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 철학 수업 - 디즈니 영화 속 숨어 있는 철학 이야기
메건 S. 로이드 외 31인 지음, 리처드 B. 데이비스 엮음, 최지원 옮김 / 서울문화사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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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등학교 재학 중에도 tv 만화영화는 본방을 사수했더랬다. 어린이들의 전유물이라는 편견은 우리 부모님 세대에는 지배적이라 나는 많이 혼났다. 먹는 게 시원찮았던 나는 먹기는 싫지만 만화는 봐야 해서 쉬지 않고 숟가락질을 했다. 그러면 엄마의 잔소리는 멈췄으니까. 수많은 애니를 사랑하지만 그중에서도 디즈니 월드는 차원이 다른 세계였다. 그저 애니덕후들에게 천국이라고나 할까.


나는 신데렐라부터 최근 모아나까지 각종 공주와 여성 캐릭터들을 사랑한다. 언제부터인가 실사버전으로도 개봉되어 많은 사랑을 받았던 디즈니 캐릭터들을 재회하며 무척 행복했었다. 말리 퍼센트 2는 정말~ 대박이었더랬지. 그런데 이런 디즈니 친구들을 철학자들의 시선으로 책에 담았다니! 이건 꼭 읽어야 했다.

이 책은 스물일곱 개 챕터로 구성되어, 자유, 운명론, 친구, 가족, 윤리, 정체성, 장애 그리고 죽음 등, 우리 모두에게 영향을 미치는 여러 가지 주제를 탐구한다. (중략) 디즈니를 사랑하는 서른두 명의 철학자들이 멋진 동화에서 뽑아낸 흔치 않은 지혜를 들려주며, 디즈니의 철학과 미디어의 영향, 테마파크에 관한 예상치 못한 통찰도 덤으로 얹어준다. <본문 머리말 15p>


<디즈니 철학 수업>의 첫 번째 친구는 인어공주의 주인공 '에리얼'이다. 저자는 인어공주라는 이야기를 페미니즘 관점으로 열거하고 있었다. 아무런 생각 없이 컬러풀한 영상에 정신을 빼앗기게 했던 인어공주에게서 이런 논점이 나올 줄이야.. 에리얼은 인간의 다리를 얻는 대신 바다 마녀에게 매력적인 자신의 목소리를 주게 된다. 저자는 중세 시대에 진취적인 여성의 목소리는 마술에 연관 지어 마녀라는 딱지를 붙게 했다는 점을 지적하며 이야기를 풀어 놓는다.


에리얼의 목소리는 진정한 자아를 표출하는 수단이었는데 사랑에 눈에 멀어 어리석은 선택을 하게 된다. 실패할 것을 알면서도 목소리를 받아낸 바다 마녀의 악랄함은 단순하게 봐서는 안될 부분이었다. <인어 공자>가 페미니즘 관점으로 수많은 단점을 갖고 있다는 저자의 칼럼은 다소 충격적이었다. 그다음 친구 뮬란은 전통적인 남녀 역할에 제한으로 자신의 자아와 충돌한다. 연로하신 아버지 대신해 남장하고 전쟁에 참여하는 뮬란은 중국의 일반적인 여성상과는 다르다. 하지만 수 세기에 걸쳐 중국인들이 숭배하는 민족의 영웅으로 받아들이진 이유를 이 책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뮬란을 디즈니 철학으로 각색해 개봉했기 때문에 중국인들에게 큰 호응을 얻지 못했다는 점도 흥미로웠다.


서른두 명의 철학자들이 들려주는 <디즈니의 철학 수업>을 정독하면서 무심코 지나친 디즈니 영화 속 대사 속에 심오한 철학을 알 수 있어 매우 유익했다. 몇 개의 스토리는 아이들에게 보여주지 않기로 했다. 아이는 자신이 좋아하면 수백 번도 더 보는 습성이 있기 때문에 아무거나 보여줘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을 해봤다. 디즈니의 친구들을 만난다는 설렘으로 시작했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책이었다. 디즈니 속에서 삶의 지혜와 통찰을 얻을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이었다. 자신의 내면을 마주하고 인정했던 모아나와 엘사가 보고 싶은 밤이다.





*출판사 지원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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