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사람 - 뒤흔들거나 균열을 내거나
김도훈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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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소개말이 인상적이다. '희미해져가는 물건, 사람, 사건을 수집하는 사람, 그리고 주로 글을 쓰는 사람'인 김도훈의 글을 들여다본다. 지극히 주관적이다. 솔직한데 매우 평등하다. 표현이 시원시원하다. 돌려까기? 그런 거 없다. 바로 깐다.

이 책에는 저자가 수집했다던 사람에 대한 글이다. 완벽한 사람보다는 인간적 결핍 때문에 자신의 재능이 가려진 사람들에게 늘 매혹당했다던, 그가 선별한 사람들이니 재미는 보장이다.

첫 번째 타자부터 솔로 홈런을!!!

제인 구달과 함께 영장류를 연구했지만 이름은 생소한 '다이앤 포시'

침팬지 연구가인 제인 구달은 워낙 유명한데 말이지. 고릴라의 첫 인간 친구였던 포시는 처음 들어본다. 영장류에 대한 인간의 인식을 완전히 바꿔놓은 세계적인 여성 동물학자인 두 여성의 삶은 극과 극을 달렸다. 작은 키(160대)인 제인 구달과 큰 키(180대)의 다이앤 포시. 고릴라를 연구가인 그녀는 멸종에 관한 고릴라를 보호해야 한다는 전 인류적인 인식을 처음으로 만들어냈다.

당시 포시의 별명은 '고릴라에 미친년'이었다고 한다. 그녀는 고릴라 고기로 삶을 연명했던 르완다 밀렵꾼과 끊임없이 싸웠고 결국 그들에 의해 살해되었다.약 3년 후 그녀의 저서를 영화로 한 <안개 속의 고릴라>는 개봉되었고 포시 역을 맡은 시고니 위버는 이 영화로 오스카 여우 주연상 후보에 올랐다고 한다.

포시의 저서 <안개 속의 고릴라>는 최재천 교수의 번역으로 2000년대 중반에 한국에서도 발행되었다. 이 책이 발행하고 밀렵은 줄었지만 끝나지는 않았다. 세상에 남은 고릴라는 1000마리도 되지 않는다고 한다. 포시의 과격한 보호운동이 없었다면 진즉 멸종되었을 것이다. 동물 구호자들의 지침이 늦게 오기를. 밀렵꾼들의 엄중한 처벌이 가해지기를.

코코 샤넬이 선택한 조향사 '에르네스트 보'의 샤넬 넘버 5는 아직도 세계에서 30초 한 병씩 팔려 나가고 있다고 한다. 얼마 전 코코 샤넬의 전기를 읽어서인지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벤토 나이트 모래라고 부르게 되는 고양이 화장실용 모래를 처음 판매하고 사업으로 확장한 '에드워드 로' 덕분에 우리는 고양이의 간택을 받는데 주저하지 않을 수 있었고, 히틀러의 치어리더로 평생 비난을 받은 다큐 감독 '레니 리펜슈탈' 덕분에 손기정 선수의 올림픽 경기 자료를 볼 수 있었다.

알고 있었지만 더 친숙해져버린 사람들 또는 본 적은 없지만 이제는 낯설지 않은 사람들의 이야기들을 저자의 문체로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작정하고 성차별에 대해 주장하는 구간(린제이 로한)에서는 호감도가 급상승해서 북토크가 있다면 멀리라도 찾아가고 싶은 마음까지 들 정도였다.

오랫동안 ' 안나 카레리나'가 사랑받는 이유는 남성이 지배하는 귀족 사회에서 스스로의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냄으로써 비극적인 결과를 맞이하는 드물게 생생한 여성 캐릭터이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요즘 나 이 책 읽는 거 어떻게 알았지? 뭔가 통한 걸까? 저긔요~ 제 텔레파시가 느껴지나요?

이 책의 스무 여섯 명의 삶에는 찬바람이 불면~ 가수 김지연 언니도 있다. 하나의 히트곡만 남기고 사라진 언니.

이 노래가 <사랑이 꽃 피는 나무>에서 최수종과 이미연의 테마곡이었다니. 엄마 옆에서 떠들면 처맞았던 드라마 하는 시간. 내용은 기억나지 않고 노래는 아는 나. 저자와 나이 차이가 별로 안 나는 듯.

하나의 히트곡 만 남기고 사라진 가수를 '원 히트 원더'라고 부른다는데 이 명칭도 처음 들어봄. 저자는 이 말을 인생에 대입했다. 인생의 원 히트 원더는 가장 빛나던 순간에 잠깐 빛을 발하고 다시는 그 순간이 돌아오지 않는다고. 그 순간을 영원히 기억하고 그리워하다가 갈망하며 황혼기로 달려가게 되는 것이 인생일지도.

멋지다. 엣지있다. 완독하면 저자의 호감도가 쭉쭉 올라가는 그런 책이다.


*출판사로부터 지원받은 도서이며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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