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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라는 가족 ㅣ 핀다―○○
김보리 지음 / 다람 / 2023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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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손을 내밀지 않았다면 가족의 굴레에서 벗어날 생각을 못 했을 것이다. 당시 우리집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지뢰밭이었다. 모든 딸들이 그렇듯 나도 엄마처럼 살지 않겠다고 수 억 번 다짐했다. 부채의 분배는 공평하지 않았다. 장녀라는 이유일 테다. 내 몸을 갈아 집 문제를 해결하는 게 당연한가? 아니, 마음은 늘 억울함과 분노로 들끓었다. 나는 장녀로 태어나고 싶지 않았고, 이런 부모를 원한 적도 없다. 나는 늘 날이 서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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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을 옮기면서 3개월 넘게 각종 질환을 병원을 다녔다. 원치 않는 일을 하려니 자꾸 고장이 났다. 가슴이 답답했던 어느 날, 그에게 데리러 오라고 연락했다. 그가 준비한 헬멧을 쓰고 뒷좌석에 올라타, 그의 옆구리 옷자락을 잡았다. 회사에서 집까지 40분 정도. 바람을 온몸으로 받아내니 가슴이 뚫리는 것 같았다. 그때도 우린 지인 사이였다. 물론 그의 속은 알 수 없었고. (지금도 솔직히 말해달라고 해도 입 꾹~하는 너 좀 맞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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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힘듦을 기꺼이 나눠가질 사람이라는 판단이 되자 결혼이라는 걸 생각하게 되더라. 그 집을 벗어나고 싶다는 마음이 없었다면 거짓말이고.. 결론은, 선택이 잘못되지 않았다. 서로가 서로를 구제해 줬다며 약 올리지만 살면서 내가 잘한 것 중에 하나를 꼽으라면.. ㅎ. 그가 아니었다면 나는 아주 불행한 비혼주의자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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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라는 가족>을 보면서 마음이 불편했다. 그때 '나'가 떠올라서.
제목에서 예감했던 뉘앙스와는 전혀 다른 에세이였다. 진지하고 무거운 글 조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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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말한다.
'굳이 혼자 산다는 것에 대해 좋은 점을 말하거나, 불편하고 나쁜 점 등을 손꼽을 필요는 없다'라고.
그래서 어떤 정보(팁)을 바라고 읽었다면 다소 실망스러울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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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무덤덤하게 일상을 공유했다. 혼자 살게 된 경위. 혼자 살 수밖에 없는 관계의 피곤함, 혼자 돌봄에 대한 사유 등등. 후반부에는 1인 가구들의 인터뷰 내용을 보면서 간접적으로나마 그들의 삶을 엿볼 수 있었다. 그중에 떡볶이집 가게를 하는 게 목표인 그녀의 가치가 인상적이었다. 가난, 생명, 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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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과 생명은 자신의 지분을 투자해 수익을 얻지 않으며, 누군가의 피로를 담보로 하는 경쟁 관계에 자신을 놓이게 하지 않고, 나와 내 주변의 모든 것들이 살아 숨 쉬고 활동할 수 있게 하는 힘이며, 타인과 자신에게 무해한 사람이 되어가는 일이기도 하다. 공동체는 사람과 사람의 관계가 축적되어 서로에게 의지가 되어주고 이 세상을 견디고 버티게 해 줄 근간이 되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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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적 가난이라.. 욕심내지 않는 삶을 지향하는 나와 다소 비슷한 가치다. 내가 욕심내어 귀히 여기는 건, 오로지 사람이다. 나를 아는 사람은 다 알고 있겠지만..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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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혼자라는 가족으로 삶을 일궈가는 중임에도 아직 완숙하진 못한 듯.. 화해가 필요해 보였다. 감내하고 버티다 부러지지 않았으면... 행복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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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지원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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