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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과 바다 - The Old Man and the Sea 원서 전문 수록 한정판 ㅣ 새움 세계문학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이정서 옮김 / 새움 / 2020년 12월
평점 :
품절

헤밍웨이는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로 마지막 성공을 거둔 뒤 의미 있는 문학 작품을 쓰지 못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헤밍웨이는 작가로서 끝났다고 말하기도 했다. 혹평과 비평에도 그는 1952년에 『노인과 바다』를 발표했고 1954년에 이 작품으로 노벨상을 수상하며 문학적 거인이 되었다.
『노인과 바다』를 쓰기 시작한 시점은 1936년 <에스콰이어>지에 에세이 하나를 쓴 2년 후였다. 구상은 했지만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를 먼저 쓰기로 하고, 다시 시작한 게 16년 뒤었다. 헤밍웨이가 쿠바에서 지낼 때 자주 청새치를 낚었다고 한다. 10년 동안 쿠바에서 영감을 얻으며 그는 최고의 고전 소설을 완성할 수 있었다.
노인 산티아고와 소년 마놀린이 주요 인물이다. 소년은 노인을 존경하며 잘 따른다. 어려서부터 낚시를 노인에게 배웠기에 소년에게 그는 우상이었다. 84일째 물고기를 낚지 못하는 노인은 85일째는 조금 더 멀리 항해를 하려 했다. 소년은 함께 가고 싶었지만 아버지의 반대로 이번에는 노인만 바다낚시 길을 가야 했다.
참다랑어는 햇볕에 은색으로 빛났으며
그것이 물속으로 거꾸로 떨어진 이후에는
다른 다랑어들이 잇따라 떠오르고
사방으로 뛰어올랐으며, 물을 휘저었고
미끼 뒤에 긴 점프로 도약하곤 했다.
그들은 그것을 에워싼 채 몰아갔다.
미끼로 쓸 10파운드짜리 날개다랑어를 잡은 노인은 얼마 후 엄청난 녀석과 힘겨루기를 하게 된다. 망망대해에서 그는 혼자 지금껏 들어 본 중에 가장 큰 물고기에 단단히 매달려 있었다. 이틀간의 사투로 물고기는 수명위로 올라왔고 노인의 작살로 싸움을 끝냈다. 매 순간 소년이 함께였다면 좋았을 텐데~를 말하며 아쉬워했다. 그러나 굶주린 두 마리의 상어는 노인의 물고기로 배를 채워야만 했다. 노인은 다시 상어와 대결을 한다.
그렇게 길고 험했던 항해는 종식되었고 앙상한 뼈만 남은 물고기만 가지고 집에 돌아온 노인은 잠에 빠진다. 티아고가 오랫동안 연락이 없어 슬펐던 소년은 노인이 돌아오자 펑펑 울었다. 그동안 자신과 바다를 상대로만 대화했던 노인은 소년과 대화가 너무 즐거웠다. 소년은 다친 노인을 들여다보고 보살펴준 문밖으로 나오면서 다시 울기 시작했다.
[책속 문장]
'나는 그를 움직였어'
노인은 말했다.
'그러니까 나는 그의 마음을 움직인 거야'
96
네가 나를 죽이겠구나, 물고기야.
노인은 생각했다.
그래 너는 그럴 자격을 가지고 있지.
결코 나는 지금까지 너보다
더 거대하거나, 더 멋지거나,
혹은 침착하거나 더 당당한 것을
본 적이 없으니 말아디,
형제야, 어서 와서 나를 죽이렴.
나는 누가 누굴 죽이건 개의치 않는단다.
97
'인간은 패배를 위해 만들어지지 않았어'
'인간은 파멸당할 수는 있을지언정
패배하지는 않아.'
108
자네는 단지 살기 위해 그리고 먹거리로 팔기 위해
물고기를 죽였던 게 아니야.
그는 생각했다.
자넨 자부심을 위해 그를 죽였지.
왜냐하면 자넨 어부이니까.
자넨 그가 살아 있을 때 그를 사랑했고
후에도 그를 사랑했지.
만약 자네가 그를 사랑한다면,
그를 죽인 건 죄악이 아냐.
111
읽기 쉽도록 의역한 글은 작가가 의도한 뉘앙스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지적한 역자는 이번 『노인과 바다』를 처음부터 끝까지 직역으로 작업했다. 헤밍웨이의 서술 구조를 손상 없이 읽을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를 갖게 되어 매우 좋았다. 초반에는 배우 신구 선생님이 자꾸 떠올랐는데 나중에는 산티아고의 모습이 헤밍웨이로 그려졌다. 내용마다 깊은 의미를 담고 있는 이 책은 중편이지만 제대로 음미하기 위해서는 독서시간을 넉넉히 확보하는 게 좋을 것 같다. 번역서와 원서가 함께 구성된 이 책이 소중해졌다. 고전문학은 역시 번역이 중요한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