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외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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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나르 베르베르 창작의 원천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워낙 유명한 작가라 우리나라 방송에도 여러번 등장했다. 곤충에 대한 해박한 지식이 담긴 <개미>가 대표작으로 여러 매스컴에서 격찬을 받은 작품이다. 또한 한국 별명을 갖고 있는 저자이다. SBS '집사부일체'에 출연했을 때 멤버들이 지어준 이름 '배광배(裵光配)'는 빛을 배달한다는 의미라고 한다. 빛나는 그의 센스에 참 어울리는 별명이다.


에드거 앨런 포의 영향을 받아 8살 때부터 단편소설을 쓰기 시작한 그는 천부적인 이야기꾼이라고 해도 과하지 않다. 어린 시절부터 주워 들은 놀랍고 신기한 이야기들을 정성스럽게 수집했다고 한다. 여러 루트를 통해 얻은 지식들을 잊어버릴 위기에 처하자 외우기보단 메모로 남기기로 했다. 이런 기발한 정보와 이야기들을 발판 삼아 그는 독자의 흥미에 부응하는 멋진 소설을 내놓았고 반응은 뜨거웠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에 열광하는 독자라면 그가 수집한 소스들을 직접 보고 싶은 마음은 당연할 것이다. 그도 독자의 그런 마음을 일찍이 감지했는지, 개미와 신의 백과사전인 ' 상상력 사전'이라는 책으로 만족을 주었다. 그러나 그 후로도 베르나르는 소설을 계속 써왔기에 그에 따라 상상력 사전도 업그레이드가 필요했을 것이다.


​신판인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에는 '제3인류'와 '죽음'의 내용이 추가되었다. 출간 순서를 최근 책인 '죽음'에서 시작해 '개미'로 배치되어 있으니 구미에 따라 펼쳐 읽어보고 맘껏 흡수할 수 있다.



인류를 위해 가장 큰 공헌을 한 산부인과 의사로만 소개된 이그나츠 제멜바이스라는 사람이 있다. 부검을 하고도 손을 씻지 않은 채로 분만실에 들어가 산모를 만졌다는 그 시절에는 세균이라는 정의가 없었다. 청결한 손의 중요성을 주장했던 제멜바이스는 세균을 눈에 보이지 않는 독이라는 용어로 설명하며 손소독을 권장했다. 그리하여 산부인과에서의 사망률이 낮아졌다고 한다. 아쉽게도 그가 사망한 20년 후에야 의료계에서는 그의 공헌을 알게 되었다.



페스트의 매개체는 쥐와 쥐에 기생하는 벼룩이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호메로스의 '일리아드'에 나오듯이 페스트를 아폴론의 복수로 여겼는데 그 시기가 기원전 430년 경이라고 한다. 최초 세균전으로 페스트에 감염된 시신들을 투척한 몽골군이었으며, 유대인들은 고양이를 기른 덕에 페스트에 걸려 죽는 사람들이 비교적 적었다는 페스트에 대한 흥미로운 사건들을 읽을 수 있었다. 런던 의사들은 전염을 예방하고자 노스트라다무스가 발명한 새부리가면을 착용했다는데...새부리가면을 쓰고 환자를 진료하는 장면을 상상하니 웃음이 나온다. 다소 웃음 나는 가면을 썼지만 숭고한 그들이 있었기에 오늘날의 생명 연장선을 지킬 수 있었다. 지금도 역병에 애써주시는 고마운 의료진들에게 존경을 표한다.



​인간의 본능 중 모성은 자연스러운 성질이 아니라고 한다. 19세기 말까지 서양 부르주아 계급에 속하는 여성은 자식을 유모에게 맡기고 돌보지 않았다. 하류 계급도 마찬가지였다. 추운 겨울에 아기를 엷은 천에 돌돌 말아 벽난로 근처 벽에 매달아 두곤 했다는 것이다. 당연히 유아 사망률을 높았다.


서양 정부는 20세기 초가 돼서야 모성 본능이 경제적, 사회적, 군사적 이익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깨닫곤 육아에 관한 정보와 질병 예방법을 널리 보급하게 되었다. 그럼으로 부모는 어린아이를 잃을 염려에서 벗어나 마음껏 사랑을 줬다는데, 그렇다면 일찍 죽을지도 모르니 애초에 애정을 주지 않았다는 것인가?


몇 해 전 프랑스 문화를 담은 '시크:하다'에서 프랑스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가 떠올랐다. 아이가 어른의 눈치를 보는 게 당연한 문화였다. 어른의 영역에 함께 있다면 아이는 어른에게 맞춰 행동을 해야 한다는 게 프랑스식 육아이다. 우리나라와는 달리 서양은 아이의 영역을 확장시켜주는 육아로 상향곡선이 이뤄진다. 우리나라는 아이가 자랄수록 할 수 없는 일이 있다는 것을 가르쳐주는 반면 서양은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지는 것을 깨닫게 해주는 육아가 새삼 다른 문화권이라는 게 이런거구나라고 알 수 있다.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은 긴가민가 알고 있었던 팩트와 전혀 들어보지도 않았던 신박한 정보들 등 유익하면서 흥미 있는 읽을거리가 가득했다. 700페이지가 넘는, 제법 두께감이 있지만 부담 없이 술술 잘 넘어가는 책이라 벽돌을 임하는 자세로 읽지 않아도 된다.


두 손이 자유롭지 않은 시간에는 주로 전자책을 음성 모드로 해 듣곤 하는데, 최근 베르나르의 두 권짜리 소설 <죽음>을 완독했다. 상절지백과 함께해서인지 귀로만 듣는 소설도 아주 착착 감겼다. 탄탄한 스토리는 역시 그의 철저한 수집에 따른 결과일 것이다. 베르나르 애독자라면 이번 사전도 놓치질 말길.




*네이버 독서카페 리딩투데이 지원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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