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열
아키요시 리카코 지음, 김현화 옮김 / 마시멜로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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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모를 바꿔 다른 인생을 살아간다는 이야기는 변함없이 등장하는 것 같다.

의느님의 손길로 절세 미녀로 다시 태어난 강한나는 이제 숨어서 노래할 필요가 없었다. 뛰어난 실력으로 그녀는 사랑받는 슈퍼스타가 되었지만 자신의 과거가 들킬까 봐 늘 불안했고 사랑 앞에 열등감을 표출했다. 성형미인을 혐오했던 한상준은 그녀의 성형설에 혼란스러워했지만 사랑을 포기하지 않았다. <미녀는 괴로워>의 재미와 감동 주는 영화였다. 그리고 페이스오프도 얼굴 이식이라는 놀라운 장면이 나온 영화도 생각이 났다.



자신의 남편의 복수를 위해 성형수술을 강행하고 살인자에게 접근한다는 설정이 신선하지는 않다. 어쩌면 뻔할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작열>은 달랐다.




실제로 우리는 둘이 함께하고서야 마침내 삶을

살아가는 느낌이었다. 둘이 모여 처음으로

인생을 향해 손을 뻗어 혼자서는 절대 잡을 수 없는

무언가를 잡을 수 있었다. 한쪽이 빠지면 무의미했다.



 손에서 미끄러져 접시가 깨져고 그 소리에 놀란 남편은 청소기와 접착테이프를 가져와 치워주며 파편을 조심하라고 한다. 깨진 접시 뒷면의 본차이나를 본 그는 본차이나 도자기에는 뼛가루가 들어있다는 정보를 알려주었지만 속이 좋지 않았던 에리는 화장실로 달려가 토악질을 했다. 거울 속 그녀는 울고 있었다. 죽은 전 남편 다다토키를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의 유골.. 산산조각 난 머리통 윗부분...



 남편은 늦는다고 외출해서 사키코는 느지막한 시간까지 인강을 듣고 있었다. 깊은 밤 집으로 전화가 왔다. 불길한 예감은 남편의 시신 확인 요청이었다. 추락사로 손상된 얼굴은 보여주지 않았지만 몸의 흉터와 소지품은 다다토키라고 증명하고 있었다. 얼마 후 자살이 아닌 타살로 수사 중이라는 경찰을 연락을 받았다. 남편은 다니던 직장에서 반년 전에 해고를 당했고 그 후 투기 사기로 두 건이 고발된 상태라는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된다.



 경찰은 유일한 목격자이며 투자 사기 피해자인 히데오를 용의자로 주목하고 있었다. 그러나 증거 불충분으로 그는 풀려났다. 사키코는 살 이유가 없었다. 죽고 싶었던 그녀는 죽을 방법을 모색하다 동반자살 파트너를 구한다는 인터넷 게시글을 보고 바로 신청했다. 동갑이었던 그녀들은 텐트 안에서 조용히 죽음을 진행했다. 그러나 운이 나쁘게도 사키코는 죽지 못했다. 죽은 에리와 넋두리하다 이 기회를 복수로 활용하기로 하는데...





파편은 생각지도 못한 곳까지 날아간단 말이야.

어느 날 갑자기 튀어나와서 놀라게 할 때가 있어.

위험천만하지.






▶ 복수, 사랑, 속죄, 엇갈린 시간


복수하려는 여자의 마음을 모른 채 진심으로 사랑하는 남자, 한 사람의 사랑으로 시작한 결혼이 두 사람의 마음이 통했을 무렵 등장한 과거의 조각들로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다. 사키코의 첫 남자가 히데오였다면 덜 불행했을지도 모른다. 그녀가 극복해야 할 산은 하나뿐이었을 테니까. <작열>의 등장인물은 모두 절박한 사람들이었다. 착하고 가여운 사람들이 어쩌다 상황을 잘못 만나 평생 못 잊을 상처를 만들고 말았다. 마지막을 읽고 너무 안타깝고 마음이 아팠다.

이 소설은 상황의 전환들이 다소 매끄럽지 않았지만 충분히 인물들의 감정선을 잘 따라갈 수 있었다. 후반부 결정타를 날린 선수의 등장과 히데오의 고백은 정말 소름 끼치는 반전이었다. 절절한 멜로와 반전 매력의 스릴러를 잘 버물린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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