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키호테 1
미겔 데 세르반테스 사아베드라 지음, 안영옥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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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발한

이달고 돈키호테

데 라만차



예전에 나는 자기계발서와 심리학, 힐링에세이를 주로 읽었던 터라 고전과 두꺼운 책은 나에게는 '너무나 먼 당신'같은 존재였다. 편식하는 독서를 지양하고자 소설 쪽으로 방향을 틀었고 그런 다음 고전문학으로 도전을 해보았는데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고 재미있었다. 그러면서 두꺼운 책에 대한 벽을 허물기 시작했고 진지하게 『돈키호테』를 만나게 되었다.



사실 어린 시절 기사가 출연하는 만화나 소설, 영화 등은 나의 관심사에서 아주 멀었기에 재미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었다. 그래서 돈키호테의 내용도 잘 기억이 나지 않은 가운데 이 책을 만나게 된 건데 혼이 쪽 빠질 정도로 재밌어서 무지 놀랐었다.




세계 최초의 근대소설인 『돈키호테』를 세르반테스가 감옥살이 중에 집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길거리에 떨어지 종이조차 주워서 읽는 독서광이었는데 이런 그의 모습은 소설 속에서도 보이고 있었다. 당시 스페인에서 책을 발간하려면 왕실 심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했고 책의 가격마저도 왕실에서 정해줬다고 한다. 이런 제재가 없었다면 돈키호테는 더 재미있었을 거라는 소문도 있다. 우리나라에는 2004년도에 처음으로 완역하여 출간되었고 지구상에서 성서 다음으로 많은 언어로 번역된 책으로 아직까지도 번역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고 하니 시대를 넘나드는 치명적인 매력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



이 책의 원제는 『기발한 이달고 돈키호테 데 라만차』다. 이달고는 스페인에만 있는 하급 귀족 작위 '이달기아'를 가진 사람을 가리킨다. 우리의 이달고는 나이가 쉰에 가까웠고, 몸이 날씬했으며, 사냥을 좋아했는데 어느 순간 기사 소설에 도취되어 사냥이나 재산 관리를 까맣게 잊어버리고 만다. 밤새 기사 소설에만 열중했던 그는 분별력을 상실하고 세상 어느 미치광이도 하지 못할 생각에 매료되는데... 자기가 읽은 편력기사들이 행한 모든 것을 실천하는 게 그의 운명이라고 여겼고 바로 모험을 떠날 준비를 한다.





자신의 이름을 고향 이름을 붙여 스스로를 '돈키호테 데 라만차'라고 하기로 헸고 사랑할 귀부인과 자신의 말 이름까지 명명하고 길을 떠났다. 그는 첫 모험에서 객줏집의 주인장에게 기사서품을 받을 수 있었다. 객줏집은 돈키호테에겐 성으로 보였고 주인장은 성주로 보였으므로 기사서품을 요청했고 주인장은 미친 사람을 한시라도 빨리 내보내야 해서 서품식을 거행하는 성주 역할을 해줬다.



정식으로 기사 생활을 시작하게 된 돈키호테는 떡갈나무에 묶인 사내아이를 구원해 주며 매우 행복해했다. 한편 돈키호테 집에서는 신부와 이발사 그리고 가정부와 조카는 이틀간 가출한 그의 정신이 온전하지 못한 이유가 기사소설이라는 것을 알고 악의 근원인 책들을 화형 시킨다. 상인에게서 두들겨 맞고 집으로 실려온 돈키호테는 컨디션 회복 후 이웃집에 모자란 농부를 꼬드겨 종자로 삼는데 그가 산초 판사이다. 그리하여 돈키호테와 산초의 모험이 시작이 되었다.






「내가 잘못 안게 아니라면, 이것이야말로

지금까지 보지 못한 가장 위대하고 유명한

모험이 될 것이야.

저기 보이는 시커먼 물체들은 분명 저 마차로

어느 공주를 유괴해 가는 마법사들이 틀림없네.

그러니 내 힘을 다하여 이 불의를 무찔러야겠다.」


.


.


「이번 일은 풍차 사건보다 더 심각하겠는걸.」


산초가 중얼거렸다.





이 책은 보다가 과격하게 웃을 수 있으므로 가급적 집에서 읽기를 추천하고 싶다. 숨넘어갈 정도로 웃긴 대사들과 상황들이 나의 우아함에 치명적인 흑역사를 만들어 낼 수도 있으니 말이다. 나는 이렇게 배가 아프게 웃긴데 그들은 심각하게 진지하다. 근엄하기까지 하다.



돈키호테가 품은 이상은 그가 신념을 다해 나아가야 할 세상이었고, 그의 세상은 다른 사람들에게는 그저 망상과 비웃음거리였다. 산초에게 돈키호테는 신분 상승이라는 꿈을 이루어줄 나리였기에 현실을 직시하라고 알려주면서도 그에게 헌신을 다했다. 신부와 이발사는 돈키호테를 무사히 집으로 데리고 갈 수 있을까.



돈키호테는 미친 사람이라고 하기에 너무나 지혜로우며 통찰력도 뛰어났다. 그이 대사 속에 철학이 깃든 명언들이 많아 적잖게 놀랐었고, 산초는 어리석은 자인데도 속담을 아주 시기적절하게 뱉어내서 혹시 천재인데 바보인 척하는 건 아닐까라는 의심도 하며 읽었다. 김종민이 오버랩되는 이유는.. ㅎㅎ



작품 속에 인물 중에 기독교로 개종한 무어인 여인이 등장하는데 기독교읜의 땅을 찾아 모험 중이었다. 시대적인 배경을 전혀 모르고 읽었을 때는 이해가 되지 않았던 부분이었는데 알고 보니 스페인이 800년간 무슬림의 지배하에 있었던 역사가 있었다. 무어인 대다수가 이슬람 세력이 많았다고 한다. 고전을 읽는 재미 중에 하나가 그 나라의 당시 시대적 배경에 관심을 갖게 되어 자연스레 학습하게 되는 게 아닐까 싶다. 그나저나 돈키호테 2를 얼른 만나고 싶다. 주옥같은 그의 대사와 유쾌한 수다가 벌써 그리우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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