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판의 날의 거장 열린책들 세계문학 271
레오 페루츠 지음, 신동화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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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을 반영하는 요소보다 비사실적인 요소 등으로 상상력이 강조된 문학을 환상문학이라고 한다. 판타지와는 분명 다른 장르다. 사실 환상문학이라는 장르가 있는지도 몰랐다. 그래서 독일어권 환상 문학의 거장으로 소개된 '레오 페루츠'의 작품을 더욱 만나보고 싶었다. 나라별 문학의 특징이 있는데 그의 작품에서는 독일 문학 다운 진지함이나 철학적 사변과 난해함 등을 찾아볼 수 없다고 한다. 나를 잡아둘 그의 매력은 무엇일지 몹시 궁금했다.




『심판의 날의 거장』

레오 페루츠 / 열린책들 



"우리 모두는 창조주의 위대한 의지가 실패한 결과로 생긴 피조물이다.

우리는 무시무시한 적을 우리 안에 지니고 있으면서 그것을 예감하지 못한다."




맺음말을 대신하는 머리말로 시작되는 글은 처음부터 많은 혼란을 야기시킨다. 퇴역 장교 출신 요슈 남작이 서술자로 그의 회고록 형식이었다. 앞으로 쓰일 기록들은 완전한 진실이라고 밝혔지만 점점 미궁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허구와 사실을 넘나드는 그의 정신세계를 이해하기에는 난해하다. 하지만 묘하게 몰입하게 되는 그 무언가가 이 책을 끝까지 놓치않게 만들었다. 


1990년 가을. 유명 궁정 배우 오이겐 비쇼프의 자살을 시작으로 비슷한 형태의 자살이 연이어 발생한다. 오이겐 비쇼프는 요슈 남작의 친구였다. 그리고 오이겐의 아내 다나는 요슈 남작의 옛 연인이었다. 그녀가 결혼을 했음에도 남작은 집착에 가까운 연정을 품고 있었다. 그 사실을 그녀도 그녀의 동생 페루츠도 알고 있었다. 오래전부터 요수 남작을 지켜보던 페루츠는 오이겐은 자살이 아닌 살인이다고 말하며 요슈남작을 지목한다.  그러나 현장에 있었던 졸그루프는 자살을 유도한 사람은 요슈가 아니라고 주장하며 진범을 찾기 위한 추리를 펼친다. 오이겐의 자살을 유도한 자는 누구일까. 


연무가 짙어져가는 흐름 속에서도 긴장감은 더욱 팽팽해지는 느낌이었다. 끔찍한 일이 더 벌어질 것 같은 초조함, 등장인물들에 대한 의구심으로 손바닥에 땀을 쥐며 지켜보다 충격적인 반전에 소름이 끼쳤다. 범인의 지목받았던 요수 남작은 적극적인 방어를 하지 못 했던 건 심리적으로 온전하지 못한 사람이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범인일지도 모른다는 상념에 빠져 도망치려고 했다. 이런 그가 쓴 회고록이라는 이 글은 팩트인지, 픽션인지 분별이 잘되지 않는다. 인상적인 점은 소설 속 예술에 대한 그의 생각이었다. 고통은 예술의 원천이다는 모든 창작자들이 공감하는 내용이라고 생각한다. 영감을 얻기 위한 몸부림은 죽음이라는 극한 상황까지 치닫을 수 있다는 그의 생각을 볼 수 있었다. 


<심판의 날의 거장>은 레오 페루츠의 전성기 대표작이지만 나에게는 환상 문학이라는 장르를 알려준 첫 소설이다. 앞으로 얼마나 이런 장르를 찾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레오 페루츠의 다른 작품을 만나보고 싶은 마음에 불을 짚여준 책인 것은 분명하다. 




*출판사지원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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