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적 혼란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차은정 옮김 / 민음사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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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적 혼란>의 저자 마거릿 애트우드는 1939년 11월 생으로 캐나다 최초의 페미니즘 작가라고 한다. 곤충학자인 아버지를 따라 자연을 탐험하는 게 일이었던 그녀는 친구를 사귈 기회가 부족했고 그런 까닭에 독서가 자연스레 그녀의 시간을 메꾸게 되었다. 자연스럽게 글쓰기에 관심을 두었던 그녀는 스물한 살에 첫 시집 <서클 게임>을 출간했으며 이 책은 캐나다 총리 상을 수상했다. 그 후 장편소설 <떠오름>으로 시인이자 소설가로 이름을 날렸다고 한다. 


2000년 출간한 <눈먼 암살자>로 권위적이며 지배적인 남성을 비판으로 내용을 담은 페미니즘 작가로 평가받게 되었다. 그 외에도 외교관계, 환경 문제, 인권 문제, 현대 예술 등 다양한 주제를 폭넓게 다루고 있다고 한다. 하나의 소설에 등장하는 캐릭터의 직업 또는 시대적 배경 등을 삽입하기 위해 많은 자료를 찾고 연구하여 이야기에 녹여내는 작가들을 존경한다. 그런데 한 분야가 아닌 다양한 분야를 다루고 있다니 경이감이 일어났다. 


<도덕적 혼란>의 시작은 노부부였다. '넬'이라는  한 여인의 이야기로 단편을 연작한 소설이었다. 노부부의 아침은 나쁜 소식으로 시작이 된다. 넬의  남편  티그(남편이라고 해도 되나? 사실혼 관계인 두 사람)는 아침마다 나쁜 소식을 찾아 아내에게 전한다. 오늘 아침에는 과도 정부 위원회 지도자가 살해되었다고 한다. 넬은  깨어난 직후에 무거운 주제를 토론하는 것을 견딜 수 없어하지만 수십 년간의 습관이 밴 티그는 무심코 뱉어낸다. 그런 티그를 야단치려다 상처받은 표정을 보고 화를 누그러뜨린다. 이때는 몰랐다.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


다음 장에 '요리와 접대 기술'에서 그녀의 성향을 볼 수 있었다. 여기서 넬은 열한 살이다. 집안의 장녀라는 이유로 늦둥이를 가진 어머니를 도와  동생을 위해 배내옷을 만들려고 뜨개질을 한다. 넬은 어머니의 변화된 외형과 태도가 마냥 두렵다. 아버지의 부재로 어머니와 태어날 동생의 보호자가 되고 만다. 책 속에 그녀도 책을 좋아한다. 뜨개질로도 불안이 잠재워지지 않을 때는 나무에 기대어 제일 좋아하는  <요리와 접대의 기술>을 읽는다. 이 책에서 규율과 질서 그리고 융통성과 다른 가치를 배웠다. 수동적이 삶과 그렇지 않은 삶.


이제 넬은 열네 살, 고등학생이 되었지만 여동생은 여전히 손이 가는 두 살이다. 동생을 돌봐야 하는 주인공은 친구와 자신의 처지를 비교하며 불만을 키워가다 결국 어머니와 다투고 빰을 맞게 된다. 넬은 어머니의 행동으로 상처를 받은 반면, 더 이상 강제로 시중드는 삶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에 자유를 느낀다. 그리고 성인이 된 넬은 보호자로서가 아닌 주체적으로 살기 위해 편집 일을 시작했다. 그러다 오나를 알게 된다. 오나의 편집을으로 하면서 지켜본 그녀의 가족들은 이상적으로 보였다. 그러나 실제로 오나는 가족을 거추장스럽게 생각했다. 


오나는 계획적으로 남편 티그와 넬을 이어준다. 결국은 오나는 가족을 넬에게 맡기고 자신은 자유롭게 연애하며 즐기는 삶을 살게 된다. 나로서는 오나와 넬을 이해할 수 없었다. 법적으로 티그와 이혼을 끝까지 하지 않고, 자신의 자유로운 연애가 끝나니 다정한 티그의 가족에 샘을 내며 끝까지 넬의 피를 빨아먹은 오나. 


그런 오나의 가족인 티그와 아이들의 보호자가 되는 넬. 그녀는 이 모든 게 운명이라고 받아들이는 것 같았다. 


아기 때부터 유난히 예민했던 여동생 리지는 정신분열증 진단을 받게 된다. 가정 불화를 일으킨 딸과 다시는 안 만날 것처럼 굴던 넬의 부모님은 당당하게 리지의 보호자로 큰 딸을 지목했다. 넬은 자기의 선택이 아닌  여러 사람의 의도대로  휘둘려 보호자가 된다. 정녕 그럴 수밖에 없었을까. 


욕먹는 게 마땅한 오나의 행동과 그 오나의 술수에 말려들어 사실혼 관계를 유지하는 넬. 혼란을 빚어내는 건 당연히 넬의 시간들이었다. 주변 사람들이 보기에 남들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님으로 그녀는 끝까지 이타적으로 살아갔다. 책 표지가 쨍한 붉은색이었던 건 넬에게 경고해 주고 싶었던 게 아닐까 싶다. 그녀의 삶에는 여러 번 경고등이 울리는 것을 다른 사람들은 다 알았다.  정작 그녀는 붉은빛이 끝나기만 기다릴 뿐. 조금만 더 자신을 위해 살았으면..  넬에게 깊은 연민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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