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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은 조금만 - 자부심과 번민의 언어로 쓰인 11인의 이야기
이충걸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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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에 최초 인터뷰는 대입 면접이었다. 디자인과라 외모에 힘 좀 주고 갔건만 살벌한 날씨에 콧물을 어찌나 마셨는지.. 면접 교수님이 코가 굉장히 빨간데 괜찮냐고 물어보셨던 기억이 난다.
느~~무 추웠던 면접장. 혹시 극강의 추위를 버티는 자에게 가점을 주려고 그들은 난방기를 껐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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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의 사전적 의미는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개인이나 집단을 만나 정보를 수집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으로 처음에는 기자들이 주로 쓰는 용어지만 이제는 자주 사용이 되어 매우 친근한 단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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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집은 이슬아 님에 이어 두 번째다. 시작이 좋으면 그 느낌이 이어지는 것 같다. 첫인상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겠다. 그래서인지 이충걸 저자의 <질문은 조금만>을 접하는데 어려움이 없었다. 이슬아 저자의 서술 형태와 은유적 표현이 확연히 다르긴 했지만 사람과 사람의 만남이라는 기본적인 형태는 같았기에 인터뷰가 종료됨과 동시에 대상자에 대한 호감 생성과 그의 다음 행보가 궁금해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강유미가 비호감이었는데 호감으로 바뀌었고, 법륜스님을 향한 존경심은 더욱 깊어졌다. 개인의 능력이 불평등하게 평가되는 사회에 변화를 꾀하는 강경화 언니도 멋졌고. 엄마 미소를 짓게 만드는 차준환 선수의 단단함을 보며 반하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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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을 던지고 자극에 응전하는 동안 내가 원한 것은 "언어"였다. 정확한 팩트 위에 설복의 힘을 갖춘 낱말. 전문적인 섬세함 위에 유머와 억양을 갖춘 쉼표. 언제까지나 귀 기울이고 싶은 압축된 지혜. 그리고 그들이 스스로를 탐문하는 이야기 속에 숨겨두었던 설명을 꺼낼 때 어떤 습득의 상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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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부터 쭉 고민하고 있는 주제가 언어이다. 책 속의 문장과 단어를 수집하는 이유는 지금까지의 나의 언어를 재구성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 그가 사용하는 언어가 그의 모든 것(인격 품격 지성 등등), 그의 세계이니까. 내가 자주 사용하는 언어를 다듬을 필요를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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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만난 11인은 특별한 사람이면서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누구랄 거 없이 세상 속에 좌절과 불안을 떠안고 다시 일어나기를 반복하는 사람들이었다.끝없이 자신과의 내담하며 답을 찾아가는 평범하지만 특별한 사람들. 저자가 그토록 찾아 헤맨“압축된 지혜의 언어”를 인터뷰집에서 경험해 볼 수 있었다. 무엇보다 저자의 수려한 필치에 감탄하며 수첩에 옮겨 적은 문장들을 리뷰를 준비하면서 다시 꺼내 보았는데 정말 놀라울 뿐이다. 언어에 대해 진심인 그의 마음이 느껴졌다. 이토록 좋은 인터뷰집을 또 만나다니 정말 행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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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모든 순간이 질문과 대답으로 엮여있으니까. 언어는 세계의 전부이자 표정을 손질하는 단 하나의 가치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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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지원도서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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