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천천히 오래오래 소설, 잇다 1
백신애.최진영 지음 / 작가정신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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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잇다❜는 근대 여성 작가와 현대 여성 작가의 소설을 한 권에 담아 함께 읽는 시리즈이다. 이 시리즈의 가장 큰 특징은 강경애, 나혜석, 백신애 등 충분히 회자되지 못한 대표 근데 여성 작가들의 주요 작품을 현대 작가들의 시선을 통해 새롭게 주목해 본다는 것이다.

첫 번째 이야기 『우리는 천천히 오래오래』에서 여성과 사랑에 대한 글을 품고 있었다. 1930년대 근대 여성작가와 현대 작가의 100년의 시간을 넘어 '사랑'으로 연대를 통해 묵진한 메시지를 던져주는 작품이다.

고 백신애(1908.5.19~1939.6.25)는 하룻밤에 휘갈겨 쓴 단편을 응모하여 최초 신춘문예 여성 작가가 된다. 등단을 했으나 다시 작품 활동을 한 건 죽기 5년 전부터라고 한다. 어린 시절 겁쟁이라고 불렸던 그는 정열적이고 낭만적인 삶을 살았다. 오로라를 보겠다고 블라디보스토크 밀입국을 강행하더니 유치장에 감금되었고 우여곡절 오른 귀국길에서는 일본 경찰에게 체포되어 지독한 고문을 받기도 했다. 여성운동가로서도 열렬한 활동을 했던 그는 31상에 췌장암을 진단받고 얼마 되지 않아 요절했다.

17세에 시집와 혹독한 시집살이를 한 주인공이 남편의 바람피우는 것을 보자 미쳐버린 이야기 <광인수기>, 세 번의 우연한 만남은 운명을 느낀 S에 대한 사랑과 투병 중인 자신의 신념을 다져내었던 <혼명에서>, 예비 약혼자의 아우를 보고 반한 30대 미망인 예술가의 <아름다운 노을> 등 세 편을 이 책에서 읽어내면서 떠오른 영상이 있다.

문소리와 서강준 주연의 단편 드라마 <하늘재 살인사건>도 젠더 배치가 역전되어 있다. 정분(문소리)과 윤하(서강준의 첫 만남은 전쟁통에 미망인과 소년이었다. 그리고 세 번째는 장모와 사위라는 위치에서 만난다. 윤하는 소년 시절 처음으로 따스함을 보여준 정분에게 남자로 다가가기 위해 그녀의 딸과 사랑 없는 결혼을 한다. 그리곤 윤하는 정분에게 말한다. 다시는 헤어지지 말자고. 정분과 윤하의 사랑은 아름답지만 잔인했다. 어리광대며 치근거리던 윤하에게서 정규를 보았고 그런 윤하에게 자꾸 끌리는 자신의 마음에서 죄책감을 느끼던 정분에게서 순희가 보였다.

백신애가 그린 여성과 사랑은 애달프고 위태롭다. 이 땅에 여성이 사람으로 인정받기 힘들었던 시절에 억압과 탄압을 운명이라 여기고 오직 자식만을 위해 참고 또 참았던 우리의 어머니들의 삶이었다. 이에 최진영은 무해하고 안전한 사랑을 메이킹 한다. <우리는 천천히 오래오래>에서는 여성과 여성이 주인공이다. 사랑이 주는 다정함과 위안, 설렘과 따뜻함을 쓰기 위해 잠재적 가해자인 남자를 투입시킬 수 없었다고 한다. <아름다운 노을>에 순희와 정규의 이름을 그대로 데려와 한 땀 한 땀 수놓았던 따뜻하고 반짝이는 마음들. 웅덩이에 발을 구르기도, 뛰면서 소리 지르며 빗속 달리기를 함께 할 연인들. 그들의 사랑을 보면 안심이 된다.

최진영 작가는 제13회 백선애문학상의 수상자였다.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소설을 통해 그들의 목소리를 내어주던 주는 작가다. <내가 되는 꿈>으로 처음 알게 된 그의 무해한 글을 또다시 볼 수 있어 좋았고 ❛소설 잇다❜의 첫 번째 시리즈에 첫 주자로 역임이 된 게 왜 이리 흐뭇한지. ❛소설 잇다❜ 시리즈의 두 번째 이야기가 벌써 기다려진다.

고 백신애 선생님에게 사랑은 '자유'이자 '신념'이자 '예술혼'이었으며, 최진영 작가에게 사랑이란 '다정한 위안, 설렘과 따뜻함이 주는 것이었다. 우리의 사랑이 언제나 평안하길 바란다.

*출판사 지원도서로 개인적인 소견을 담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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