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스토옙스키 깊이 읽기 - 종교와 과학의 관점에서
석영중 지음 / 열린책들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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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와 과학의 관점에서

「도스토옙스키 깊이 읽기』 

석영중/열린 책들



​본격적으로 고전문학을 읽기 시작한 지 약 일 년 정도, 권 수로는 스무 권 미만이다. 이제 막 고전에 걸음마를 뗐다고나 할까. 그전에는 나에게 독서란 지식의 갈증을 채워주는 수단이었기에 특별히 소설은…. 재밌는 영화 한 편 보는 것처럼 가볍게 읽는, 잠깐 쉬어가는 휴식이 필요할 때 소설을 찾았지 즐겨 읽지는 않았다. 그런데 고전문학이 주는 감동과 깨달음을 경험하고서는 소설에 대한 편견을 버렸다.


​​훌륭한 고전에는 철학과 인문학, 역사학, 사회학 등 여러 분야의 학식이 담겨있다. 고전을 읽기 전에 작가 프로필을 먼저 확인하는 습관이 생겼다. 작가를 알고 그 당시의 시대적 배경을 숙지해야 그의 세계를 멈춤 없이 순항할 수 있다. 그러함에도 어려운 고전을 만났을 때는 천천히 가면 된다. 고전이 어려운 게 아니라 내가 아는 게 별로 없어서이다.


​​『도스토옙스키 깊이읽기』는 본격적인 만남을 위한 준비단계로 선택한 도서였다. 위대한 작가이자 사상가인 표도르 도스토옙스키의 인물탐구를 대략 마치고 작품을 읽으려 했지만 더 몰입할 수 있는 탄탄한 무언가를 더하고 싶다는 욕심에 이 책을 집어 들었다.




성서적이고 푸시킨적인 의미에서,

즉 신의 섭리를 민중에게 전달하는 사람이라는 의미에서

붙여진 명칭이다. 그러나 도스토옙스키는 앞날의 예측이란

측면에서도 역시 예언자라 할 수 있다.


​자칭 도스토옙스키 바라기라는 저자는 도스토옙스키 때문에 러시아 문학으로 전공을 바꿀 만큼 애정이 대단했다. 도스토옙스키를 집요하게 연구하고 논문까지 작성한 저자라서 더 믿음이 간다. 시작은 도스토옙스키의 작품 세계에서 전환점이 되었으며, 최초의 실존주의 소설로 여겨지는 <지하로부터의 수기>라는 작품이다. 여기서 도스토옙스키가 보여주는 자유의지의 딜레마가 현대 뇌 학자들이 고민하는 부분을 그대로 예고했다는데 1864년도에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을까. 그는 정말 천재였던 걸까.



그리스도교 패러다임 속에서 구세사의 종착점인 부활과

영원한 생명은 물질적인 세계와의 완전한 단절 이후에 획득되는 어떤 것이다.(77)


​도스토옙스키가 시베리아의 옴스크 감옥에서 유배 중 쓴 소설 「죽음의 집의 기록」은 자전적 소설이라고 한다. 아내를 살인한 죄로 투옥 중인 고랸치코프의 일인칭 시선으로 써 내려간 소설이다. 고랸치코프는 죄수들에게 자유라는 환상을 심어주는 요소 그리고 악의 상징인 아쿨카의 남편 이야기들을 글쓰기로 담아내며 자유와 구원을 염원했다. 영적인 부활을 하기 위한 죽음을 선택했고 개인적인 해방을 위한 기록을 했다고 해설했다. 인간의 생명보다 글의 생명이 긴다는 것을 그도 알았던 것이다. 도스토옙스키의 소설들이 200년이 넘도록 읽히고 있다는 걸 자신도 알고 있을까.



어제의 신문에 쓰인 <말>은 오늘은 이미 <낡은> 소식,

무의미한 소식이 되어 버린다. 그러나 성서의 <말씀>은 시간을

초월하여 영원히 새로운 소식을 전달한다. 111


​도스토옙스키는 열렬한 성서 독서가였으며 신문 애독자였다. <죄와 벌>에서도 성서와 신문을 기저 테스트로 삼고 있었다. 소설의 구성에 직접적으로 개재하는 성서와 신문은 양극적인 대립의 양상은 저자의 메시지를 돋보이게 해줬다. 1830년대 프랑스를 떠들썩하게 했던 살인자 라세네르는 자신을 단순한 죄인이 아닌 지적인 살인자로 사회의 희생양이었다는 주장을 펼침으로 자신의 범죄를 정당화했었다고 한다. 그리고 범죄 행위는 도끼를 활용한 살인자 게라심 치스토프를 모방했으며 이 범죄자의 종교 라스콜리니크라는 점은 이 소설의 주인공 이름에 영향이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 이제 죄와 벌을 꺼내 읽어야겠다.


도스토옙스키 문학을 종교와 과학의 관점으로 작성된 논문을 토대로 집필된 이 책은 읽기 정말 잘했고, 어려웠음에도 완독한 스스로를 칭찬해주고 싶다. 어쩌면 해설서를 먼저 읽는 것이 맞지 않다고 생각하는 독자도 있을 것이다. 도스토옙스키의 작품을 여러 읽은 독자에게도 물론 좋을 책이라고 생각한다.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독서습관으로 이 책을 먼저 읽었던 것이다. 나와 같이 고전에 부담감을 갖고 있는 고전초보라면 이 책으로 끌리는 책을 선정해 천천히 음미해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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