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터
유즈키 아사코 지음, 권남희 옮김 / 이봄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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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쇄 의문사 사건 실화 소설

『버터』

유즈키 아시코 / 이봄


실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이라는 자체로도 흥미롭다. 그런데 미들급 꽃뱀이라니... 수감 중에도 세 번이나 결혼했다는 가지이 마나코는 결코 아름답지 않았다. 오~~! 독특하다. 뭘까 이 여자? ㅎㅎ 『버터』는 세간의 주목을 받는 사건의 주인공 가지이와의 단독 인터뷰를 고대하는 주간지 기자 리카의 이야기가 주를 이루지만, 읽을수록 허기지는 소설이었다. 결국 가염버터를 구매하게 만든 ㅋㅋ


주간 슈메이 여성 기자 마치다 리카는 꽃뱀 사건으로 유명한 가지이 미나코와의 인터뷰를 레이코의 조언대로 편지를 보낸 다음부터 성사하게 된다. 여성 기자와 인터뷰는 거부하던 가지이가 리카를 봐준 건 그녀의 요리에 관심을 보이는 편지를 보냈기 때문이다.


가지이 미나코는 2013년에 세 건의 살인사건으로 체포된다. 피해자는 결혼 사이트를 통해 알게 된 사십대에서 칠십대의 독신 남성으로 그녀와 결혼까지 생각했던 이들이다. 사인은 수면제 과다 복용, 욕조에서 익사, 전철 투신 등 자살로도 사고사로도 보일 수 있지만, 직전까지 가지이가 옆에 있었던 것이 체포된 결정타였다고 한다. 그 밖에 다섯 건의 사기죄로도 거듭 체포되었다.



"여자다움이나 봉사 정신을 아끼면 이성과의 관계는 빈곤해진다는 걸 대체 왜 모르는 거지. 내 사건이 이렇게도 주목받는 것은 자신의 인생에 책임을 다하지 않는 여성이 늘어난 탓이라고!"


이 사건이 세간의 이목을 잡았던 건 가지이의 외모였다. 사진상 그녀는 70킬로그램이 넘어 보였다. 외로운 남성들은 최고의 요리와 다정함을 주는 그녀에게 서슴없이 돈을 쥐여줬다. 무엇보다 가지이는 자존감이 매우 높은 여자였다. 사랑받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그녀였다. 그러면서 자신의 베풂을 상대가 당연시 여기면 상대를 버렸다. 그야말로 모순덩어리. 그녀로 인해 사회 전체적으로 강한 여성 혐오 분위기가 조성되었다.




"먹고 싶은 대로 마음껏 먹고, 남자가 거기에 어울리기만 했는데 죽는다면, 그건 정말 꿀맛인 정말 범죄네."


베프인 리카가 가지이에게 집착하면서 살이 찌고 변해가는 모습을 보며 레이코는 위화감을 느낀다. 사실 이 소설에서 리카보다 레이코에게 나는 마음이 더 쓰였다. 어릴적 레이코는 부모님들의 불륜 증거를 수집하고, 중2 때 부모님 앞에서 증거를 내밀며 비난했다. 당황했던 부모님은 부인하다가 결론은 '가족끼리 성생활을 할 수 없다'라는 이론을 제시하며, 서로의 불륜을 인정하는 바람직함을 보여준다. 그들은 레이코에게 어른이 되면 이해할 거라고 타일렀다. 아버지에 말에 반발하듯 그녀는 서로에게만 충실한, 행복한 부부가 될 것이라고 다짐했지만... 료스케와의 관계가 삐걱거린지 오래인듯했다. '가족이니까 하고 싶은데, 료스케는 반대다.' 안타깝게도 료스케에게서 아버지와 같은 말을 듣게 된다. 참 씁쓸했다. 행복을 만들고자 했던 레이코의 노력이 그녀를 더욱 외롭게 만들었던 게 아닐까.




"제대로 살지 않는 건 폭력이라고 생각해요."


리카의 남자 정보원인 시노이 씨, 레이코, 가지이 등 이 소설의 등장인물은 하나같이 고독이라는 두꺼운 껍질 속에서 꺼내 줄 협력자를 찾는 듯 보였다. 피해자뿐만 아니라 모두 온정에 굶주린듯 보였다. 리카는 가지이 마나코 충고대로 먹고 다녀 체중이 5킬로나 불어난다. (그래도 166센티에 54킬로, 그정도면 적당한데). 부쩍 불어난 체중을 주변 사람들이 민감하게 반응했다. 그러나 리카는 포동포동해진 자신의 몸이 좋아했다. 아무 욕망도 없던 리카를 바꿔 놓은 건 체중뿐만 아니었다.

아버지의 죽음으로 몰아간 원인이 자신이라는 생각에 가슴 한자리에 묵직한 돌을 얹어놓았던 그녀가 생각이 바뀌었다. 어쩌면 아버지의 죽음이 그녀를 사체처럼 살게 했었던 게 아닐까. 가지이를 만나면서 생명력이 뿜어내는 사람이 되었다. 심도 있게 자신을 바라보는 방법을 알게 되었다. 제대로 살지 않는 건 자신에게 폭력이라는 말이 가장 인상 깊었던 문구였다.


『버터』는 600페이지로 벽돌과에 속하는 책이지만 몰입감과 가독성은 엄청나다. 작가의 맛깔난 필력에 침이 고이는 소설이다. 또한 가슴에 노크하는 문장들이 참 많았다. 살면서 한두 번은 고민했던 문제들, 과연 나는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 것인지, 잘 살고 있는 게 맞는지 뒤돌아보게 하는 문장들이 많았다. 미스터리물인데도 여러번 재독 하고 싶은 소설이다.






*네이버 독서카페 리딩투데이 지원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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