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 샤넬 - 코코 샤넬 전기의 결정판
앙리 지델 지음, 이원희 옮김 / 작가정신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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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용실에서 지루한 시간을 어떻게 버틸까 하다 잡지를 들었다. 향수 광고 '샤넬 넘버 5'를 보고 문득 샤넬에서 시리즈 향수가 있었나 보다고 생각했다. 지금도 명품은 그닥 내 관심을 끌지는 못하지만 (가지지 못할 거라면 쳐다도 보지 말자 주의) 그래도 샤넬을 채널로 읽었다는 유머는 웃을 줄 알고, 코코 샤넬이 여자 사람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가끔 MBC '신비한 TV 서프라이즈'에서 유명 인사의 스캔들을 재구성해 주는 걸 재밌게 보기도 했는데 샤넬도 예외 없이 출연했다. 재연배우님(외국인인데 한국말 무쟈게 잘함 그런데 연기력은 문제가 많음)이 보여주는 코코 샤넬 드라마는 흥미로웠다. 그런데 그녀의 전기가 내 손에!

💎철저한 조사와 연구, 증언을 바탕으로

입체적이고 내밀하게 그려낸

코코 샤넬 전기의 결정판

고아 소녀에서 '황금의 손'을 가진 패션 디자이너. 패션 디자이너들의 롤 모델이자 전 세계 여성의 로망이었던 그녀의 이야기를 읽었다. 금수저로 탄탄대로였을 것 같은 그녀가 아.니.었.다. 할아버지 때부터 장돌뱅이였던.. 역마살이 있는 샤넬가의 피를 이어받아 그녀도 한곳에 정착하는 운명이 아니었다. 그녀의 정식 이름은 가브리엘 샤넬로 2남 3녀 중에 둘째 딸이었다.

도시를 떠돌며 장사를 했던 알베르(아버지)는 뛰어난 화술로 여자를 유혹하는 게 밥 먹기보다 쉬었다. 여김없이 이번 도시에서는 잔이라는 처녀를 타깃으로 즐겼는데 임신이 되고 만다. 그녀의 가족이 알베르를 수소문해 찾아내고 결혼시키려면 도망 다니고... 세상 이런 비겁한 남자가 어딨을까. 결국 상당한 지참금을 받는다는 조건에 결혼식을 한다. 그의 역마살은 쉼 없이 발동했고 장사한다는 핑계로 그녀에게서 벗어나려 했다. 잔은 알베르를 넘놔 사랑해서 만삭의 몸으로도 그를 열렬히 쫓아다녔다고 한다. 천식이 심했던 잔은 무리한 뒷바라지로 숨을 거둔다. 이 비열한 자식은 본인의 자유를 위해 아들은 농가에 입양시키고 딸은 수녀원에 맡겨버렸다. 당시 알베르는 39세, 차녀인 가브리엘은 12세였다.


"나는 열두 살 때 모든 걸 빼앗겼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때 나는 중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아버지에게 애정이 컸던 그녀는 자신이 버려졌다는 것을 믿을 수 없었다. 원만하지도 않았던 성격 탓에 수녀들과 사이도 그리 좋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 흑백의 조화에 대한 그녀의 취향은 이 시절 환경에서 받은 영향이지 않을까라는 합리적인 의심은 원생들이 입는 유니폼이 그 증거지 않을까.

언니와 동생과는 달리 반항적인 성격이 강했던 가브리엘 삶은 역시나 녹녹치 않았다. 숱한 남자들과 뜨겁게 사랑했지만 결혼까지 갈 수 없었던 샤넬. 혼자 있기를 지독히도 싫어했던 그녀가 워커홀릭이 될 수밖에 없었는데 마지막은 그렇게 싫어하던 일요일에 혼자 숨을 거뒀다.

인기 배우들과 가수들을 제외하고 가브리엘은 당시 사진이 가장 많이 찍힌 인물 중의 한 사람이었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이렇게 초상 사진이 많은 디자이너를 본 적이 없다. 각계 전문가들에게 눈에 띄기 위해, 대중에게 자신을 알리는 데 아주 중요한 전략이었음을 알 수 있었다.

가브리엘은 예술가 친구들에게 영감을 서로 주고받았다. 디아길레프, 나진스키, 보리스 코치노, 세르게이 리파르스트라빈스키. 피카소, 살바도르 달리, 콕토, 리디게, 막스 자코브, 사티. 미요, 라빌 등 동시대 최고 예술가들과 친구로 지내며 은밀하게 그들을 후원하기도 했다고 한다. 파리의 에티엔의 아파트에서 모자디자이너로 시작할 수 있었던 것도, 샤넬 패션이라는 의상실을 열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혼자의 힘은 아니었기에 자신이 받았던 선물을 예술가 친구들에게 나눠준 게 아닌가 싶다. 또한 '코가'라는 재단을 설립해 사후에도 후배들과 가난한 이들을 살필 수 있도록 했다. 이런 게 인간이 지닌 상냥함과 선순환이지 않을까. 샤넬이라는 브랜드가 영속될 수 있었던 이유도.

"여성적인 아름다움과 남성적인 지성, 환상적인 에너지가 뒤섞인 그녀에게 매료되었다."

한결같이 그녀에게 빠진 뭇 남성들이 하는 말이었다. 일하는데 머리가 거추장스러워 짧게 잘랐을 뿐인데 유행이 되었다고 했다. 그렇게 샤넬은 여성들의 워너비였고 트렌드였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매력적이고 사교적인 그녀는 때론 거친 말을 내뱉기도 하고 변덕스러웠으며 극단적일 때도 있었다고 한다. 유행은 선도했지만 유행만으로 저물지는 않았다. 인생에 있어 크다면 클 수 있는 완성된 사랑에는 도달하지 못했지만 지금도 수많은 사람들이 사랑하는 브랜드가 샤넬이라는 결과만으로 그녀에게 실패한 삶이라고 누가 말할 수 있겠는가.

생전에 샤넬도 출판사에 원고를 팔 생각으로 전기를 계획하려고 했으나 실패했다. 당시 가난했던 자신의 과거와 아버지로부터 버림. 가수로 활동했던 부분은 제외하고 자신의 성공에 대해서만 집필을 했다고 하니 그럴 만도 하다. 다소 오해할 수 있었던 소지를 이 책에서 풀어내서 좋았고, 제법 두꺼운 분량임에도 재미난 소설을 읽는 것처럼 술술 넘어가는 부분이 신기했다. 명품 잘알못인 나도 재밌는데 하물며 코코 샤넬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더 흥미롭게 읽힐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샤넬이 남긴 물성들에 애정 어린 시선이 머물게 되는 책.

출판사로부터지원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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