 보호속에 치매연기를 하며 살아간다. 얼마 후 출소한 라이쌍을 만나 그녀의 소식을 전해 듣는데..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자수성가를 목표로 시계수리에 전념하던 량허우는 남보다 10년 늦게 대학에 들어가게 되고 동아리 활동을 하며 린종잉에게 마음을 빼앗긴다. 고백은 커녕 선배에게 그녀를 양보하고 그렇게 잊혀져갔다.재판과정을 예의주시하던 그녀. 교도소에 면접 신청을 세 번째 거절당하자 편지를 쓰기 시작한다. 그렇게 글로 재회한 그들. 량허우는 쑤의 이야기를, 자신의 이야기로 편지를 채워 종잉에게 보낸다. 쑤의 출현과 죽음, 자신의 마음에 남은 그림자 전부.

💭선배는 여자의 삶이 누군가의 손으로 그려지는 것 말고 여자 스스로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난 그렇다고 생각해요. 애통하지만 확실하게 대답할 수 있어요 쑤는 오로지 자기 삶을 살고 싶어 했어요. 그랬으니 세속을 뛰어넘는 목소리를 단번에 낼 수 있었죠. 반항하는 쑤는 정말 멋있었어요. 이제 막 이성에 눈뜬 서툰 사랑이었을지언정 그 사랑을 위해 집을 버리고 떠났잖아요.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고작 열여덟 살이었어요. 열여덟에 그토록 선명한 목소리를 낼 수 있었던 걸 보면, 세상에 태어나 처음 울었던 그 순간에도 온 힘을 다 써버렸을 거예요.

쑤는 위 씨 집안에 막내이자 외동 딸으로 가부장적 폭력에 늘 노출되어 있었다. "우리 할머니는 예전에 할아버지에게 맞다가 도망가셨어요. 위씨 집안은 여자를 때리는 데에 혈안이 돼 있었죠. 여자를 때리면 행운이 온다나. 밤마다 정말 땅값이 올랐어요. 엄마는 그걸 못 견뎌 했어요. 콧대 높은 부자들의 낯짝도 탐탁지 않아 했고요. 그래서 어떻게든 도망가려고 애를 썼어요. 안 그러면 산 채로 죽을 테니까."엄마가 집을 떠나자 쑤는 계획했던 가출을 강행한다. 독신 삼촌 두 명, 오빠 셋, 아빠.. 시꺼먼 남자들만 있는 집안에서 엄마까지 없다면 계산 나온다.그렇게 도망나와 시계집 알바를 하며 량허우를 만나고 술취한 밤한 번의 실수에 뤠이슈를 갖게 된다.

량허우 인생의 두 여자에게 공통점이 있다. 바로 저항하는 목소리를 낼 줄 아는 사람이었다. 무언가에 반대하는 사람. 민주화 운동에 가부장 권력에 의한 폭력에.

이 소설은 묘하다. 작중 인물들이 하나 같이 안개에 둘러쌓여 있는 느낌이다. 사건은 선명한데 사람은 희미하다고 할까. 그 중에 주인공이 제일 이해하기 힘든 타입이었다. 쑤의 명예를 위해 누명을 쓰고 복역한 이후로도 사람들로부터 심판을 받는 이 남자.. 속마음을 잘 모르겠다. 애매하다 애매해... 바보인가. 속이 없나... 내 기준에는 쑤는 나~아쁜 여자다. 이 책 토론감인데.

은은하게 독자를 사로잡는, 한 번 잡으면 끝을 보고야 마는 소설이었다. 마지막 장을 덮고도 자꾸 생각나는.

왕딩궈, 글을 무기로 싸울 수 있는 작가라고 하루키가 칭찬했는데. 알 것 같기도 하고.

⋅•⋅⊰∙∘☾추천해요 ☽∘∙⊱⋅•⋅

대만소설 취향이신 분

대만소설 처음이신 분

왕딩궈 팬이신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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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HK북클럽에서 지원받은 도서로 직접 읽고 남긴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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