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의 몸 - 일의 흔적까지 자신이 된 이들에 대하여
희정 글, 최형락 사진 / 한겨레출판 / 2023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노동자의삶
#눈부신사람들


며칠전 읽은 이슬아 작가 인터뷰집
<새 마음으로>의 심화버전을 접한 느낌이랄까.
비슷한데... 이슬아 작가 책은 뭉클했고, 희정 작가의 글은 '가슴이 뜨거워진다'는 표현이 적절하겠다.



<베테랑의 몸> 저자는 자신을 기록노동자라고 소개했다.저서를 살펴보니 사회인문학 중에도 노동을 주로 다루는 듯. <일할 자격>은 언젠가 꼭 읽어보고 싶다.



이 책에는 생활의 달인에 출현해도 될 만한 진정한 고수들이 대거 등장한다.
순도 백퍼센트의 피땀으로 장인이 된 사람들.



1부. 균형 잡는 몸
세공사 김세모
조리사 하영숙
로프공 김영탁
어부 박명순·염순애

2부. 관계 맺는 몸
조산사 김수진
안마사 최금숙
마필관리사 성상현
세신사 조윤주

3부. 말하는 몸
수어통역사 장진석
일러스트레이터·전시기획자 전포롱
배우 황은후
식자공 권용국



"노동이라는 것은 냉정하여 무엇이건 지키고자 한다면 몸을 움직여야했다. 찰나의 성과도 특별한 것 없어 보이는 기술도 대가 없이 내주지 않았다."


"내가 그들에게서 본 것은 어떤 '가짐'들이다. 일을 위해 꾸준히 운동한다는 이도 있고,(중략) 자신만의 원칙이 무엇이건, 모두 견디고 버티고 인내하며 꼴을 갖춘 몸가짐과 마음가짐이었다."




젊은 나이에 결핵성 뇌막염으로 시력을 읽은 최금숙 씨가 세상으로 나오기 위해 2500시간의 수업을 듣고 안마사가 되었다. 20년 전, 시각장애인이 세상에 나올 수 있는 수단을 그 길 뿐이었으므로.

손상을 입은 이가 성실을 확보하기 위해 설움에 찬 결심을 해야 한다. 그 결심을 지키려면 온갖 사회적 '장애'를 넘어서야 한다.

후천적 시력상실이란 이런 것이다.
새로운 언어(점자)를 배우고 걷는 것을 배우고, 문 여는 법, 가스레인지 켜는 법 등 자신의 생존을 책임지는 법을 익혀야만 한다. 생존과 성실을 확보하는데 성공한 최금숙 씨의 이야기에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더이상의 극복이 필요하지않길 소원한다.




이 책에서 '법의 효력이 미치지 못하는 귀퉁이'들을 많이 발견했다. 자격증이 필요없는 로프공은 별도의 안전 교육이 없고. 당연히 관리도 되지 않는다. 실제 산업 안전 보건법에는 고소 로프 작업에 관한 세부 규정이 없다. 즉, 이들은 보호받지 못한다. 스스로 제 몸을 간수해야만 한다. '법에는 우리가 없다'는 말에 나는 화가 치솟고 만다. 이 나라 정말 창피한 구석이 많구나.

"기술은 왜 특정한 곳에만 쓰이는지.
왜 일하다 죽지 않을 권리는 일에 진심인 베테랑이 이를 악물고 지켜야 하는지."

-


누군가의 일에 편견을 멈추고 누군가의 삶을 존경하는 마음으로 지켜볼 수있는 힘이 이 책에 실려 있었다. 각자의 자리에서만큼은 어떤 보석보다 더 빛을 뿜어내는 그들 덕분에 세상은 더 아름다움으로 가득하다. 성실에만 집중하도록 사회가 안전한 망을 형성해줬으면 좋으련만.



세공사 김세모 씨가 인터뷰에서
'사람마다 내는 광이 다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물건을 보면 누가 했는지 알 수 있다'고 했다.
사람마다 내는 광이 다르다... 모두가 다른 광을 내고 있는 우리의 삶.

오늘의 내 삶은 어떤 광을 내었을까.



*출판사지원도서입니다.
#베테랑의몸 #희정 #한겨레출판
#노동 #인터뷰집 #추천도서
#사회 #배움 #추천해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