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거스미스 세라 워터스 빅토리아 시대 3부작
세라 워터스 지음, 최용준 옮김 / 열린책들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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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리아 시대 3부작 작가 세라 워터스는 퀸 메리 대학에서 레즈비언과 게이 역사 소설에 관한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고 한다. 박사 논문을 준비하면서 <티핑 더 벨벳>을 발표하며 작가로 데뷔했다. <핑거 스미스>는 2002년에 발표하면서 빅토리아 3부작을 완성되었으며 영국 추리 작가 협회상을 받은 작품이다.



아내가 건네준 <핑거스미스>를 읽고 영화로 만들겠다고 결심한 박찬욱 감독은 김민희와 김태리를 주연으로 '아가씨'를 탄생시킨다. 그 후 세라 워터스는 더욱 주목을 받게 되었다. 사실 영화를 토막으로만 봐서 자세한 내용은 몰랐다. 여성 간의 로맨스는 더더구나 몰랐다. 퀴어 소설이 어떤 분야인지도 모른 채 빅토리아 시대 3부작 중 마지막인 <핑거 스미스>를 읽게 되었다.



핑거스미스는 소매치기라는 뜻이다. 이 책을 다 읽게 되면 제목이 의미하는 바를 알 수 있다. 물건이 아닌 인생을 소매치기했던 그들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내가 읽어 본 빅토리아 시대에 소설 속 배경은 늘 무겁고 어둡다. <핑거 스미스>에는 소매치기 소굴(랜트 스트리트)이 먼저 보여진다. 석스비 부인은 여러 아이들을 돌보지만 특히 수전에게만은 소매치기를 시키지 않는다. 수전의 어머니는 살인을 저지르고 처형되었다고 한다. 수전을 자신의 딸처럼 키우다시피했던 석스비 부인은 수전에게 언젠가는 은혜를 갚아야 한다고 주입시키곤 한다. 그녀가 말한 수전이 한몫을 챙겨줘야 한다는 의미는 후반부로 가면 알게 된다. 굉장히 충격적인 진실이 밝혀진다.



수전이 열일곱 살이 된 어느 겨울밤, 렌트 스트리트에 젠틀먼이 찾아와 수에게 거래를 제안한다. 상속녀의 하녀로 들어가 자신의 구혼을 도와달라는 것. 결혼하면 상속녀를 정신병원에 보내고 재산을 차지할 심산이었다. 수전과 젠틀먼의 위험한 거래는 성사되었고 만발의 준비 끝에 수가 먼저 브라이어에 도착해 상속녀를 만나 시중을 들며 젠틀먼을 기다리고 있었다. 묘하게 닮은 상속녀, 모드는 여리고 순해 빠졌다. 수전은 하루 종일 함께 있는 먹잇감인 그녀가 가엽게 보이기 시작한다. 어느 순간 그녀의 모든 것이 자신에게 스며들고 있다는 것을 느끼며 가슴속 불씨를 키워가고 있었다. 그러나 석스비 부인에게 은혜를 갚을 길이라고 스스로 마음을 잡는다. 젠틀먼과 모드의 야반도주는 성공했다. 그리고 모드가 정신병원에 들어가면 일은 끝난다. 그런데 모드가 아닌 수전이 끌려가는데.....



<핑거 스미스> 속 반전의 충격은 엄청나다. 1부의 끝을 보고 밤새 잠을 설쳤다. 그런데 후반부의 더 큰 진실(영화 아가씨와 다른 내용이라고 한다)은 실로 경악을 금치 못하게 했다. 1부는 수전의 시점으로, 2부는 수전을 만나기 전 후의 모드의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3부는 수전과 모드가 번갈아가며 이야기가 전개된다.



이 소설의 캐릭터들이 굉장히 입체적이고 독특하다. 가장 소름이 돋았던 사람은 모드의 삼촌 릴리 씨였다. 모드를 질부가 아닌 철저히 자신의 소유물로 다뤘다. 배우 조진웅이 맡은 역할이었을 텐데 너무 소름 끼친다. 인물들의 감정선이 섬세하게 묘사되어 그들의 기분에 따라 나도 함께 숨을 쉬는 듯했다. 몰입감이 대단해서 뒷얘기가 궁금해서 멈출 수가 없는 이 책은 시간이 여유로울 때 읽기를 추천한다. 멈추면 잠이 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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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지원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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