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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애하는 숙녀 신사 여러분
유즈키 아사코 지음, 이정민 옮김 / 리드비 / 2023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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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작년인가, 유즈키 아사코와의 첫 만남은 풍미 가득한 이야기였다. 그녀의 맛깔난 필력 덕분에 입안에 침이 고였던! <버터> 는 600쪽의 장편임에서 가독성과 몰입감이 끝장이었다. 그 후로 다시 만난 단편 모음집. 제목마저 예사롭지 않은 이 작품집은 2016년 5월부터 2022년 10월까지 월간 문예지 〈올요미모노〉에 발표한 단편 일곱 편을 엮은 것으로, 연작이 아닌 독립된 이야기로 구성된 작가의 첫! 작품집이다. 오!! 이런 건 읽어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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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칙 따위 깨 버리면 그만!
편견과 고정관념을 유쾌하게 돌파하는 여자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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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Come Come Kan!
2️⃣둔치 호텔에서 만나요
3️⃣용사 다케루와 마법 나라의 공주
4️⃣아기 띠와 불륜 초밥
5️⃣서 있으면 시아버지라도 이용해라
6️⃣키 작은 아저씨
7️⃣아파트 1층은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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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춘추 출판사 1층 살롱에서 편집자와 마주한 신인작가 사메코, 그녀의 원고는 통과되지 않았고 편집자를 보낸 후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데 동상이 말을 걸어오는데?! 주변에는 일본문학대문호인 기쿠치 칸의 동상뿐... 환청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선명한 소리에 사메코는 말대꾸를 해줬더니 말대꾸한 인간은 처음이라며 기뻐하는... 문예춘추 출판사 살롱을 만든 그는 원래 취지는 문인들과의 교류를 위한 장이었다며 저기 앉아있는 퇴짜 맞은 작가와 친해지라고 찌르고 그걸 또 들어주는 사메코. 사메코는 어릴 적부터 처음 보는 친구를 집에 데려오는 둥 남다른 오지랖을 가졌지만 말하는 동상도 어지간히 간섭을 한다. 집에까지 데려온 작가와 동고동락하며 원고를 수정하고 제출했더니 베스트셀러로 등극! 남부럽지 않게 살아온 사메코는 자신의 글이 밍밍하다는 편집자의 지적에 어느 작가처럼 시련이 없는 자신의 환경이 글 쓰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겠다고 주춤했지만 명랑하기 그지없는 칸과 대화하면서 자신만의 스타일을 고수하는 그녀가 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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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셀러 <영원의 낙원>의 작가 모리는 삼십 년 만에 둔치 호텔을 다시 찾는다. 젊었을 때 이곳은 여러 여자들과 사랑을 즐겼던, 불륜의 성지이기도 했는데 현재 이 호텔은 가족 중심의 콘셉트를 내세우는 곳으로 변모해 있었다. 오래전 그녀들을 연상시키는 미인들에게 추파를 던졌으나 당연히 무시.(할아버지 제발.. 그러지 마요..) 마침 싱글 파파인 듯이 보이는 우스이 가족들과 몇 번 인연이 되어 <영원의 낙원> 속편 캐릭터 연구할 겸 해서 술 약속을 잡는데.. 자신의 기준으로 사람을 평가한다고 했다. 자신만 알고 비겁했던 모모보다 일상을 소중히 여기는 우스이가 훨씬 호감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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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철의 여성 전용 칸을 역차별이라고 생각한 다케루는 같은 생각을 갖고 있는 동지들과 들고일어나려 했는데 갑자기 마법 나라 용사로 소환되어 공주를 구하러 모험을 떠난다. 오 유치해 이거 뭐야 하다가 .. "친구와 협력할 수 있는 사람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강한 사람이라네."라고 공주가 친 대사에 이거구나 했다. 여성을 경쟁자로 볼 게 아니라 협력하는 관계로 보는 날이 얼른 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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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유즈기 아사코!! 아기 띠를 두르고 불륜의 성지에 입성한 육아맘 이야기가 제일 반가웠다. 전작 <버터>가 생각날 만큼 음식 표현이 아주 죽여줬다. 그 초밥집은 콘셉트를 변경하던지 접든지 해야 할 것 같다. 남자들과는 달리 여자들은 육아맘에게 마음이 기울고 그녀들은 오늘 밤만은 남자의 품을 거절하기로. 그다음 이야기에는 이혼 소송 중인 육아맘이 등장하는데 어울리지 않게 시아버지가 아들과 못 사겠다고 집을 나서서 며느리 집에 들어앉으려 하는 설정이다. 오잉?? 일본은 이게 가능한가? 손끝에 물 한 방울도 묻히지 않던 시아버지는 며느리와 함께 살면서 육아와 살림을 배워가고 이제는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는데.. 이렇게도 살아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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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단편집은 성으로 분류된 규칙과 고정관념을 유쾌하게 깨뜨리는데 일조를 했다. 재미는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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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성이 패러디를 하고 있는 샘 스미스는 자칭 논바이너리라고 한다. 그(He)와 그녀(She)가 아닌 그(They)라고 불러달라고 하는 샘이 요즘 들어 행복해 보인다. 역시 자신을 사랑하고 세상을 즐기는 자에게는 이길 수가 없다고. 보기 좋다. 그나저나 노래 너무 좋더라. 중독성 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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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지원도서입니다.
#친애하는숙녀신사여러분
#유즈키아사코 #리드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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