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쓸모 - 개츠비에서 히스클리프까지
이동섭 지음 / 몽스북 / 2022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랑하기에 떠나신다는♪ 그말 나는 믿을 수 없어♬

사랑한다면 왜 헤어져야 해♪ 그 말 나는 믿을 수 없어♬

내가 이기적인가? 사랑해서 보내준다는 말은 나에게 통용되지 않는 행위다. 짝사랑이었다면 모를까. 사귀다가 떠나보낸다? 이건 헤어지고 싶지만 착한 사람으로 남고 싶다는 자기 욕심 아니면 반대로 정말 내가 사라져야 그 사람이 행복할 것 같은 상황 정리……. 아! 그렇구나. 과거형으로 말해주는 모든 사랑은 슬프네. 나는 슬픈 게 싫은 거였나 보다.

모든 사랑 노래가 내 것인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었고, 모든 이별 노래가 내 것인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었다. 사랑을 시작하면서 충만해지기는 순간도 있었으며 더 외로운 순간도 있었다. 도대체 사랑이 뭐길래. 나를 뒤흔드는 그놈의 사랑이 지겨웠다. 로맨스가 들어간 모든 것들을 회피했다. 그런데 결혼을 왜 했냐고? 세상에는 여러 가지 사랑이 있더라. 나를 나로서 있게 해주는 사랑, 그 사랑을 찾았기에 놓칠 수 없었다. 그래서 행복하냐고? 나는 행복하다.

사랑에 대한 모든 것들을 품은 책이 여기 있다. 「사랑의 쓸모」는 고전 문학이라는 큰 줄기에서 사랑에 대한 질문과 답을 추출하고 저자의 인문학 도서이다. 17편의 명작을 '끌림과 유혹, 질투와 집착, 오해와 섹스, 결혼과 불륜'으로 가름하여 볼 수 있었다.






유럽에서 명성을 얻은 첫 번째 러시아 작가, 이반 세르게예비치 투르게네프(러시아 인들의 이름은 읽기도 쓰기도 어렵다)의 <첫사랑>에서 저자는 '첫사랑은 자신의 결핍을 투사한다'라고 지적했다. 지나는 자신을 말을 잘 듣게 만들 남자였던 페트로비치에게 빠져든 이유는 부성애의 결핍이었다는 것이다. 간절히 원하지만 갖지 못했던 그 무언가를 가진 사람에게 사랑을 느꼈다는 것이구나. 소년과 지나, 소년의 아버지 페트로비치, 그들의 사랑을 분석한 이야기는 간간한 재미가 있었다.

진정한 자신의 매력을 몰랐던 개츠비, 사랑하는 그 사람의 행복을 위해 나의 행복을 포기할 용기임을 깨달은 에릭(오페라의 유령), 안타깝게도 오랜 연인과의 익숙한 불행을 선택한 폴(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자신의 사랑의 온도를 찾아가는 티타의 성장 이야기(달콤 쌉싸름한 초콜릿), 어머니의 세계를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으로 망가져가는 에리카 (피아노 치는 여자), 멋 훗날에야 진정한 사랑이었음을 깨닫게 된 소녀(연인), 섹스에 여러 가지 의미를 담은 와타나베(노르웨이의 숲), 사랑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튼튼한 집이 되어주는 일이라는 걸 보여줬던 제인(제인 에어) 등 모두 열거할 수는 없지만 어느 한 작품도 놓칠 수 없는 내용들이었다.

이 책은 내가 사랑이라고 명명하는 것들은 지극히 일부였음을 알 수 있게 해줬다. 세상 알지 못하는, 격지 못했던 수많은 사랑들을 문학을 통해 살펴볼 수 있었다. 또한 예술과 인문학 전문가인 저자답게 곳곳에 명화들이 책을 더 빛나게 해줬다. 내용과 연결되는 명화들 덕분에 더 몰입할 수 있었다. 완독 후 책을 껴안고 도리도리한 건 안비밀.

17편의 작품을 모두 완독한 기분이다. 이보다 더 완벽한 리뷰가 있을까 싶다. 정식으로 작품들과 대면하게 만드는 매력도 지니고 있었다. 「사랑의 쓸모」는 가독성과 가성비가 끝내주는 고전 로맨스에 더 가까이 갈 수 있게 도움을 주는 책이었다. 소멸했지만 사실 소멸하지 않은 사랑 세포들이 깨어나는 순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 데면데면했던 사랑과 다시 친해지길 바라며 이 책을 추천한다.


※ 출판사 도서 지원으로 개인적인 소견을 담아 작성하였습니다.

#사랑의쓸모 #이동섭 #몽스북 #MONS #고전문학 #사랑 #로맨스 #고전로맨스 #사랑에대하여 #신간도서 #인문학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