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언젠가 만난다 - 나, 타인, 세계를 이어주는 40가지 눈부신 이야기
채사장 지음 / 웨일북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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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으로 그의 글을 처음 접하고선 책장에 두고 꺼낼 일이 없었는데 최근 독서 카페에서 함께 읽는 독서로 다시 지목되면서 오래전 책을 꺼냈다. 최근 책과 내가 갖고 있는 책이 출판사가 달랐다. 그리고 언제부터인지 채사장이 출판사가 대표로 되어 있었다. 그리고 운명일까? <우리는 언젠가 만난다>로 다시 채사장과 재회했다.


삶이 비극인 이유는 온전히 시간 때문이다.

타인의 의미를 비로소 이해하게 되었을 무렵,

우리는 동시에 이별을 맞이해야만 한다.

저자의 말 중에서




나는 언제나 청취하는 쪽이지 수다스러운 부류가 아니었다. 아니, 수다스럽다기 보다 나의 이야기를 하는 것을 꺼려 한다. 나를 다 알게 되면 멀어질 것 같은 생각에 자꾸 겉도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다. 저자는 타인과의 관계 맺음을 어렵고 두려워했는데 나 역시도 그렇다. 그래서 더욱 이 책을 읽고 싶었다. 저자의 말을 내리훑으면서 어느 문장에 멈췄고, 서러움이 복받치기 시작했다. 이별과 동시에 타인의 의미를 이해한다는 저 글귀에 그리운 어머니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나의 세계에서 가장 큰 지분을 갖고 있던 어머니.


  • 상실과 소멸이 우리를 일으켜 준다

고따미는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아들이 죽자, 아이를 업고는 약을 구하러 이집 저집을 헤매었다. 실성한 채 돌아가다니는 그녀를 가엽게 여긴 사람이 붓다에게 데려갔다. 고따미는 아이를 살려달라고 애원했고, 붓다는 겨자씨를 구해오라고 했다. 단 '한 사람도 죽은 이가 없는 집에서 구해와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녀는 첫 번째 집에서 겨자씨 한 줌을 부탁하며 이 집에 누군가 죽은 적이 있는지 물어봤다. 집주인은 그렇다고 했다. 두 번째 집, 세 번째 집... 마을의 모든 집을 돌아다니다 밤이 되었을 때 그녀는 조금씩 깨닫기 시작했다. 슬픔은 자신만 짊어지는 게 아님을. 모든 집이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음을.. 그제야 고따미는 아이를 내려놓았다. 그리고 소리 죽여 한참을 울었다. 그리고 붓다를 찾아가 자신이 알게 된 것을 말했다.


모든 존재는 언젠가 죽는다는 것과

인생이 무상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죽음의 보편성을 알게 된 고따미는 고통을 끝내고 삶의 올바른 방향을 정할 수 있었다. 언젠가 죽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인정하지 않으려하고 망각한다. 유한한 시간에 올라타 물질적인 생산과 소비에만 집중한다. 이 책은 자연스럽게 자아성찰을 할 시간을 벌어준다. 대충 훑고 말 그런 일회용 도서가 아니다. 타인과 관계, 세계와 관계를 탐구하고 통찰한다. '타인', '세계', '도구', '의미' 등 네 가지 장에서 연애, 이별, 인생, 시간, 통증, 언어, 꿈, 죽음, 의식의 이야기를 볼 수 있다. 40개의 철학적 수필은 가슴속 깊은 곳에 나를 꺼내는 데 도움을 주었다.

나와 타인은 여행자. 내면에 자신만의 세계를 가진 하나의 우주였고 내면의 우주를 관조하는 하나의 신이라고 저자는 표현했다. 나와 네가 만났다는 것은 세계와 세계가 만나 서로의 일정 영역을 내어주어 여행을 하도록 수락하는 것이 아닐까. 여행자는 모든 '나'라는 존재의 숙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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