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이, 혼자가 될 때까지
아사쿠라 아키나리 지음, 문지원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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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이, 혼자가 될 때까지>는 기타카에데고등학교 2학년 A반과 B반 아이들의 이야기다. 이 소설을 보면서 학창 시절에 나는 반에서 어떤 아이였을까라는 더듬더듬 추억해보니 맙소사! 그때도 여러가지 이유로 곤란해하던 내가 보였다. 새 학기가 시작되었을 때에 낯선 아이들과 잘 지낼 수 있을까 걱정했고, 짝꿍 변경 예고를 듣거나 발표를 앞두고 몇 날 며칠을 불안했는지 모른다. 싱그럽고 천진난만한 아이들을 보며 부럽기만 했는데 그들도 나름의 고충이 있었던 것을 기억해냈다.



기타카에데 고등학교에서는 몇몇 아이들이 주동으로 A반과 B반이 합동 레크리에이션을 진행하고 있었다. 자살 사건은 두 달 전부터 시작되었다. 고바야카와 도우카라는 B 반 여학생이 신고나 4층 여자 화장실에서 목을 매고 죽었다. 다음 주에는 A 반 무라시마 다쓰야가 시청각실 창밖으로 투신하여 즉사했고, 2주 후 다카이 겐유는 빈 교실에서 창밖으로 몸을 던져 자살했다.

모두 같은 유서를 남긴 채.



"나는 교실에서 너무 큰 소리를 냈습니다. 조율해되어야만 합니다. 안녕."



세 번째 자살이 일어난 이후 시라세 미즈키는 등교를 거부하고 칩거 생활을 하고 있었다. 친구들과 담임은 걱정이 되어 미즈키의 옆집에 사는 가카우치에게 안부 편지를 전해달라고 부탁한다. 그리고 미즈키를 만나 놀라운 얘기를 듣는다. 자살이 아니라 의도된 살인이라는! 사신 분장을 한 여자애가 직접 말해줬다고 하지만 가카우치는 믿을 수가 없었다.


이 날 가카우치는 '수취인'으로 지목되었다는 괴상한 편지를 받는다. 기타카에데고등학교에 재학생 중 네 명은 특별한 능력을 부여받는데 그중 한 학생이 부고로 가카우치가 임의로 선정되었다는 것이다. 그 능력이라는 건 '거짓말을 구분하는 것'으로 극심한 통증이 발동 조건이었다.


행운의 편지라고 생각하고 무시했지만 다음날 우연하게 능력이 발현되고 충격을 받게 된다. 그리고는 미즈키를 다시 찾아가 살인자인 사신에 대해 자세히 물어본다. 사신은 특별한 능력을 갖은 '수취인'이 틀림없다.


가카우치 말고도 범인을 찾는 수취인이 또 있었다. 야에가시는 처음엔 범인으로 가카우치를 의심하고 공격하였다. 그의 능력은 누가 좋아하고 누가 싫어하는지를 알 수 있었다. 이것으로 두 명의 수취인은 사신이 단 유리라는 것을 찾아내고 그녀의 능력을 확인하고 없애기 위한 계획을 세운다. 단 유리는 교실이 하나가 될 때까지 죽일 것이라며 선포하는데.. 이 아이를 멈추게 할 수 있을까.



  • 교실 카스트, 분열, 다 함께


아이들의 집단 내에서도 목소리 높이는 애들이 리더가 된다. 성향에 따라 리더가 되고 싶지 않았던 아이가 있을 수 있다. 분위기에 휩쓸려 원하지 않는 자리에 무거운 짐을 어깨에 짊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한 합동 레크리에이션도 좋은 취지였지만 그중에는 자기만의 시간을 갖고 싶었던 아이들도 분명 있었다. 그래서 조율이 필요함을 느낀 단 유리는 자신의 특별한 능력으로 조용한 교실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기타카에데 고등학교의 설립자인 기시타니 료켄과 그의 친구 시오야 사부로에 대한 이야기가 담긴 자서전이 교내 도서관에 배치된 이유에 대해 생각해봤다. 우울증에 시달렸던 시오야 사부로가 자살을 택하면서 기시타니는 적극적으로 손을 내밀지 못했음에 깊은 후회를 했다. 그리고 마흔을 넘긴 나이에 시오야와 닮은 초능력자를 만나게 되었고 학교 설립을 염두 했던 그에게 특별한 힘을 실어줬다. 그 네 가지 능력은 도대체 어디에 사용하라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는데 소설이 끝나갈 무렵 밝혀지면서 진한 감동이 밀려왔다.


다소 억지스러운 행동에 감정 이입이 힘들었지만 기독성은 좋은 재밌는 추리 소설이었다. 잔혹했지만 사신의 생각도 가카우치의 속내도 일부 공감이 갔다. 혼자 있고 싶다고 하는 사람은 정말로 혼자이고 싶어 하는 경우는 없는 것 같다. 오히려 그들은 더 외로워했고, 무엇보다 자신을 더 이해해주고 참아주길 바라는 마음이 큰 사람들 같다. 누구도 외롭지 않았으면 좋겠다. 능력자인 수취인이 더 이상 필요 없는 학교가 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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