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이 거울이 될 때 - 옛집을 찾았다. 자기 자신을 직접 이야기한다. 삶을 기록한다. 앞으로 걸어간다.
안미선 지음 / 민음사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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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이 거울이 될 때』

안미선/ 민음사



북 커버에 우선 마음이 뺏겼다. 시원한 질감의 용지에 자꾸 손이 갔다. 중앙에 배치된 사진 위에 펼쳐진 홀로그램을 요리조리 비춰보며 광선의 움직임에 멍을 때리다가 제목 밑에 거울을 들여다봤다. 완벽한 거울이 아니라 약간의 형상만 보이는 공간이었다. 책과의 만남, 첫인상이 주는 영향력이 이런 것일까. 이 책이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궁금했다.


이 책은 한 명의 여성으로서 살면서

내가 만난 집들의 이야기이다.

....

이 글들은 그 집들과 지붕을 맞대고 있는

한 집에서 하지 못한 이야기를 풀어 내었다.

프롤로그 중에서 


저자가 살아온 집들의 이야기가 감성 가득한 흑백 사진과 함께 담겨 있는 책이다. 그리고 저자의 가족 이야기도 녹아있었다. 지극히 사적인 이야기지만 우리네들의 이야기와 별반 다를바 없었다. 그 시절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역할의 분담이 확실했다. 권위적이고 가부장적인 아버지와 자신을 내어주며 희생하는 어머니, 이들은 자녀들은 자신이 부모처럼 살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성장한다. 저자의 어머니는 딸의 가방끈이 길어지는 것을 원치 않았다. 급기야 손자에게 시집가서 잘 살려면 집안일 먼저 가르쳐야 한다는 말을 한다.


​집에 갇혀 있던 여자들의 통념, 편견들은 저자를 괴롭혔다고 한다. 그러나 저자는 엄마와 다른 삶을 살아냈고 지금도 잘 해내고 있다고 스스로 긍정하는 모습이 흐뭇하면서, 저자보다 내가 어린대도 불구하고 대견하기도 했다. 우리 부모님들은 딸들의 재능에 관심과 투자를 아끼지 않으셨다. 엄마는 일찍이 '결혼은 필요 없다. 여자가 잘나면 혼자 사는 게 최고다'라고 수도 없이 말씀하셨다. 하지만 세 딸은 다 시집을 갔더랬다. 무서운 아버지와 가여운 어머니라는 구성은 같지만 저자의 환경하고 조금은 달랐다, 만약, '내가 저런 환경에서 자랐다면'라는 생각을 해보니 너무 쓸쓸했다.


​철거 예정인 저자의 고향집을 찾아가 오래된 기억들을 정리하는 귀한 시간들을 함께 하다 보니 나도 언젠가는 나의 이야기를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집은 자신을 비추는 거울이며, 지나간 기억들의 흔적이며, 앞으로의 나를 이야기를 기록할 공간이다. 살면서 나의 기록들을 곱게 정리할 기회가 올까? 그게 언제인지 모르지만 그때가 오면 수동 카메라에 많은 것을 담아오고 싶다.




- 독서카페 리딩투데이 선물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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