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어의 진상 - 인생의 비밀을 시로 묻고 에세이로 답하는 엉뚱한 단어사전
최성일 지음 / 성안북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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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비밀로 묻고 
에세이로 답하는 엉뚱한 ​단어사전
《단어의 진상》 
최성일 / 성안북스

 

​언어만큼 편하면서 복잡한 창조물은 없을 것이다. 단어와 조사 동사 부사 형용사 감탄사 등 많은 것들의 총 합체이니 말이다. 더구나 한문과 동행하는 우리나라 말은 같은 음절이라도 뜻이 다른 단어들이 많다. 하긴 영어권도 상황에 따라 다른 표현이 되는 단어들이 있긴 하다. 이 책의 제목에서 잠깐 고개가 기우뚱한 건, 단어의 진상? 진상은 여러 가지로 해석될 수 있어 오해할뻔했다는 것. 하지만  표지를 펼친 순간부터 속된 뜻의 진상이 아니라, 사물 그대로의 형상을 일컫는 의미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KBS TV 프로듀서인 저자는 사람 냄새가 물씬 나는 프로그램을 섭렵해서인지 글맛이 착착 감긴다는 느낌을 받았다. 저자와 함께한 단어들의 진상, 저자가 느낀 인생의 진상들을 온전히 책에 녹여있었다. 1부는 사물, 2부는 생활, 3부는 인생이라는 틀에서 단어의 진상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책을 보는 방법이 앞서 소개되어 있다. #숫자로 된 시를 읽고 무엇에 대한 글인지 독자가 제목을 예상해 본다. 그리고 페이지를 넘기면 제목과 함께 에세이로 이어지는 형식이다. 마지막으로 작가가 제시한 단어의 나만의 이야기를 직접 작성하는 페이지가 제공된다. 아하~ 이런 책은 어디에서도 만난 적이 없는데~ 저자의 센스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10
제발 
나에게 강요 좀 하지마
이 길이 맞는 길이라고
이 길 하나밖에 없다고
어떻게 그렇게 장담할 수 있어?

​니가 내 인생을 어떻게 알아?
내 인생 책임질 거 아니잖아
자기 길도 제대로 모르면서
제발 
간섭 좀 하지마 


이 시의 제목은 '네이게이션'이다.  맙소사.  공감백배이다. 기계뿐만 아니라 '인간 네비게이션'의 참견도 반드시 최적경로가 아닐 수 있음을 전해준다. 누구를 위한 목적지인지 자신이 판단하도록, 즉 주체적인 삶의 주인이 되자는 의도가 담긴 글이었다. 

 

에세이와 함께 귀여운 일러스트가 시선을 잡아둔다. 작가의 글에 잠시 나를 묶고 그 글에 대한 잔상과 나의 생각을 버무려본다. 마냥 좋은 일만 있는 인생은 아니기에 실패와 아픔에 대한 고찰은 앞으로 살아갈 인생에 영양분이 되며, 결코 쓸데없이 지나간 시간은 없다고 스스로를 위로할 수 있었다.  

《단어의 진상》은 곁에 두고 싶은 책이다. 오롯이 나와의 시간을 갖게 해주는 친구라는 생각이 든다. 일기처럼 나만의 이야기를 이 책에 모두 끄적이면 조금은 더 단단한 사람이 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책날개 뒤에 인상적인 문구는 큰 울림을 준다. 

인생에서 건져 올린 잘 숙성된 단어는 
깊은 위로와 단단하게 살아갈 용기를 건넨다. 

 




“출판사로부터 지원받아 개인적인 견해와 함께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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