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이 물었다 - 소중한 것들을 지키고 있느냐고
아나 아란치스 지음, 민승남 옮김 / 세계사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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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폐소생술을 진행할 수 없었다. 서명하러 닥터 룸으로 갔다. 중환자실에 입원 후 조치 내용부터 지금까지의 수치 안내를 받으며 인정해야 했다. 곧 엄마가 떠난다. 더 이상 해드릴 게 없다. 울음을 참으며 빠르게 옥상으로 갔다. 나는 무너졌다.

 

 


2020년 6월 28일. 생신을 이틀 앞두고 돌아가셨다. 유골함을 안고 친정으로 향했다. 상을 처음 치르던 나는 이 과정들을 끝나기를 기다렸나 보다. 남편과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도 난 멍했다. 그리고 집에 도착하고서 터졌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그렇게 난 철저히 붕괴되어갔다.

 

 


죽음으로 목도한 게 처음은 아니었다. 20대 초반에 둘도 없었던 친구의 죽음이 나에게는 첫 번째였다. 그 친구도 완치 확정인 5년을 버티지 못했는데 우리 엄마도 완치 판정 한 주 남기고 돌아가셨다.

 

 


중환자실에 의료진에게 엄마의 병명을 알리지 말아 달라고 간곡히 부탁드렸다. 엄마는 끝까지 본인의 상태를 모른 채 생을 마감하셨다. <죽음이 물었다>를 읽고 그 당시 판단이 '누구를 위한 것이었나'에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 환자들에게 그들의 심각한 상태에 대해 알 기회를 주면, 진실은 그들이 남은 시간을 의식적으로 활용하고 삶의 주도권을 잡을 기회를 제공해 준다.

 

 


생체 시계가 서서히 자연스럽게 멈춰가는 과정을 몸의 주인의 허락 없이 우리 가족은 개입했고, 마지막을 준비할 시간도 빼앗아 버렸다. 우리 엄마는 개복 후 봉합은 못했다. 그래서 수술 후 계속 마취 상태로 계시다가 돌아가셨다. 당연히 눈을 마주 보고 인사할 기회도 없었다. 2주도 안되는 짧은 시간에 벌어진 일이다. 정상적인 판단을 할 수 없던 시기였다. 엄마, 미안해요.
 

 

 

<죽음이 물었다>를 통해 완화의료의 존재를 알았다. 완화의료는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과 관련된 문제에 직면한 환자와 그 가족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접근으로 조기 진단과 정확한 평가, 그리고 통증과 기타 신체적, 심리적, 영적 문제의 필요를 통해 고통을 미연에 방지하고 경감시킨다. (80) 완화의료인이 돌봄을 받는 환자의 평균 기간이 보름이라고 한다. 맞이한 지 며칠 만에 눈을 감는 환자도 있고, 예상 수명보다 더 길게 보내는 환자도 있었다고 한다.
 

 

 

이 책은 브라질의 완화의료인이 죽음과 완화치료에 대해 쓴 에세이다. 저자는 말한다 '사람들은 결국 살아온 대로 죽는다. 의미 있는 삶을 살지 못했다면 의미 있는 죽음을 맞이할 기회를 가질 가망도 없다.'라고. 어떻게 죽을 것인가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으로 되돌아온다. 이 책의 화두는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일 것이다.

 

 


대부분 자신과 가족의 죽음은 남의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죽음은 가까이 있다. 매일매일이 죽음을 향해 소진되는 시간임을 각성해야 할 필요가 있다. 생의 마지막을 정리하기에 보름은 너무나 짧은 시간이다. 삶의 유한성을 직시하고 후회 없는 삶을 살아가는데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가제본을 먼저 읽을 수도 있었지만 망설였던 이유는 다시 꺼내야 하는 아픔에 감당할 수 있을지 고민이 들어서였다. 하지만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오로지 이 책에 몰입할 시간을 일부러 만들어 읽었다. 리뷰가 길어질 것을 예상했고 줄이고 또 줄여봤지만 역시 길어졌다. 어쩌면 이 리뷰가 그대의 콧등을 시큰하게 할 수도 있겠다. 나의 경험이 더한 글이라 조금은 양해해 줬으면 좋겠다.

 


동생과 늘 하는 말이 있다. '인간 쉽게 죽어. 하고 싶은 거 원~ 없이 다하며 살자.' 우리 자매는 하고 싶은 게 있다고 말하면 절대 말리지 않는다. 그대도 꼭 그렇게 하길.

 


*출판사 지원도서로 개인적인 소견을 담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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