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법 엄숙한 얼굴 소설, 잇다 2
지하련.임솔아 지음 / 작가정신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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뻐근한 목을 돌리다 천장 벽지에특이한 빛줄기인 반사광이 보였다. 그 빛을 쫓아가본다.어떤 물체에 빛이 닿아 이토록 신비로운 빛그림을 만든 걸까. 반사광을 따라 실체를 찾는 행위는 소설 잇다 시리즈와 많이 닮아 있다. 근대 소설가를 현대 소설가를 통해 재조명하는 작업.

❛소설 잇다❜​는 근대 여성 작가와 현대 여성 작가의 소설을 한 권에 담아 함께 읽는 시리즈이다. 이 시리즈의 가장 큰 특징은 강경애, 나혜석, 백신애 등 충분히 회자되지 못한 대표 근데 여성 작가들의 주요 작품을 현대 작가들의 시선을 통해 새롭게 주목해 보자는데 큰 의의가 있다.

소설 잇다의 첫 번째 작품 『우리는 천천히 오래오래』에서는 백신애와 최진영의 사랑에 대한 연대를 읽어볼 수 있었다. 이번 두 번째 작품은 고 지하련과 임솔아의 『제법 엄숙한 얼굴』에서 얼굴에서 드러나는 여러가지 감정과 내면을 주로 그려내고 있었다.

지하련의 소설은 유명 시인의 아내이자 월북했다는 이유로 제대로 평가되지 못했다. 볕이 들지 않아 빛나지 못했던 그녀의 글은현대 작가임솔아에 의해 재탄생된다. 기존 백신애의 소설을 최진영의 무드로 변주했던 작품만큼이나 이번에도 기대 이상으로 좋았다.

소설 잇다의 시리즈 두 번째 책은 지하련의 네 개의 소설로 출발한다.

결혼 제도의 모순과 가부장제의 억압으로 남편과 결별을 다짐하는 <결별>. 오라버니와 오라버니 친구를 보며 당대의 식민지 지식인들의 위선과 모순을 예리하게 통찰한 <체향초>, 편견을 벗어나 비로소 정면으로 바라보게 된 한 여인에 대한 <가을>, 패배한 지식인들의 깊이 박힌 열패감과 패배의식을 비판했던 <종매>까지 시대는 달랐지만 현재의 문제점과는 별반 다르지 않아 보였다.

네 편의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얼굴은 표제작 임솔아의 <제법 엄숙한 얼굴>로 다시 조우하게 된다. 1940년대의 얼굴보다 더 교묘해진 인물들. 카페 대표 제이에게서 겹쳐 보이는 지하련 소설 속 남성 지식인들. 모순을 경멸하면서도 모순을 놓질 않는 인간들. 영애에게 연변 사투리를 쓰게 하면 자신의 상처는 치유되는 것인가.

마지막에는 임솔아 작가의 에세이로 마무리된다. 지하련 작가의 소설을 리라이팅 해보자고 권유받고서 가장 먼저 관련 논문부터 찾아봤다고 한다. 관련 자료는 거의 없다시피했고 존재하는 논문도 남편(시인 임화)과의 관계를 중심으로만 서술되어 있어 상당한 고민을 했음을 알 수 있었다. 오랫동안 숙고한 흔적은 소설과 에세이에 고스란히 느껴졌다. 참으로 고마운 일이다.

물건은 그 자리에 있지만 빛이 드는 장소에 따라 반사광의 위치 또한 달라진다. 실체는 빛을 만나 아름다운 빛그림을 창조하듯 임솔아를 통해 그늘에 가려진 지하련을 추적할 수 있었다. 다음 세 번째 작가들은 누굴까. 점점 커지는 기대감에 부흥할 만한 작품이길.



*작정단10기 자격으로 지원받은 도서로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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