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와 달리 뉴욕의 크리스마스에는 연중 다른 때보다 사람들이 책을 훨씬 많이 읽는 시즌이라고 한다. 지금처럼 놀이문화가 적었던 옛날에는 가족들이 모여 악기로 작은 음악회를 열기도 했다는데 대부분은 책을 큰소리로 읽는 것보다 편안한 오락이 없었다고 한다. 크리스마스에 벽난로가 있는 거실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가운데 누군가 책을 읽어준다... 역시 우리나라와는, 나와는 좀 거리가 먼 이야기다.
생각해 보면 비슷한 문화가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친구들이나 자매들끼리 모여 이불을 뒤집어쓰고 있으면 맛깔나게 말하는 재주가 있는 친구가 간담 서늘하게 무서운 이야기를 해주면 꺅꺅거리며 이불 속으로 숨어버렸던 ㅋㅋㅋ
이 책은 <세상의 모든 책 미스터리>와 분위기가 비슷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는데 상당히 달랐다. 나에게는 아주 조금 익숙한 앨러리 퀸과 정말 낯선 수전 무디, 노벨 페이지, 피터 러브시, 메리 로버츠 라인하트 같은 작가들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들이 담겨있었다. 미스터리물에 입문한지 얼마 되지 않아 제각기 개성이 다른 작품을 받아들이기 혼란스러웠지만 나름 읽을 만했다. 비록 단편이었지만 작가에 대한 프로필이 꼼꼼하게 기재되어 있어 매우 친절한 책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미스터리라고 해서 흉악한 살인마가 등장하길 기대했다면 그 마음은 잠시 접어두고 읽기를 추천한다. <화이트 크리스마스 미스터리>은 기괴하면서 웃기기도 하고 스릴을 주면서 감동을 주기도 한다. 그야말로 크리스마스에 읽기 딱 좋은 이야기들로 모아둔 앤솔로지다. 여러 작가들의 분위기와 매력을 체험할 수 있어서 좋았지만, 그중에는 집중이 잘 안되는 작품도 있었다. 이 기회에 나에게 맞는 작가를 찾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