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행복에 관한 짧은 글 - 마음을 다해 쓰는 글씨 ㅣ 마음을 다해 쓰는 글씨, 나만의 필사책
조지 오웰 외 지음, 박그림 옮김 / 마음시선 / 2021년 11월
평점 :
나만의 필사책
『행복에 관한 짧은 글』

오랫동안 버텨온 직장을 그만두면 생활에 큰 변화가 찾아올 줄 알았다. 직장인과 비직장인의 반대말은 실업자이면서 불안정한 삶의 전선에 준비 없이 내팽겨진 자 또는 루저 등 부정적인 말들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포기해야 할 것들이 많고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야 한다는 강박감이 있었다. 예상외로 비직장인의 생활에 금방 익숙해져 갔다. 자기관리 비용의 항목들이 자연스럽게 줄어들었고, 동시에 물욕도 사라져갔다. 나만 없어서 서운했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없으면 어때, 그게 중요해?라는 관점으로 달려졌다고 할까.
직장 생활 중 휴일이 일주일이 넘어가면 왠지 백수처럼 패배자인듯한 시선으로 나를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우울감이 들었는데 막상 비직장인이 되니 그런 생각이 들지 않았다. 물론 상황은 다르다. 당시에는 미혼이었고 지금은 든든한 스폰서(배우자)가 있어서 부담감은 덜한 게 사실이다. 하긴 배우자마저 없었다면 매일매일이 지옥 같았던 직장을 그만두기 힘들었을 것이다.
나만 불행하고, 나만 가진 게 없고, 나만 당한다는 피해 망상은 극심한 우울증에 시달렸던 과거 나는 나를 위해 캘리그래피를 배우기로 했다. 독학으로 시작해 라이선스를 취득하기까지 언제나 좋은 글귀가 가득한 책들이 함께 했다. 마음을 어루만지는 따뜻한 글귀, 삶에 깨달음을 주는 명언들을 찾기 위해 많은 책들을 찾았다. 자연스레 책을 가까이 하면서 읽는 즐거움을 알게 되었다. 쓰는 것만큼 읽는 것도 힐링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행복은 내 안에 있어
요가로 심신을 정화하듯이, 손끝으로 하는 명상 필사 역시 마음을 차분하게 해주는 효과가 있다. 다만 정신없이 책에 몰입해 읽다 보니 쓰기에 소홀해져서 오랜만에 쓴 글씨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무엇이든 작게라도 꾸준히 단련해야 하는데 아쉽다.
조지 오웰의 문장을 포함해 50개의 긍정 문구들로 채워진 『행복에 관한 짧은 글』은 손에 착 감기는 크기에 제법 스키니 한 두께다. 어떤 가방이든 쏙 들어가는 콤팩트한 책이라 시간과 장소에 구애 없이 언제든 필사가 가능하다. 50개의 문장을 완필했다면 그 후엔 필사 책으로 문구를 눈으로 마음으로 음미하면 된다.


평균 20자 정도의 글귀라 많은 시간이 소요되지 않아 거창하게 시간을 준비할 필요가 없다. 보통 두꺼운 책을 완독해도 우리의 기억에 남는 건 단 몇 문장이고, 뇌리에 박힌 그 문장 때문에 다시 그 책을 찾게 된다. 그런 문장들은 우리 마음에 양분으로 쌓여 더 나은 나를 만들어둔다고 나는 생각한다. 하루에 한 문장씩 필사를 하며 마음 근육을 키우다 보면 인생을 더 단단하게 살 수 있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