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모든 책 미스터리
제프리 디버 지음, 오토 펜즐러 엮음, 김원희 옮김 / 북스피어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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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책 미스터리》




삶이 꼭 원하는 것만 쏙쏙 골라 먹을 수 있는

메뉴판처럼 변했다고.

우린 원하는 게 있으면 뭐가 됐든 갖고플 때 가지지.

그만큼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는 게 뭔지 알아보기는

더욱 어려워진 셈이 아닌가 싶어

21p

나는 아직도 전자책이 어색하지만 오디오북은 그나마 들을 만한 것 같다. 세상에 좋아지면서 독서를 하는 매체가 다양해지고 책을 구매하는 방법도 손쉬워졌지만 여전히 책방을 즐겨 찾는 이는 생각보다 많다. 나는 종이책을 더 선호한다. 밑줄과 낙서를 하면 읽는 편이라 전자책이나 오디오북은 불편하다. 무엇보다 책의 냄새와 촉감이 좋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미세한 공기의 움직임이 느껴지는 것도 좋고, 새 책의 단정함과 잉크의 냄새, 오래된 책의 스모키하면서 달큼한 종이 냄새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공감하지 않을까.

미스터리를 좋아하는 애서가라면 흥미가 돋을 책을 만났다.

<세상의 모든 책 미스터리>은 뉴욕에 미스터리 서점을 운영하는 오토 펜즐러가 미스터리와 스릴러 분야의 대가들에게 의뢰하여 만든 책이다. 출간 이후 25만 부 이상 판매되었고 애드거 앨런 포 수상도 했다고 한다.

  • 세상의 모든 책들 - 책으로 만든 집

책들의 구원자라고 자부하는 윌리엄은 여러번 책을 훔쳐 경찰에 신고가 되기도 했다. 그의 동생 테이트도 형의 위대한 작업에 동참하여 서점에서 배달 일을 하며 조금씩 몰래 형에게 전달해 줬다.

사립탐정 테스는 어린이 서점에 신세 진 일도 있어 무상으로 이 사건을 해결해 주기로 하고 윌리엄을 찾게 된다.

"시간이 흐르면 책도 숨을 쉬어야 합니다. 걔네들은 너무 오랫동안 기다려요. 갇힌 채로 기다리고 또 기다리는 겁니다. (중략) 아무도 걔들을 읽어 주지 않았다는 걸 알 수 있어요."

쓰러져가는 윌리엄과 테스의 집. 그 집의 어두운 벽에는 한 장 한 장 책들이 채워있었다. 영원히 활짝 열려 있어 언제나 읽힐 준비가 되어 있는 책들의 향연이 펼쳐졌다. 윌리엄과 테스는 진지한 작업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테스는 윌리엄에게 무료로 책을 제공해 주는 <세상의 모든 책들>이라는 헌책방을 소개해 주며 앞으로 다른 책방에서 책을 가져가는 것을 그만두게 해줬다. 윌리엄의 테이트에게도 좋은 제안을 주는데..

  • 모든 것은 책 속에 - 마피아의 장부

뉴욕의 소위 6대 마피아 가문 가운데 하나의 우두머리인 니콜라스 지랄디의 사망으로 경찰과 마피아들은 사립탐정 해머를 찾아온다. 니콜라스가 죽기 전에 소중한 책을 가장 믿을 만한 사람에게 주겠다고 했기 때문이었다. 평소에 모든 거래를 수기로 남기기로 유명한 니콜라스가 소중하게 여긴다는 책은 장부였을 것이다.

그 책을 노리는 자들은 정치인과 마피아. 치부를 제거 또는 협박용으로 사용될 장부는 상당한 가치가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예상과 달리 평소 니콜라스의 신임을 받은 해머에게도 장부는 없었다. 상원위원은 만 달러를 소니 지랄디는 10만 달러를 제안하며 장부를 찾아달라는데..

  • 이방인을 태우다 - 아버지의 인생

희귀 신경 질환으로 오랫동안 병상에 계셨던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돌아가시기 3주 전 죽어가는 귀중한 숨결로 "선의"라고 말씀하셨다. 유언이 돼버린 이 말의 뜻을 알 수가 없던 돈은 그렇게 아버지를 보냈고 장례 준비 중이었다.

영문과 교수인 돈과 아버지의 유일한 공통점은 책을 끔찍이 좋아한다는 점이지만 장르가 달랐다. 아버지는 지독한 서부극을 좋아하셨는데 돈은 저급한 책을 좋아하는 아버지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다 보니 부자는 대화가 없는 편이었다.

조문객을 맞이하기 시작한 저녁 일이었다. 희귀 서적상 루 칼레도니아라는 땅달만한 남자가 돈에게 오늘 밤에 꼭 만나달라고 찾아왔다. 아버지에게 책에 관련해 상의했으나 여러 번 퇴짜를 맞았지만 중요한 일이라고 했다.

소중한 사람의 인생은 그가 사라진 뒤에 궁금해지는 걸까. 돈은 아버지를 자신보다 더 알 것 같은 루 칼레도니아를 찾아 기기로 한다. 그러나 그는 시신으로 발견되고 수사하는 과정 중 아버지가 쓰신 책이 존재한고 그 책의 가치는 어마무시하다는 것을 알게 되는데..


<세상의 모든 책 미스터리>는 책을 소재로 한 8편으로 구성되어 있는 미스터리 단편집이다. 이 책의 모든 단편들은 다양한 재미와 감동을 주고 있다. 그중에는 지루하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긴 하지만, 첫 번째 이야기가 임팩트가 가장 큰 것 같다. 책 도둑 윌리엄의 책에 대한 신념을 지킬 수 있는 대안으로 마무리되어 기분이 좋았다. 좋은 느낌 그대로 다음 편을 기대했는데 또 다른 재미를 주는 스토리에 깜짝 놀랐다. 반전의 반전은 미스터리의 묘미겠지. 늘 범인을 염두에 두며 탐정놀이하듯 읽어내는 추리소설의 재미와 좋아하는 책에 읽힌 에피소드를 함께 엮은 이 책은 소장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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