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핑하는 정신 소설, 향
한은형 지음 / 작가정신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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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작가정신 '소설, 향' 일곱 번째 책 한은형 작가의 《서핑하는 정신》을 읽다보면 서핑팝송을 듣고 싶어진다. 소설 속 화자가 듣기 전과 후로 인생을 나눴던 팝송 잭 존슨의 '베터 투게터'도 좋았지만 비치보이스의 '코코모'를 시작해서 '캘리포니아 드림'. '서핀 USA'~~ 옛날 팝송이 왜이리도 좋은지! 나이들었다는 징조일까. 아니지 나이는 먹을만큼 먹었지. 이제 어떻게 늙어가야할지 고민을 할 나이임에도 나는 내 인생에 중대한 과제를 수행하는 중이다. 딱 올해까지만. 내년에는 다른 인생을 살리라.


소설 속 주인공 이제이는 해변으로 가는 길이다. 갑작스런 큰이모의 죽음으로 해변아파트를 물려받게 되었다. 유산처리기한이 한달이라는 통보를 받고 보통의 일상에서 이변을 싫어했던 그녀는 급하게 일주일의 휴가를 냈고 양양에 도착했다. 번아웃이었던 체력의 전원을 끄고 한동안 누워있던 이제이는, 삼일 만에 밖으로 나와 주변을 탐색한다. 스타트업 동료들과 나눈 대화가 떠올린 그녀는 미래가치가 있는 해변아파트를 소유하는 게 유리하다는 결정을 한다. 그리고 들어오는 길에 라면에 끌려 들어간 술집에서 서핑에 대해 이야기하는 두 남녀에게 신경이 쏠리고는 다음날 이른 아침 서핑 강습 장소에 가게 된다.


엄마에게서 남들에게 미움받지 않는 표정과 태도를 교육받으며 감정을 숨기는 기술을 터득했던 이제이는 교통사고로 부모님을 동시에 잃은 후의 삶도 크게 다르지 않았을것이다. 인스타에 자신을 알 수 있을만한 게시물은 절대 업로드 하지 않는다. 스스로 자신을 몰개성한 게 자신의 개성이라고 했다. 파도에 인생을 비유할때마다 몰래 쓴웃음을 지었던, 살면서 서퍼가 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한 이제이가 양미 씨를 알게되면서 서핑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내성적인 성격인 분들은 아실 거예요. 내성적인 거지. 얌전한 건 아니거든요. 욕망이 없는 것도 아니고, 화가 없는 것도 아니에요. 그저 밖으로 표출을 하지 않고 있는 거죠. 내 안에 있는 게 터질 때 보면 굉장하잖아요? 꾹꾹 누를수록 더 많이 터지지 않나요?(중략) 바다는 훨씬 더하죠. 사람도 그런데……134

🏄‍♀️이게 매우 잘 안 되거든요. 정말 안 됩니다. (중략) 잘 안 되니까 되는 순간의 희열이 엄청난 거기도 하지만요. 잘되는 걸 잘하는 건 재미없잖아요?142-143


나는 오른손잡이다. 양손잡이가 부러웠던 어느날 왼손을 훈련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곤 펜글씨교본을 구입한다. 반 년을 걸쳐 두 권을 완성했더랬다. 시작은 조카(당시 5살이었던)보다 더 못난 글씨가 차츰 어른 글씨로 성장하는 것을 펜글씨교본에서 볼 수 있었고 기분좋은 성취감을 느낄 수 있었다. 소설 속 양미 씨는 서핑을 가르쳐 준다면서 곳곳에 삶의 지향점을 밝혀주곤 했는데 이러니 내가 반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것. 정말 멋진 그녀다.


🏄‍♀️서핑하는 정신이 뭘까?

위로하는 정신 아냐?

스스로를 위로하는 정신. 223


🏄‍♀️ 자기가 자기한테 해줄 수 있는 게 위로야. 

그치. 너 잘하고 있다. 앞으로도 잘할 거다. 살자. 살자. 살아야겠다. 224

서핑 강습 과정 중 에고서핑 수업이 있었다. 그 시간은 셀프 위로는 가능하나 서로에게 위로는 금지라고 주의사항을 알려 주었다. 각자의 차례가 돌아오자 자신의 이야기를 꺼낸다. 자신을 달래주는 것. 그것이 진정한 위로라고 말해주는 양미 씨와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이제이는 자신에게 좀 더 자유로워지기로, 따듯해지기로, 단단해지기로 마음먹지 않았을까. 와이키키 하우스에서 서핑 강습 나도 체험해보고 싶고만~



조금 생소한 서핑 용어는 뒷장 용어집이 있으니 참고하며 읽으면 된다. 한겨울의 서핑이 이렇게 따수울수가! 이 소설은 '온화한 웃음을 닯은 소설'을 쓰고 싶었다는 저자의 마음이 잘 녹아 있는 이야기였다.



🏄‍♀️봄이 지나가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보통 이상으로 사랑을 느끼고 있었다. 그날의 내가 보통 이상으로 사랑을 느끼는 대상은 내 인생이었다. 나는 나의 하루를 사랑하고, 제대로 사랑하기 위해 애쓰고 있었다. 259-260

*출판사로부터 지원받은 도서로 개인적인 감상평을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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