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드뷔시 미사키 요스케 시리즈 1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이정민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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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드뷔시》는 나카야마 시치리의 데뷔작이자, 2009년 '이 미스터리가 대단해' 대상을 수장한 작품이다. 평소에 미스터리를 읽지 않는 독자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도록 클래식 음악과 미스터리를 접목했다고 한다. 작가 자신도 클래식 초보자였기 때문에 클래식을 잘 모르는 독자도 쉽게 읽힐 수 있게 썼다고 하니 부담 없이 읽어보기로 했다.




"네 경우는 체표면적의 34퍼센트에 3도 화상을 입었다.

안면은 물론 노출되어 있던 부분은 예외 없이 진피까지 탄화되었지."




▶하루카와 루시아


하루카에게 동갑내기 사촌 루시아는 가장 친한 친구 같은 존재였다. 인도네시아에서 귀화한 레이코 고모의 딸인데 안타깝게도 작년 자연재해로 고모와 고모부는 돌아가셨다. 하루카의 부모님은 루시아를 양녀로 거두었다. 루시아는 가장 친한 친구이자 자매가 되었다.



할아버지와 루시아, 하루카가 잠든 별관에 큰 화재가 발생했다. 기적적으로 의식을 되찾은 하루카는 눈꺼풀이 움직일 수 없었다. 시각, 후각, 대부분의 촉각들을 느낄 수 없었다. 다만 배 위에 손가락의 움직임을 감지했다. 구출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건 손가락으로 쓰이는 글자들이었다. 잠들고 깨고를 무수히 지낸 어느 날 오감 중에 청각이 부활하는 날이 찾아와 엄마의 목소리를 들었다. 그리고 할아버지와 루시아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절망적인 소식도 알게 되었다.




6억 엔의 신데렐라


두 달 후 퇴원한 하루카는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고즈키 일가의 고문 변호사 가노에게 할아버지 유산에 대한 설명을 듣는다. 총자산의 2분의 1이 하루카의 몫이며 신탁의 형식으로 음악 활동 시 사용할 수 있었다. 하루카가 음악으로 성공하지 못할 경우 재산은 법인의 자산으로 귀속된다는 파격적인 내용이었다. 아직 백수인 삼촌에게 유언장의 내용은 불만투성이였다. 삼촌의 상속분도 신탁 형식으로 사업 자금을 제공한다고 명시되어 있지만 고문 변호사의 승인을 얻어야 사용할 수 있는 금액이었기 때문이다. 할아버지 간병인이었던 쓰즈키 미치코에게도 봉사의 대가로 현금 3백만 엔이 유증되었다. 그리고 이제는 하루카를 전담으로 간병해 주기로 했다.





한 지붕 아래 날 노리는 사람이 있다


하루카는 화재전에 특기생으로 음악과 추천 입학이 결정되었었다. 전신에 붕대를 감고 목발이 아니면 걸을 수 없었던 하루카의 재활운동이 필요했고 어머니는 피아노 연습을 통한 재활운동을 시키고 싶어 했다. 기존 다니던 피아노 교습소 오니즈카 선생은 단번에 거절했지만 곁에 있던 미사키 요스케가 하루카를 맡게 된다.



미사키는 국내 유명한 콩쿠르를 휩쓸고 다니는 신진기예로 예전에도 하루카와 마주친 적이 있었다. 그의 지도하에 굳었던 손가락이 풀리는 마술을 경험한 하루카는 그를 맹신하게 된다.


한편 고문 변호사 가노가 다녀간 이후로 하루카에게 불미스러운 사고가 발생하는데 저절로 떨어진 미끄럼 방지재, 저절로 망가진 목발 등 사고를 당해도 누군가 눈치채지 않는 한 불의의 사고로밖에 보이지 않는 기술을 부리더니 점점 과감한 수법으로 하루카를 위협한다. 그리고 또 다른 불행이 닥쳐왔다. 하루카의 어머니가 죽었다.





"산 자보다 더 생생하게 살아 있는 죽은 자.

죽은 자보다 더 스러지긋 중어 있는 산자.

그 두 가지를 구분하는 것은 대체 뭘까.

그것은 내 속에도 있는 걸까."







▶ 자신이 소멸하지 않기 위해 매달린 피아노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몸, 잘 구부리지도 못하는 손가락, 웃는 데도 고통이 따르는 피부로 피아노를 연주하고 싶다고 말했던 열다섯 소녀. 공포와 절망을 딛고 일어나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고 싶어 했던 하루카의 성장 소설이며, 유망한 피아니스트 미사키 요시케가 탐정으로 데뷔하는 작품이다.




미사키는 완벽한 꽃미남이면서 따뜻한 인간미를 지녔으며 뛰어난 추리력을 겸비한 심하게 비인간적(?)인 캐릭터다. 당연히 매력적이다. 하루카가 그의 외모나 실력에만 반한 게 아니라 그의 다정함에 용기를 얻고 더 의지했음이 분명하다.



나카야마 시치리의 작품은 처음 읽어본다. 반전의 제왕이라고 불리는 저자의 별명을 수긍하며 너무나 몰입해서 읽었다.


클래식이라는 독특한 장치가 추리와 만났을 때 이렇게 감각적일 것이라고는 생각을 못 했다. 매력적인 캐릭터가 주는 철학적인 영감과 아름다운 클래식의 경합을 이 추리소설로 만나보기를 추천한다. 다음 책인 <잘 자요, 라흐마니노프>도 상당히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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