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호 식당 2 : 저세상 오디션 (청소년판) 특서 청소년문학 18
박현숙 지음 / 특별한서재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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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2일 세상을 등진 열세 명의 사람들이 같은 곳을 향해 걷고 있었다. 이들의 종착지인 산 넘어 강이었다. 나도희는 반정신이 나간 채 나일호에게 기대며 걷고 있다. 별안간 한 남자가 길을 막고 서서 아무나 그곳으로 가지 못하며 오디션을 치러야 한다는 황당한 말을 한다. 그리고 그의 상관으로 보이는 마천이라는 사람이 나타나 자세한 설명을 해줬다.



원래 스스로 죽음을 택한 자는 그렇지 않은 자와 다른 길을 가게 되어 있었다. 영겁의 세월 속에 이 세상도 저세상도 아닌 경계에서 떠도는 신세가 되는 벌을 받을 자들이었지만 저 높은 곳에 계신 분의 허락을 받아 산 넘어 강과 연결된 길을 마천이 만들고 오디션을 합격하는 사람만 귀한 기회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이다.



마천은 태어나길 원하는 영혼들을 선별해 그들에게 삶이라는 선물을 주었다. 그러나 정해진 시간을 남긴 채 스스로 삶을 포기해버렸다. 마천은 몹시 화가 났지만 가여운 그들을 구제해주고 싶었던 것이다.



열세 명 중에 16살인 나일호는 억울하기만 하다. 현세에서도 억울한 일만 가득했는데 옥상에서 죽으려는 나도희를 구하려다 얼떨결에 같이 죽어버린 것이다. 자기는 죽으려고 죽은 게 아니라고 호소했지만 이곳에 하는 일에는 오류는 없다며 무시당한다.



오디션은 각자의 심사위원이 눈물을 흘리면 합격이라는데 어떤 기준이나 팁은 제공해 주지 않았다. 가수였던 돌팡과 나도희는 2차까지 노래를 불렀지만 탈락의 쓴맛을 보았다. 이들 중에 누가 합격을 하게 될까? 그리고 나일호는 이대로 억울함을 감수해야만 할까?



나는 왜 내 시간을 멋지게 살아가는

그 상상의 마법을 까마득하게 잊고 있었을까.

그걸 잊지 않았다면 미래의 시간이

마냥 불안하게 느껴지지만은 않았을 텐데.

불안하기는커녕 하나하나

이루어나가는 게 신났을 텐데.

p210




사는 게 버거워 죽음을 택한 자들은 그보다 더한 고통을 영겁의 시간 동안 보내야 함을 알고 후회를 했다. 죽을 용기로 살걸 그랬어라고 깨달았다 해도 이미 늦어버렸다. 저마다 죽은 이유는 안타까웠다. 연인, 동료, 아들.. 결국 타인 때문에 극단의 선택을 한 사람들이었다. 자신의 시간을 타인에 의해 파괴했기에 이승에 미련이 한가득이었다.




오늘이 힘들다고 해서 내일도 힘들지는 않다.

오늘이 불행하다고 해서 내일까지 불행하지는 않다.

나는 사람들이 세상에 나가 보낼 시간들을 공평하게 만들었다.

견디고 또 즐기면서 살아라.

p223


우리는 매사 선택을 하고, 그 선택에 따른 후회를 하며 시간을 보낸다. 후회를 바로잡을 시간이 얼마나 남아있을지는 그 누구도 가늠하지 못한다. 나이가 들어보니 책을 읽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 진리는 이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는 것이다. 보이지 않는 시간들이 정해져 있으며 그 시간은 되돌릴 수 없다는 것, 그래서 하루하루를 소중하게 보내야 함을. 내가 지금 죽을 만큼 힘든 일이 생각보다 사소한 문제라는 걸 깨닫기까지 제법 시간이 걸렸다. 저자는 아이들에게 미리 알려주고 싶었던 게 아닐까. 너희가 사는 세상은 제법 살 만하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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