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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솝 우화 전집 (그리스어 원전 완역본) ㅣ 현대지성 클래식 32
이솝 지음, 아서 래컴 그림,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20년 10월
평점 :

익숙한 토끼와 거북이의 이야기가 담긴 일러스트를 보며 동심에 빠져본다. 마르고 닿도록 읽었지만 다시 만나고 싶었다. 세상에 이솝 우화가 358편이나 수록되었다니!! 탐이 난다. 표지처럼 기분 좋은 그림이 본문에도 88장이나 있다고 하는데 19세기 유명 삽화가인 아서 래컴, 월터 크레인, 어니스트 그리셋, 에드워드 데트몰드의 작업물이라고 한다. 워낙 그림이면 만사 오케이인 나에게는 보석 같은 책이 될 것 같았다. 운이 좋게도 서평단에 선정이 되었고 행복한 마음으로 고전 동화를 만끽할 준비를 하고 책을 펼쳐보았다.
이 책은 고대 그리스 원전에서 직접 번역한 우화 전집으로 그리스어 원전에서 직접 옮겼고 이솝 시대부터 원형이 대체로 잘 보존된 이야기 중에서 정선된 그리스어 원전 358편을 완역하였다고 한다.
동식물을 의인화하면서 해학과 풍자를 통해 교훈이나 처세술을 가르치는 설화를 의미하는 우화는 설화와 다른 점은 도덕적인 교훈을 제시한다는 점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전래동화는 권선징악과 효에 취중한 반명 이솝의 우화는 처세술에 대한 부분이 많은 것 같았다.

애초부터 이솝이 직접 쓴 우화 책은 존재하지 않았다는 부분이 놀라웠다. 오랫동안 구전으로만 전해지면서 사람들이 단편으로 기록했다고 한다. 그러다가 본격적으로 이솝 우화를 연구한 사람은 아리스토텔레스였으며 최초로 간행한 사람은 대중연설가이자 정치인이었던 데메트리오스였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추종이었던 그는 대중연설가들을 위한 이솝 우화 10권을 책으로 펴냈다.
이점을 보아도 이 책의 목적과 대상은 아이가 아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솝 우화는 대중연설가나 수사학자들의 실용적인 목적에 크게 기여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책에 내용은 다소 과격한 표현이 더러 있다. 어린이를 위한 이솝우화의 대부분이 개작되었고 100여 편은 너무 기괴하여 영어로 변역된 적이 없었다고 하니 알만하다.

♣ 사람들과 제우스
제우스 신이 처음에 짐승들을 만들 때 어떤 동물에게는 힘을, 어떤 동물에게는 민첩함을, 어떤 동물에게는 날개를 선물로 주었다고 한다. 벌거벗은 인간이 제우스에게 왜 저만 아무것도 주지 않았냐고 따졌다. 이에 제우스는 가장 큰 선물을 받았으면서도 알지 못한다며 '말'에 대해 알려준다. 말은 신들에게도 힘을 행사하며, 다른 빠른 것보다 빠르다고 말했다. 이에 사람은 경배하고 감사했다고 한다.
철학적인 이해를 돕기 위한 의도인지 이솝우화에는 생각보다 그리스 신이 자주 출현한다. 제우스는 창조자의 위치에 있으며 그 외 여러 신들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은도끼와 금도끼가 이솝우화였고 원제는 나무꾼과 헤르메스였다는 것에 놀랐다. 동식물들과 그리스 신들의 대화를 보는 재미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 우화마다 교훈이 수록되어 있는 경우와 없는 경우가 있는데 교훈은 이솝이 직접 말한 게 아닌 수집자가 덧붙인 거라고 하는 참고하면 읽으면 좋을 것 같다. 어른 버전 이솝 우화, 나에게는 신선했다.
