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스트 인 러브
마르크 레비 지음, 이원희 옮김 / 작가정신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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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 레비 장편소설

『고스트 인 러브』


우리의 주인공 토마는 유명한 피아니스트다. 공연을 하루 앞둔 저녁, 아버지의 다섯 번째 기일이기도 해서 어머니 집으로 향한다. 식사 후 아버지의 서재에서 담배를 찾다가 마리화나를 발견한 토마는 호기심과 긴장감 해소를 위해 한두 모금만 해볼 생각을 한다. 그러다 네 번째 모금에서 머리가 핑 도는 것을 느끼며 재떨이에 비벼 껐고 신선한 공기를 마시기 위해 창문 손잡이를 잡는 순간,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때부터였다.


저승에서 특별한 휴가를 얻은 레몽은 토마에게만 보인다. 그래서 토마는 더더욱 자신이 정신분열 증세라고 확신하며 혼란에 빠진다. 레몽은 아들에게 거절할 수 없는 거래를 제안하고 토마는 비정상적인 거래를 받아들인다. 물론 처음에는 도덕성의 문제로 거절을 수차례 했다. 그것은 아버지의 생전 마지막 사랑이었던 카미유가 방금 숨을 거뒀는데 그녀의 유골함을 훔쳐야 한다는 것이다.


돌아가신 아버지가 눈앞에 보이는 것도 환장할 노릇인데 장례 중인 유가족에게서 유골함을 훔쳐야 하다니! 프랑스에서 샌프란시스코까지 아버지의 유골함과 함께 날아가서 말이다. 상식적으로는 승인할 수 없는 일이었지만 끈질긴 아버지의 부탁 끝에 수용하고 그때부터 아버지와 아들의 첫 여행이 시작된다.



내 아버지에 대한 사랑 때문에 그런 행동을 했다는 것만 알아줘요.

영원성이 거짓말보다 더 큰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용서를 구합니다.

(토마가 마농에게 쓴 편지)



아버지의 유전자 중에 완벽한 외모만 물려받은 토마의 성격은 숙맥이다. 연애박사였던 아버지와는 달리 연애고자에다가 세상 재미없는 사람축에 낀다. 그런 아들이 안타까웠던 레몽은 계속 토마에게 조언하고, 응원하며 생전 해줄 수 없었던 시간들을 함께 하려고 애를 쓴다. 비정상적인 미션을 함께 수행하면서 아버지에 대한 오해를 풀어가는 토마는 아버지와의 헤어질 시간을 더 늦추고 싶어 하는데....



마르크 레비의 <그녀, 클로이>에 이어 이번 책에도 아내, 폴린 레베크가 일러스트레이터의 참여했다. 회전목마는 어릴 적 토마와 마농이 함께 놀았던 놀이기구이다. 소설에 너무 잘 어울리는 삽화였다. 부부가 함께 한 소설이라는 점이 참 낭만적이다.


유령 아버지 레몽의 이름은 작가의 아버지 이름에서 가져온 것이지만 성격과 애정관은 전혀 다른 캐릭터라고 한다. 자신의 아버지가 아닌 세상의 모든 아버지들을 생각하며 '아버지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해답을 찾길 바라며 집필했다고 한다. 작가의 시그니처가 이런 책이라면 다른 책도 읽어보고 싶다. 가독성이 뛰어나 단숨에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코믹하면서도 진지함이 묻어있고 분명한 메시지가 가슴에 와닿은 이 소설을 모든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너에게 보내는 나의 미소 속에,

나의 눈빛 속에, 맛있는 음식을 해주고 싶은

나의 마음속에 있었는데.

아마도 아버지라는 건그런 것일 텐데

그 순간에는 어떻게 말해줘야 할지 몰랐어.





※출판사 지원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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