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미술관 - 풍속화와 궁중기록화로 만나는 문화 절정기 조선의 특별한 순간들
탁현규 지음 / 블랙피쉬 / 2023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박물관 관람은 초등학교(라떼는 국민학교였지만) 소풍이 최초였지 싶다. 세 자매의 앞날을 위한 경제활동으로 바쁘신 우리 부모님은 큰 맘먹고 쉬는 날이면 풍류를 즐기는데 집중하셨더랬다. 딱히 불만은 없었다. 세 딸들을 어디든 데리고 다니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니까. 가족소풍보다는 단체 소풍이었던 터라 동네 꼬마들과 어울리면 그만이었다. 어느 한쪽도 불만은 없었다. 어른들은 어른끼리 애들은 애들끼리. 다들 그렇지 않나? 좌우지간 비글과 맞먹는 체력을 가진 아이들에겐 박물관은 너무 재미없었다.

정신없이 놀다 보니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의문이 생겼다. 나에 대한 탐구는 '우리는 어디에서 왔을까'라는 근원적인 호기심을 일으켰는데 그 널름널름하던 의문이 역사 쪽으로 번져 나갔다. 역사의 재미를 이제야 맛본 나. 크~~

<조선미술관>의 저자는 고미술계에서 정평 있는 최고의 해설가라고 한다. 예리한 해석과 맛깔나는 입담은 재밌는 역사 드라마와 다름없다는! 그 드라마 내가 책으로 봤다는 것! 대박.

풍속화와 궁중기록화로 만나는

문화 절정기 조선의 특별한 순간들

백성의 다채로운 일상을 담은 풍속화부터 왕실과 상류사회의 경사스러운 행사를 그린 기록화까지, 신윤복, 정선, 김홍도를 비롯한 조선의 천재 화가들 7인의 작품과 더불어 태평성대를 누린 숙종과 영조대의 기록 화첩도 소개되고 있었다. 저자는 조선시대 화가들의 뛰어난 연출력을 감각적인 해설로 그림을 더 흥미롭게 관찰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었다. 스님들이 길거리 탁발을 위한 공연을 '스님들의 버스킹'이라고, 장수를 축하하는 잔치에 술을 담당하는 이를 '기로회 바텐더'로, 노름꾼들을 보며 조선판 카지노라는 둥 .. 이런 식으로 비유할 때마다 피식피식 웃음이 세어 나가게 된다.

신윤복의 인물화는 정말이지 너무 곱다. 그림을 팔아 먹고 살긴 했지만도 당대 상류층이 벌이는 퇴폐성을 고발하는 그 맹랑함이 왜이리 멋진 거야. 내가 그 시대에 태어났다면 반했을 듯.

그가 출세를 못한 이유가 아버지였다는 것에 열불이 났지만, 어진 또는 궁중 기록화를 그리는 신윤복은 또 상상이 안되기도 하고, 만약 그랬더라면 귀한 역사적 사료인 그의 그림을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선미술관>은 1관은 풍속화, 2관은 기록화로 구분되어 순서와 별개로 읽고 싶은 부분부터 보면 된다. 개인적으로 기록화보다는 풍속화가 더 재밌었다. 사람 사는 냄새가 물씬 나는 이야기가 최고지.


*출판사 지원도서입니다.

#조선미술관 #탁현규 #블랙피쉬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