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아로 산다는 것 - 워킹푸어의 시대, 우리가 짓고 싶은 세계
박노자 지음 / 한겨레출판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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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출신으로 귀화한 한국인으로 현재 노르웨이 오슬로 국립대 한국학과에 교수로 재직 중인 저자의 이름, 박노자는 필명이라고 한다. 스승인 미하일 박의 성에 러시아 사람이라는 뜻인 노자로 개명하고 싶었지만 박 씨 문중의 양해를 얻어야 하는 등의 문제로 박 씨로 성씨와 본관을 창설하는 것을 포기했기 때문에 현재 대한민국 공문서상 이름은 티코노프 블라디미르이다.



한국과의 인연은 춘향전으로 시작한다. 춘향전을 인상 깊게 봤던 박노자는 모스크바에 있는 상트페테르부르크 대학교 동방학부 조선학과를 입학했고 다시 러시아로 돌아와 한국고대 사학과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대한민국으로 돌아왔다. 한국 여성과 결혼하여 경희대 러시아어 전임강사로 근무하다 2000년 노르웨이로 넘어가 오슬로 대학교 한국학과 동아시아학 교수로 근무 중이다. 한국을 떠난 지 2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한국 국적을 갖고 있으며 한글을 잊지 않기 위해 꾸준히 한글로 칼럼을 쓰고 있다고 한다.



프로필에 매우 흥미로웠다. 한국학과 교수라서 한국인보다 더 한국을 관심 있게 분석했을 수도 있다. 마냥 부정적으로만 보는 그의 시각은 분명 불편하다. 하지만 애정이 없다면 잔소리도 않는 법.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었다.



집을 잃은 아이라는 '미아'의 의미를 넓게 제시해 주고 있다. 인간이 군중 동물인 만큼 그가 속해온 군중의 '문화' 역시 인간의 집이라는 것. 문화의 종적을 감춰지고 있다는 점에서 미아를 떠올렸다고 한다. 한국의 젊은 워킹푸어 계층은 마르크스가 말한 무산자와 닮아있어 그들은 집단적 근대 후기의 미아가 되었다고 일침을 가했다.




오늘날은 '착취'와 함께 '소외'가

새로운 모습의 무산자들이 겪는 사회적 고통의 핵심이다.p9




서문부터 묵직하게 때려주는 그의 글발에 한동안 멍해졌다. 가볍게 읽을 생각은 없었지만 국어사전을 찾을 일이 너무 많았다. 일반적으로 한국인들도 어려워하는 고급 어휘와 한자성어를 대수롭지 않게 쓰는 저자가 새삼 존경스럽기까지 했다. 물론 사회 도서를 자주 접하지 않은, 부족한 나의 소양으로 읽기에는 어려운 책이긴 했다.




  • 출산율 제로, 자기계발에 목매는 사회

 한국 남성의 하루 평균 가사노동이 약 18분이지만 노르웨이는 두 시간 36분이라고 합니다. 노르웨이의 고용주는 정해진 근무시간 외에는 잔업을 시킬 수가 없으며 회식이라는 개념도 없다고 한다. 관공서는 3시에 마감, 학교는 4시면 교직원이 모두 퇴근하며 남녀 구분 없이 약 5시까지 귀가하지 않으면 이상하게 여긴다는 것이다. 또한 여성에 대한 역차별 정책이 시행되어 남성과 동등한 위치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제도가 마련되어 있다는 점을 제시하며 한국과 노르웨이의 문화와 정책에 대해 비교하면서 우리나라가 저출산 국가일 수밖에 없는 이유를 알려줬다.



시중에 팔리는 자기개발서의 핵심 주장은 카네기의 논리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고 저자는 말한다. 즉 성공을 하려면 남을 이용하고, 남을 이용하려면 친절하고 배려 있는 척해라. 원만한 관계로 관리해 적절히 이용하는 길이 성공이라고.


카네기는 사리사욕을 성공으로 높여 부르고 이를 공개적으로 개개인의 유일한 인생 목표로 설정한다는 점에서 카네기 주의는 신자유주의 시대를 예견했을 수도 있다며 자유경쟁은 결국 만인이 만인의 경쟁자가 될 수밖에 없기에 끝도 없이 자기개발에 주력을 한다는 점은 안타깝지만 과도하게 편중된 시선이 아닌가 싶다. 누군가를 밟기 위한 배움이 아닌 스스로를 성장에 만족하는 배움을 추구하는 사람도 분명 있을 테니 말이다.






극우주의, 액체 근대로 망가지는 지구의 미래를 우리의 손으로 같이 구출해야 한다는 그의 고발은 매우 자극적으로 다가왔다. 부정적인 시각에서만 쓰인 글이라서 그럴까. 남북한의 통일은 필요하지만 한국의 신자유주의를 북한으로 수출되어서는 안된다는 그의 주장은 이해되면서도 불편했다. 내 편이 나쁜 건 알지만 남이 욕하면 기분 나쁜 그런 것이다. 속속들이 되짚어주는 음지의 내용도 있었고 과도하게 편중된 내용도 있었다. 지적은 하되 명쾌한 대안이 없어 찜찜했지만 대안을 내놓았다면 논란이 컸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지극히 주관적인 시점으로 써 내려간 글이라 심각하게 받아들이면 골치가 아프니 가볍게 읽어가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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