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다음으로 가는 마음
박지완 지음 / 유선사 / 2023년 4월
평점 :
흐드러지는 유채꽃 같은
노오란 표지에 끌렸고
제목에 마음이 쓰였다.
⠀
⠀
'다음으로 가는 마음'
그 마음이 궁금했고
다음 행로가 기대되었다.
⠀
⠀
책을 받고서야
저자가 영화감독이란 걸 알았다.
<내가 죽던 날> 감독 박지완.
⠀
⠀
⠀
⠀
⠀
📝이름을 걸고 나의 불안에 대해
글을 부끄러워하며 쓰고 있다.
⠀
⠀
⠀
⠀
⠀
불안의 크기가 작아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끄적이는 일을 멈추지 않았던 그.
⠀
⠀
⠀
⠀
박지완의 에세이에는
다음과 같은 단어들이 자주 보였다.
⠀
통제
불안
믿음
마음
영화
능란
⠀
⠀
⠀
⠀
📝 알 수 없는 나쁜 일들을 어떻게든
막아보고 싶은 마음을 자극했던
불안을 나름의 행동으로 털어보려고
애쓴다.
⠀
⠀
⠀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것들 사이에서
내가 통제할 수 있다고 믿는 것들로
발버둥 쳐보는 일을 오랫동안 해온 것이다.
⠀
⠀
⠀
늘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통제할 수 있는 것들에 대비하는 모습은
나의 모습과 비슷했다.
1박의 여행에도 가방이 너무 무겁다는
글에 피식 웃음이 났다.
나도 그렇거든.
⠀
⠀
⠀
📝나는 주로 썼다.
불안을 다스리기 위해,
오늘 하루가 헛되이 흘러가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 썼다.
⠀
⠀
나는 쓰는 것을 좋아하면서도
속에 얘기를 담는 일은
쉽지가 않다. 그게 일기라도..
쓸수록 서러움이 커지는 것 같아서.
쓸수록 더 좋아질 것이라는 믿음이
내겐 없었다. 저자처럼.
⠀
⠀
⠀
⠀
📝영화 <내가 죽던 날>에
"인생이 네 생각보다 길어"
라는 대사가 있다.
짧은 것보다는 덜하지만
그래도 꽤 잔인한 말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끝을 정할 수 없다는 것,
끝을 마주하기까지 계속 살아가는 수밖에
없다는 것은 큰 사랑을 담는다고 가정하면
조금 괜찮은 말이 된다.
그러니 예정된 마지막은
덤덤하게 끝을 맞이할 기회인 것이다.
⠀
⠀
⠀
저자는 가정 안에서 한 번도 성차별을
경험하지 않았다고 한다.
얼마나 큰 축복인가.
집안에 제일 큰 어른,
할아버지도 이치라는 것을 아는 분이셨다.
⠀
⠀
온 가족이 모인 자리에서
그의 덕담을 요청했더란다.
⠀
⠀
" 그대들이 사는 세상은 내가 산 세상과
너무 다르기 때문에 나의 얘기는 필요 없다.
그냥 각자 방식으로 열심히 살아가시라"
⠀
⠀
세상 쓸데없는 일이 꼰대짓이고
왕년을 내세워 자랑질 하는 것이다.
지금에서 과거가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세상에 밝은 어르신은
초등학생에게도 존대어를 쓰셨더랬다.
이런 어른과의 시간을 쌓아가는 게
어떤 기분일까.
존중이 디폴트인 가정 안에서
자신의 꿈을 맘껏 펼쳤을 것이다.
⠀
⠀
⠀
⠀
⠀
📝인생의 끝이 있다는 것
그러나 그 전까지는
끊임없이 무언가 시작된다는 것.
⠀
⠀
⠀
📝못난 나를 견디는 것은
나이가 들어도 여전히 어렵다.
견디지 못해서 합리화를 하고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 버린다.
오만한 생각과 얄팍한 실수와
잘못된 행동을 한 나를 똑바로 보는 것,
반성하고 수습하는 것,
반복하지 않기 위해 쓰는 것,
그 시간 동안 조금씩 나아질 것을
기대하며 나를 기다려주는 것이
자신을 제대로 사랑하는 것이다.
⠀
⠀
⠀
⠀
⠀
나를 제대로 사랑하는 과정은
혼자 할 수 없다고 한다.
누군가 만나 섞이고 깨지면서
일어나는 일이라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곳에서
나를 두어서는 불가능 한 일이란다.
⠀
⠀
누군가 이어져 있다는 생각은
나를 더 괜찮은 사람으로
만들고 싶은 원동력이지 않을까.
⠀
⠀
⠀
저자의 이야기는
우리의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마음이 닿인 다음'이 기대되는
책이었다.
⠀
⠀
⠀
📝매일매일의 작고 하찮은 일들이
결국 하루를 만들고
계절을 만들고 1년을 만든다.
그리고 그 시간을 지나며 조금씩
다음으로 가는 마음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이벤트 선물로 받은 도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