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공적인 연애사 - 당신을 사랑하기까지 30만 년의 역사
오후 지음 / 날(도서출판)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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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사랑하기까지

30만 년의 역사

『가장 공적인 연애사』




love~ love~love~♬ 비틀즈의 'All You Need Is Love '의 싸비는 연애 스토리만 보면 연상되곤 한다. 가사를 보면 '당신에게 필요한 건 사랑뿐, 당신에게 사랑만이 필요해요'라고 사랑만이 인류에게 가장 큰 가치임을 노래한다. 우리에게 사랑이 없다면(한국은 정이라고도 함) 세상은 얼마나 무미건조할지... 마치 기계 같은 삶의 연장이지 않을까.


최근 인상 깊게 본 영화 '북클럽'을 보게 된 건 책 모임이라는 친근한 설정 때문이었다. 노년의 여성 4인방이 나오는 영화이다. 자유연애를 실천하는 비비안이 이번에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로 책을 선정하면서 친구들을 당혹스러워하지만 책에 집중하면서부터 오랫동안 묵혔던 성적 에너지가 스멀스멀 일어나더니, 때마침 그들 앞에 로맨틱한 신사도 등장한다. 책은 그레이로 시작했지만 그들의 끝은 오색찬란한 무지개로 마무리되었다. 사랑은 참 아름다운 감정이다.


그런데 19세기만 해도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는 게 당연한 게 아닌 시절이었다고 한다. 연애가 혁명 그 자체였다고. 즉, 지금 우리가 하는 자유연애가 런칭된지 얼마 안 되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태초에 남자와 여자는 어떻게 만난 걸까. 그 이야기는 <가장 공적인 연애사>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태초에 유전자 개념을 정확히 모르던 그들은 성으로부터 굉장히 자유로웠다. (모스오족과 바리족의 문화는 과히 충격적이었다.) 씨족사회였던 원시시대에 결혼은 자기 집단의 경계를 넘어 사람과 자원을 순환시키는 수단이었다. 그러나 사유재산이 생겨나 빈부격차가 벌어지자 결혼의 목적은 사적 소유를 강화하는 수단으로 변질되어 친족 간의 결혼이 성행되었고, 여성의 성적 자유는 박탈당하게 된다. 수렵생활에서는 가끔 발생되는 다툼이었지만 부족과 국가의 명운을 건 전쟁으로 발전하면서 남성들이 권력을 독차지하게 된 것이다. 여성은 아버지나 남편의 재산으로 간주되었다고 한다.


중세 교회는 애정 없는 결혼을 오히려 권장했다. 자녀 출산을 위한 성관계만이 옳다고 가르쳤고. 부인의 절정을 위해 남편은 욕정을 밖에서 해소하도록 매춘을 장려했다고 한다. 교황청은 유곽을 사들여 매춘으로 벌어들인 수익으로 성당을 지었다는데 그 화려한 성당이 시스티나 대성당이라고 한다. 맙소사. 지금으로는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 상황이다.


유전자 결함의 경험으로 그들은 근친상간의 위험을 느끼고 금지한다. 그래서 다른 부족의 여자를 데려와 결혼시키곤 했다. 그러나 세월이 변하면서 권력층은 자신들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근친상간을 종종 벌였다. 과학을 모르던 그들이 금지했던 것을 다시 행하게 된 것이다. 후기 인상파를 대표하는 화가 '앙리 드 툴루즈로트레크'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사촌이었다. 19세기 귀족사회는 근친혼을 장려했다고. 난쟁이 화가 로트레크는 파리에서 늘 조롱당했다. 그 당시 귀족은 평민과 결혼보다 장애가 있더라도 사촌과 결혼을 선호했다고 한다. 그들의 수명이 짧았던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여러 가지 사랑, 결혼의 형태를 보여주고 있는 이 책에서 폴리아모리라는 개념도 알게 되었다. 보브아르와 샤르트르 커플의 계약 결혼 항목은 과히 놀라웠다. 이들에게 결혼은 욕망의 표현이라기보다 철학의 연장선으로 보인다는 저자의 글도 인상적이다. 남성이 여성을 고정관념화하여 가부장적 사회를 조직하기 위한 수단으로 제2의 성을 만들어냈다는 보부아르의 글이 떠오른다.




이 책은 흥미로운 소재로 가득했다. 인간의 유전자 번식 행위가 수단이 되고 어떻게 연애라는 아름다운 요소로 변천되었는지 역사를 알 수 있었다. 책 속에 놀라운 세상이 지금이 아니라 다행이라 생각도 했다. 자유연애가 주는 장단점에 대해서 논한 부분도 재밌었다. 우리는 행복을 사랑에서 찾고 싶어 한다. 늘 그랬던 것처럼. 예전에는 이성 커플을 만나는 방법이 친구 소개가 가장 많았지만 요즘은 온라인으로 짝을 탐색한다. 자녀 양육이 점점 힘들어지는 시대에 일부 청년들은 연애마저 포기한다는데 미래에는 메타버스 안에서 연애가 성행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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