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영원의 시계방 초월 2
김희선 지음 / 허블 / 2023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요즘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장르는 단연 SF 문학이다. 다소 마니아적인 SF장르가 일반 문학으로 유입된 건 꾸준히 선보인 출판사의 노력과 SF문학의 스타작가들의 등장이었을 것이다.


동아시아 출판사는 한국 SF의 미래를 관측하는 망원경이 되겠다는 포부로 2016년 출판 브랜드 '허블'를 론칭했다.


김희선 작가의 <빛과 영원의 시계방>은 2022년 4월부터 시작된 한국문학의 SF 세계 위로 떠오른 초승달, 초월 시리즈 두 번째 소설집이다. 김희선 작가는 병원에서 약사로 일하고 퇴근해 매일 1~2시간씩 소설을 쓰는 루틴을 지키고 있다고 한다. 약사와 소설가라는 직업을 가진 그가 생소하지는 않다. 누군가 떠오르는데 그건 비밀.

이 책을 만나기 전에 그의 작품을 만난 적은 없으나 완독 후 몹시 당황스러웠고 김희선 유니버스가 궁금해졌다. 사회파 SF라고 부를 법한 이야기들이라고 소개된 이유를 찾아낸 것이다.


단편의 작중 인물 중에는 최루탄에 맞은 대학생, 노동착취에 봉기를 일으킨 공장소녀들, 파독 광부 가 있다. 오래전 시간으로 독자를 데려가며 또 다른 이야기로 현실의 경계를 너무나도 쉽게 허물어뜨린다.

무엇보다 시공간 여행 머신 '기압 운송선', 버튼 하나로 세상을 리부팅하는 '둠스데이 머신', 뇌를 디지털화해서 의식을 컴퓨터에 옮기는 '전뇌시물레이션', 기억 재구성 '기억기반 가상현실', 태엽 감기 한 번으로 24시간 일하는 자동인형 '오토마톤' 등 흥미로운 장치들이 책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한다.


단편임에도 장편으로 느껴지는 것은 나만의 착각일까. 한 편 한 편 굉장한 일이 벌어진다.

막바지에는 존재의 근본 원리에 대해 의심하게 되는 지경에 이른다. 나는 내가 아닐지도, 이곳은 누군가의 꿈일지도, 내 기억은 누군가에 조작되었을지도 모른다는.. ㅋ. 그만큼, 혼이 나가도록 재밌었다는 의미다. 다음 초월 시리즈도 무척 기대된다.




-----



💎"실은 내가 뭘 만들다가 아주 신기한 걸 발견했거든. 그 뭐냐. 세상 어디든 다 갈수 있는 방법이라고 해야할까."



💎"내가 완전히 과거에 속해 있지도 않고 그렇다고 오롯이 현재에 속해 있지도 않은 채, 물리적으론 과거, 의식적으론 현재를 헤매고 있었다는 사실이란다. 마치 관찰자처럼 과거의 나 자신과 사건을 바라보는 느낌이었고."



💎"혹시 세상에 길은 한 갈래뿐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누구나 그 폰을 손에 넣는 자는, 언제든 우주를 다시 시작할 수 있었으니까. 겨우 '전원꺼짐' 버튼 하나를 누르는 것만으로."



💎"정신의 빛이든 육체의 빛이든, 인간은 결국 빛을 추구하게 마련이니까요."



💎"만약 꿈의 레코더가 상용화된다면, 우리들 각자는 하나의 꿈으로 고정되고 다른 모든 가능성들은 소멸할 겁니다."



💎"때론 사라져 가는 기억이 새로운 이야기와 뒤섞여 악몽을 만들어 낼지도 모릅니다."



💎"아무리 봐도 자케 드로의 오토마톤은 자신이 자동인형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것 같으니까요."



💎"누군가의 기억을 완전히 지워주는 일만을 전문적으로 하는 남자들이 존재하리라곤 아무도 믿지 않았다."



💎"사실은 영화가 진짜 현실이고, 지금 여기가 바로 허구이자 상상 속 세계라는 걸. 내가 알아냈으니까요."




*동아시아 서포터즈로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빛과영원의시계방 #김희선 #허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