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는 독서
박노해 지음 / 느린걸음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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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나아가게 하는 지혜와 영감의 책

『걷는 독서』

박노해 / 느린걸음





대한민국의 시인, 사진가, 노동·생태·평화운동가인 박노해 님을 이제야 알게 되다니 몹시 부끄럽다. 그의 프로필을 보고 나는 한없이 작아지는 기분이 들었다. 본명은 박기평, 낮에는 노동자로 밤에는 학교를 다니며 1984년에 첫 시집 『노동의 새벽』을 출간했다. 정부의 금서 조치에도 100만 부 이상 발간된 이 시집은 잊혀가는 천민 노동자의 목소리가 되었다고 한다. 감시를 피해 사용한 박노해라는 필명은 '박해받는 노동자의 해방'이라는 뜻으로, 이때부터 '얼굴 없는 시인'으로 알려졌다. 그 외에도 훌륭한 그의 행보는 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사실 저자의 인별에서 ‘박노해의 걷는 독서’ 페이스북 페이지를 본 적은 없다. 세상에 무관심했다는 생각이 자꾸 들어 속상했다. 그래도 이제라도 알았으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박노해 님의 사진 에세이 『걷는 독서』를 택배로 받고 아담한 사이즈라 조금 놀랐다. 심연보다 깊은 바다색을 띠고 있는 패브릭 커버에 두께가 상당했는데, 사이즈와 중량은 소책자 같은 느낌이었다. 엽서보다는 약 2센티 정도 큰 외형이라도 880페이지를 담고 있다면 무거울 수 있는데 이렇게 가벼울 수 있다니 신기했다. 그렇다고 라인펜으로 그은 밑줄에 뒤에 비치지도 않았다. 완전... 파헤쳐 봐야 할 듯, 이건 미스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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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아 천천히

천천히 걸어라.

내 영혼이 길을 잃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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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이 시작되기도 전에 마음에 똑똑 노크를 하는 그의 시가 눈에 띄었다. 세상에는 해야 할 일도, 하고 싶은 일도, 읽을 책도, 읽어야 할 책도 너무 많다. 저자의 말대로 '우리는 지금 너무 많이 읽고, 너무 많이 알고 너무 많이 경험하고 있다'. 그래서 책을 읽는 것조차 경쟁이 되고 과시와 장식의 독서가 되고 만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좋은 책과의 만남의 끝은 재독을 약속하지만, 실재론 읽지 못한 쌓여진 책의 압박으로 재독하기가 어렵다. 시인은 마치 나에게 천천히 가라고 말하는 것만 같다. 마음의 쫓김에서 벗어나라고. 서둘러 갈 필요가 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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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독서란 지식을 축적하는 '자기 강화'의 독서가 

아닌 진리의 불길에 나를 살라내는 '자기 소멸'의 독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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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는 독서』는 박노해 시인이 30여 년 동안 매일 걷는 독서를 하며 수첩에 새겨온 '한 생각'을 직접 촬영한 사진과 함께 엮은 시집이다. 주옥같은 글귀는 사색으로 이어져 풍성해진 마음을 가질 수 있었다. 천천히 음미하고 어디로 흐를지 모를 생각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시간을 가졌다. 한 문장, 단어의 힘을 이 책에서 진하게 느꼈다.

감동과 공감은 많은 글(말)이 필요 없다.


​좋은 세상에 힘이 되고픈 마음과 행동이 일치했던 사람, 주어진 숙명에 겸허히 받아들였던 사람, 침묵을 지킬 줄 아는 사람, 그가 전한 삶의 깨달음은 누군가의 노트에 또다시 적힐 명언이 될 것이다. 오늘 나의 노트처럼.




*네이버 독서카페 리딩투데이 지원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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