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행성이 있었다
프랑수아 를로르 지음, 양영란 옮김 / 마시멜로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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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에 정신과 의사 프랑수아 를로르는 <꾸빼 씨> 시리즈로 전세계인이 가장 사랑을 받는 작가가 되었다. 그런 그의 첫 sf 소설! 《푸른 행성이 있었다》이 내 손안에 들어왔다. ‘독자를 행복하게 할 감동적이고 놀라운 이야기’라는 평을 받으며 화제가 되고 있다는 이 소설! 엄훠~ 너무 기대된다.

기술발전이 오히려 인류를 위협하고(기술이 인력을 대체되는 등) 더불어 확장되고 있는 생태계 변화는 비단 우리 아이들이 살게 될 세상은 녹록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버지의 눈으로 바라본 아이들의 미래가 걱정된 작가는 자연스레 사랑 이야기면서 철학 동화이기도 하고 모험 소설이도 한 이야기가 떠올리게 되었는데 그 소설이 바로《푸른 행성이 있었다》이다.

기후 재앙과 경제 전복으로 각국에서는 물과 원자재를 차지하기 위한 국지전이 잇달았고 이에 지구는 방사능 구름과 핵겨울이 몰려오면서 문명 전체가 막을 내리게 된다. 이미 화성에 세워진 콜로니로 터전을 잡은 사람들은 지구 대재앙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화성의 유독가스로부터 인간을 보호해 주는 돔으로 세워진 콜로니에서 사람들은 폐소공포증을 견디며 언젠가 지구에 돌아갈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콜로니에서 바라본 지구를 푸른 행성으로 부르기 시작한 건 비극적인 과거가 지워지고 새로운 시작이 가능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었을 테다.

화성 콜로니에서 정착한 인류는 우수한 인재를 엄격하게 선별된 자였기에 5세대도 안 되는 기간에 과학적, 기술적으로 안정된 사회를 이룩하게 되었다. 모든 곳을 관장하는 중앙컴퓨터 인공지능인 아테나는 사람들의 적성도 계급도 결정한다. 이에 프로그래머, 알고리즘 개발자, 시스템 관리자, 군인 등 콜로니 시스템 유지에 필요한 인재들은 높은 계급을 차지하고 변호사, 요리사, 외교관 등 이미 인공지능에 대체된 적성을 타고난 사람들은 용도 불명이란 꼬리표를 달고 산다.

그 용도 불명으로 분류된 신병 로뱅 노르망디가 지구로 파견되어 자신의 가치를 찾아가는 모험담이 주를 이루는 소설이었다. 권위 존중 지수가 낮게 판정된 로뱅은 상사들의 명분없는 요구에 단호히 거절하는 타입이었고 갈등에 원만한 중재를 돕는 능력을 소지한 자였다. 사령관이 지시한 임무는 지구에 파견된 후 실종된 군인들의 행방을 확인하라는 것이다. 사절하려던 로뱅은 유의 생명 연장 조건에 순응하고 떠나기로 한다.

로뱅이 지구에 불시착한 후 여러 섬을 거치며 다양한 문명(+가치관) 과의 만남을 갖게 된다. 그에게 새로운 세계에 대한 개안이었다. 그곳에서 그는 자신의 가치를 발견하고 성숙된 자아를 찾아간다.

이 소설은 '왜'에서 시작된 의문을 파헤치며 '어떻게'에 다다른다. 막대한 임무를 왜 신병(더구나 용도 불명) 혼자 보내게 되었는지와 로뱅의 출생과 관련된 커다란 비밀이 로뱅의 연인 유에 의해 퍼즐이 완성된다.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산이 있다고 한다. 분명한 건 끝까지 나아갈 때 우리는 그 산을 넘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정된 공간이었던 콜로나를 벗어나 진짜 세상에서 자신의 가치를 발견하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자 노력한 로뱅을 보며 다져본다. 물음표로 포진된 삶에서 충분히 흔들리고 방황하고 성찰하여 조금씩 느낌표로 채워가가는 데 집중해 보자고.

29더는 용도 불명들을 소외시키지 않기 위해서, 요즘에는 용도 불명들에게 자신보다 능력이 나은 사람들을 보조하는 역할을 맡기고 있다. 그럼에도 콜로니 내부에서는 이 같은 잔인한 농담이 유행처럼 돌고 돌았다. 용도 불명 + 1 =0.

50나는, 아니 나를 태운 우주선은 그때와 똑같은 장치에 시동을 걸었다. 처음에는 모든 것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것 같았다. 그런데, 이런, 미사일이 궤도를 바꾸더니 나를 향해 되돌아 왔다!

89유를 향한 그리움에 사로잡히는 순간들을 제외하면, 나는 이 섬 주민들 속에서 행복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이유도 깨달았다. 이 섬에서 나는 더는 용도 불명이 아니었다.

275 아테나는 자유와 능력의 무거운 굴레로부터 우리를 해방시켰다. 그런데 요즘 들어 내가 점점 더 자주 느끼는 이 분노는 어디에서 오는 걸까? 내 속에서 명령에 복종하지 않을 기회를 찾아내고 싶고, 마음 내키는 대로 행동하고 싶고, 나도 잘 모르는 무언가에 항거하고 싶은 욕망이 불끈불끈 느껴지니 하는 말이다.

383 나는 다시 두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겼다. 엄청난 무게의 의무감이 나를 짓눌렀다.

바로 자유의 무게.

자유연애냐, 진보냐? 안분자족이냐, 야심이냐?

한 사회에서 질투나 경멸 같은 부정적인 감정을 촉발하지 않으면서 받아들일 수 있는 불평등으로는 어떤 것을 꼽을 수 있을까? 내가 확신하는 거라고는 소외되는 사람, 용도 불명, 잉여 인간이 없는 세상을 원한다는 사실이다.


● 한국BP출판사 지원도서로 개인적인 소견을 담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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