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늘 끝에 사람이
전혜진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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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탄을 금치 못했다.

이런 소설이 있다고?

읽는 내내 활활 끌어 오르는

감정을 추슬러야만 했다.


<바늘 끝에 사람이>은 국가 폭력과 맞물려 있던 사건들 소재로 sf, 호러, 스릴러, 미스터리의 형식으로 담아낸 단편집이다.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사건, 전교조 탄압 사건, 제주 4·3, 한국전쟁, 공군 내 성범죄, 5·18민주화운동이 연상되는 게 아니라 생생하게 보인다.(우리나라 사람이라면 응당 보이는 거겠지만) 작가의 역량 덕분이겠지. 이런 게 하이퍼리얼리즘 판타지인가.

"역사는 늘, 가장 좋지 못한 부분만 골라서 되풀이된다. 정확히는 시대가 바뀌어도 인간의 어리석음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는다고 보아야겠지."

작가는 과거에만 그친 게 아니라, 현재도 여전히 고통받는 국가 폭력의 피해자들이 존재하기에 끊임없이 목소리를 내어야 한다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바늘 끝에 사람이〉 몸의 75 퍼센트 이상이 기계로 대체된 기술자는 지상에서 7만 2천 킬로미터 떨어진 우주에 궤도 엘리베이터 85층에 혼자 농성 중이다. 근무 중 훼손된 신체는 기계로 대체되었으며 대체된 부분은 회사의 소유물로 규정이 되었다. 엘리베이터 완공을 앞두고 경기가 안 좋아진 회사에서 노동자에게 해고 통보와 엄청난 금액의 청구서를 내민다. 팔을 대체한 사람은 팔을, 다리를 대체한 사람은 다리를 반납해야 할 판. 몸의 75 퍼센트가 기계인 '나'는 그냥 죽으라는 것과 마찬가지. 이런 세상을 그를 투사로 만들었다.

<안나푸르나> 수업 중 우악스러운 사내가 쳐들어와 쌍욕을 하며 강펀치를 날렸다. 초6인 자신의 아들이 담임(윤선)으로부터 학대를 받는다는 것이다. 유튜버 놀이를 한다며 싫다는 여자애들을 따라다니며 영상을 찍고 있던 그의 아들의 휴대폰을 압수했을 뿐이었다. 그런데 그 사내 가슴에 액션캠이 달려있었다. 그는 유명한 BJ로 아들을 괴롭히는 선생을 참교육한다면서 실시간 중계를 하고 있었던 것. (그 아비에 그 아들이다. 뭘 배웠겠냐) 참교육은 어디다 갖다 대는 건지.. 윤선은 초등학교 은사님을 떠올린다. 안나푸르나에 완등하겠다던 선생님이 보여주셨던 참교육에 대해서.

<창백한 눈송이들>. 이 단편은 특히 마음이 아팠다. 유일한 혈육인 아버지(하극상)에게서 숨기 위해 공군 부사관이 되려는 유진. 성폭행을 당한 후 자살한 김 소위가 유진의 눈에 들어온다. 위국헌신이라면서 여자는 사람 취급을 해주지 않는 군대. 생목숨을 끊어내도 살아있는 가해자(남자)의 앞날이 더 중요하다며 선처를 해주는 이 거지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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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리뷰쓰기가 어렵다.

요약 못하는 고질병 도질 뻔.

분명한 건 작가님은 강단 있는 천재라는 점.

이 책은 무조건 추천이다.

*출판사 지원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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